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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잘 하며 자란다며 자랑하며

"이거 자랑이다"

by 백창인

잘 하며 자라고 있음을 느낄 때 정말 좋다. 오늘은 그래서 정말 좋은 날이다. 만화가 윤태호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를 찾으셨다. 굴곡이 많은 그의 인생 이야기와 뼈 굵은 조언을 해주셨다. 명사특강을 집중해서 들은 적이 딱 두 번이다. 몇 해 전 조정래 선생님의 강연, 그리고 오늘의 강연이었다.


모두 유익한 내용이었지만 나에게는 다르게 다가왔다. 그때는 배움의 의미가 컸고, 이번에는 확인의 의미가 컸다. 윤태호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조언들은 곧 내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들이었다. 내가 틀린 길을 걷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같은 방법으로 걸은 선배가 보기 좋게 성공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거 자랑이다. 정말 어린애처럼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다. "나도 똑같이 생각했다"며.


조금 더 보태자면, 책을 읽을 때도 확인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사르트르의 <말>을 읽고 있다. 그 책에서도 나를 많이 발견한다. 단지 사르트르가 조금 더 일찍 생각했을 뿐이다. 아무래도 좋다, 내 선택에 자신감이 치솟는다. 몇십 년이 늦어도 사르트르와 같이 설 수 있다면야. 그러기 위해서는 멈추지 말고 자만하지 말고 달려야 할 것이다.


윤태호 선생님께 여쭙고 싶은 게 있었는데 시간이 질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후에 같은 위치에 올랐을 때 여쭤보련다.


16.11.11. 씀

17.07.06. 다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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