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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불발탄

"온몸을 불사르지 못하고"

by 백창인

글쓰기는 폭탄을 만드는 것과 같다. 어떻게 만들지를 생각하고, 재료를 모은 다음, 이리저리 뭉쳐서, 터뜨린다. 네 단계 중 하나만 빠져도 불발탄이 된다. 글감이 없을 때는 당연하거니와, 글감이 있어도 이를 표현할 단어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표현할 단어가 있어도 알맞은 곳에 끼우기 어려울 때가 잦다. 어찌어찌 글을 다 썼어도 공개하지 못하고 지워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온몸을 불사르지 못하고 심심하게 식어버린 불발탄이 끝내 못 잊힌다. 살릴 수 있었는데, 아까운 놈들이다. 후에, 불현듯 스치는 아주 사소한 생각까지도 터뜨릴 수 있는 그릇이 되기 위한 흔적이라고 믿어본다.


16.11.08. 씀

17.06.11. 다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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