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고 또 부끄럽기만"
부끄러움은 말해도 끝이 없다. 하루하루 반성문을 쓰며 살아도 모자랄 만큼 많다.
금요일 밤에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청소부 아주머니께서 빈 팝콘과 콜라 통을 받고 계셨다. 앞에 지나가던 남성 분이 "덕분에 잘 봤습니다."라고 아주머니께 인사말을 건넸다.
충격적인 인사였다. 마음에는 있었는데 실천하지 못했다면 심심하게 지나갔을 수 있다. 그런데 덕분에 잘 봤습니다라니. 나는 그런 인사말을 생각조차 못했다. 그렇게 인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했다. 그런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했다.
그런 인사와 그런 마음은 타고난 듯하다. 연습과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마음이다. 이런 게 정말 금수저가 아닌가 싶다. 마음이 흙빛인 나는 부럽고 또 부끄럽기만 하다.
16.11.13. 씀
17.07.07.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