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달은 달의 일을 한다

by 백창인

밤공기가 옅은 소주 향으로 찰 때도

지친 몸뚱아리들이 막차에 들이밀 때도

둘 또는 몇이 금지된 정을 나눌 때도

시와 노래가 남모르게 잉태될 때도


달은 그냥 달의 일을 하더라


말하지 않는 것이 달의 일

무수한 비밀 아픔 눈물 음모에

달은 나서서 침묵한다

나서서 침묵하는 것이 달의 일


모든 이야기들을 저 홀로 안고

제 빛도 아닌 빛을 내며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달은 무너진다

무너지는 것이 달의 일


달이 내 거울 되기를 원할 때마저

달은 그냥 달의 일을 하더라

그냥 하더라


19.08.1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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