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관성

"무력할 바에는 피곤하게"

by 백창인

구르던 것은 구르고 멈춘 것은 멈춰있다. 이번 글이 다음 글을 쓰게 하고 이번 책이 다음 책을 읽게 한다. 이상한 꿈 때문에 술을 놓아버렸다가, 다시 술잔을 드는 게 무서워 아주 놓아버렸다면 믿어지려나. 그런데 관성이 그렇다.

운동관성이건 정지관성이건, 알짜힘이 없을 때 물체는 관성을 가진다. 관성은 무력함이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글을 안 쓰는 것만큼이나 무력한 일이다. 글은 남지 않고 글 쓰는 운동만이 남는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작은 힘, 악셀이나 브레이크가 되어 줄 가장 사소한 자극이다. 하룻밤 꿈에게도 조종당하는 나는 역치가 매우 낮은 사람이다. 그 이상한 꿈이란 매우 불쾌하면서도 나를 꽉 움켜쥐는 것이었다. 그런 자극들이 나를 끊임없이 밀거나 잡기를 바란다. 꿈이 내 술잔을 내려놓았듯 꿈이 다시 술을 권하기를 바란다.


한가함이 미칠 듯 싫어서 온갖 일들을 시간 속에 구겨넣었다가, 그 일들이 나를 미치게 해 무작정 여행을 간다. 그러나 일과 여행은 본질적으로 같다. 무력한 관성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극인 것이다. 다만 운동관성과 정지관성을 오갈 뿐이다.


그래서 무력함과 피곤함은 다른 것이다. 관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종일 신경을 곤두세울 때 사람은 피곤하다. 피곤함은 무력함을 물리친다. 무력할 바에는 피곤하게 살겠다.


18.12.2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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