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야 하지만 사랑해서는 안 되는 것"
무엇이 사랑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물음은 '사랑을 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유효하다. 따라서 정말 묻고 싶은 것은 이렇다. 왜 사랑해야 하는가?
수많은 노래와 책, 영화가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쯤 되니 "사랑해"보다 쉬운 말이 없을 지경이다. 대개는 의미 없는 미사여구처럼 들린다. 본론은 따로 있고, 군데군데를 채우기 위한 관용구처럼 들린다.
물음에 대해 대다수는 "이유가 없다"라고 답할 것이다. 사랑이 당위라는 것이다. 정직해야 하고, 착하게 살아야 하고, 남을 해치지 말아야 하듯이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한다. 정말?
사랑이 절대적인 가치로 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적이 있다. 사랑을 외딴 명제로 표현한 것은 한편으로 그 고상함을 드러낸다. 사랑은 술이 잘 들어가게 하고, 대체할 수 없는 동기를 부여하며, 어떤 악당이든 무찌른다. 사랑은 정말 강력한 힘이다.
그런데 우리가 휘두를 수 있는 힘은 철저히 사회적 울타리에 갇혀있다. 얼마 전까지도 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죄악으로 여겨졌으며, 지금도 아동이나 타종(他種)을 사랑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사랑하는 사람은 전파를 타며, 웹툰 <3인칭>에서 AV 배우를 사랑한 주인공은 꽤나 욕을 먹었다. 그래서 나는 모르겠다. 우리는 사랑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자식은 '사랑'해야 하지만 '사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랑을 해야 하는가, 사랑은 정말 당위인가. 울타리 없는 세상을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울타리 안에서 찾을 수 있는가. 우스운 질문들에 몇 줄 끄적인다.
16.12.30. 씀
17.06.17.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