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편의 글을 완성했지만"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대학생을 보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절 논란에 대한 시위였다. 왜 주민밖에 없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시위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추석 연휴를 즈음하여 혼자 서울에 갔었다. 광화문 거리에서 한 여자가 홀로 시위를 하고 있었다.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옆을 걸어가던 중년 남성이 "에휴, 저 썅년"이라고 다 들리도록 중얼거린 것은 똑똑히 기억한다.
1인 시위는 동료가 없고 움직임이 없다. 혼자 가만히 서 있으며 사람들의 불편한 눈길을 받거냐 썅년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이 시위를 하는 이유는 분명 움직임에 뜻이 있기 때문일 텐데, 이를 정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집단 시위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1인 시위보다 더 정적인 것은 난방이 잘 되는 독서실에 앉아 1인 시위를 목격한 글을 쓰는 일이다. 다리를 쭉 뻗은 채로 손가락만 이리저리 놀리면 끝이다. 이렇게 나는 또 한 편의 글을 완성했지만 오늘은 성취감이 없다. 세상이 심상치 않은데 나는 가만히 있다. 썅놈 소리가 듣기 무서운 겁쟁이라서, 아직 공부해야 될 학생이라는 핑계로 나서지 않는 듯하다.
16.10.29. 씀
17.06.18.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