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상적이지 않으면서도 이상적이기를"
부러운 사랑이 많다. <라라 랜드>의 사랑과, <유미의 세포들>의 사랑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사랑과 그런 사랑들. 너무 환상에 젖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비현실적이다. 내 사랑 역시 너무 이상적이지 않으면서도 이상적이기를 바란다.
명제는 '무엇'을 묻지만 방법은 '어떻게'를 묻는다. 어떻게 해야 잘 사랑하는 건지 묻는다. 가령 육체적 교감이라든지. 그 자체로 사랑은 아니겠지만, 육체적 교감은 사랑을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또는 무슨 말을 해아 하는지, 기념일에는 어떤 선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화해하는지. 이런 것들이 사랑은 아니지만 이들에 대한 안목은 좋은 사랑을 도울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무엇을 하고 싶은지, 흔히 로망이라고 한다. 나 또한 몇 가지 로망이 있다. 이상형은 머뭇거려도 로망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같이 장을 본다든지, 영화에 의미 없는 초점을 두고 둘에게 집중한다든지, 은행잎 수북한 길과 눈길을 걷는다든지. 그리고 연애를 하는 동안 한 번도 싸우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에 가득 차 있다.
이런 유형이 막상 사랑 비슷한 것을 시작하면 어느새 잊힘을 경험했다. 그건 말했다시피 사랑이 외딴 명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유형을 실험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다리 없는 섬에 가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정말 가기만 하면 된다.
16.12.29. 씀
17.06.16.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