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낫-.
비척이며 걷는 젊음
우리가 팔고 온 삶은 어느 지하벙커에 모아뒀을까
둘-.
흙먼지 날리는 트럭에 대고 분대장은 경례한다
셋-.
늦봄부터 사막처럼 달궈진 연병장
벚나무는 이제 아름다운 것을 겨우 붙잡고 서는데
우리는 못생긴 쇳덩이를 잘만 고쳐잡는다
넷-.
옆 분대 안경잡이는 고작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논산에서 아버지를 잃으면 허락되는 시간
네가 여기 있으면 안 되지
너는 돌아오면 안 되는거지
욕된 애도를 중얼거리며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법은 배웠지만
죽은 사람을 잊는 법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하낫- 둘- 셋- 넷-
하낫- 둘- 셋- 넷-
한줄기 비행운이 퍼런 도화지를 부욱 찢어발기고
태극기는 죽어서 죽어서 꼿꼿이 서 있고
발밑 덤불엔 거미가 잰걸음으로 지나가니
나는 공연히 총구로 모래를 들쑤시며
꾸벅꾸벅 졸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