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 철학은 역사를 뒤따른다. 인식론의 발달 이전에 이미 르네상스의 미술과 과학이 자리잡았고, 세계대전이 터지고 나서야 철학은 이성을 의심하게 되었다. 철학은 좋게 말하면 '반성'이자, 나쁘게 말하면 '뒷북'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후 진단에 불과한 철학이 현대 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그 고민을 다른 사람도 아닌 철학의 권좌에 앉은 헤겔에게서 그대로 들으니 굉장히 반가웠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당초 내 가치관이었던 '지금 여기'에 상반되는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중요시하던 나는 어느새 지성이 역사에 내린 진단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여기'를 사유하는 철학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선택하는 나의 주체성을 우선시하는 사조와, 뜬눈으로 지나간 시대를 읽는 미네르바의 부엉이. 둘은 사실 같은 것일까. 그릇이 작은 나는 아직 이것이 괴리처럼 느껴진다.
17.03.05. 씀
17.07.05.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