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기에도 늦은 시간"
초등학교 3학년에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갖게 되었다. 많은 아이들이 나와 비슷한 나이에 휴대전화를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화와 문자에 약간의 기능만 더한 구식 전화기였는데도 애완동물인 마냥 좋았다.
게임을 하는 것 다음으로 재미있는 것이 배경화면을 바꾸는 일이었다. 하루를 거르지 않고 배경화면을 바꿨다. 내 휴대전화는 고양이가 되었다가 구름 없는 하늘이 되었다가 용이 되었다. 날마다 다른 옷을 입히는 기분이었다.
그때는 친구들끼리 서로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았다. 그런데 유독 지금까지 기억나는 것은 그 친구의 배경화면이다. 아버지의 사진이었다. 그 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도 아닌 아버지의 증명사진이었다. 내 아빠보다 몇 살은 젊어 보였다. 어쩌면 아버지가 아니라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형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됐든 증명사진이라니, 철없는 시절에는 그것이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는 늘 그 사진이 배경화면이었다. 따분해 보였다. 언젠가 친구에게 배경화면이 하필이면 왜 아버지의 증명사진이냐고 물었다. 친구는 이유 없이 짜증을 냈다.
나중에 전해 들어 친구의 아버지께서 오래전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후회하기에도 늦은 시간이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그때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지만, 시간이 맞지 않고 장소가 맞지 않는 것을 핑계로 아직까지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14.10.14. 씀
16.06.23.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