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 뮤직PD가 되던 날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것, 하게 된 것

by 빨간망토 채채

01.


아무도 내 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을 때
그때의 난 지금의 날 꿈꿨을지 몰라
매일이 반복되는 노선처럼 돌고 돌아
가족들 친구들의 기대치에 비례하는
따가운 시선들을 외면하면서 또한
견뎌야 했고 또 버텨야 했어
내 유일한 쉼터 2411 버스 안에서
버스 안에서 매일 다짐했었네
포기하지 않기로

- Crush, 2411


1 (11).png 2018년부터 벅스 뮤직PD로 활동중!


2018년, 직장인 3년 차. 어느 정도 회사와 업무에는 적응했지만 여전히 야근과 주말 출근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언니와 함께 좋은 환경에서 살게 되어 여러모로 안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즈음 여러 취미를 시도했던 것 같다. 페스티벌과 콘서트도 다니고, 작곡 레슨도 받고, 한창 힙합과 알앤비에 빠져있었다. 어떤 계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2017-2018년 경에 소위 블랙 뮤직으로 스펙트럼을 확 넓혔고, 힙스터 병에 걸려있었다. 지금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Kanye West의 <Ye> 앨범이라든지, Drake의 'In My Feelings'를 흥미롭게 듣기도 했다. 힙합 장르를 판다고 해도, 그 당시 인기차트에 오른 노래들이기도 했지만 앨범 발매일부터 꽤나 일찍이 들었다. (예전 같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


당시 주변에서는 이미 '음악을 좋아하는 애'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걸로는 늘 약간 아쉬웠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흔하지 않은가. 나는 그것보단 특별하고 싶다! 좀 더 자격을 얻고 싶어!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글을 쓴다든지 갑자기 평론에 뛰어든다든지 하지는 않았다. 어쩐지 현학적인 글을 써야 할 것만 같고, 아무래도 갑자기 앨범 평을 마구 쓰기란 어려웠다.


그리고 이 당시에는 내 음악을 내려고 이리저리 궁리했다. 직장인이 되고 난 이후부터도 진로 고민은 계속되었는데, 아무래도 야근만 하다가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 때는 주말 출근이 하기 싫어서 엉엉 울면서 나간 적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항상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아가 강한 편이라 계속 '내가 잘하는 일'이란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어떻게든 '나의 것'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게 음악이 될 거라 믿었고.


그 시절 쓴 가사 중 하나를 돌이켜보면 아래와 같다. (언젠가 세상에 나올 날을 꿈꾼다 하하)


매일 후회하며 잠드는 자정 너머
잡히지 않는 내 꿈
어디쯤 왔을까 또 돌아봐도
매일 같은 곳을 맴도는 듯해
앞으로 나아가기는 할 건지
나아갈 용기는 있는지
결심만 하다 끝나


지금 생각해 보면 다행인지(?) 좋은 작곡 선생님을 만나진 못했다. 그래서 나의 싱어송라이터로의 여정은 늘 가다가 멈췄고. 혼자 데모를 만드는 것은 외롭고 고독했다. (미발매된 데모곡들은 여전히 나의 사운드클라우드에 있다..) 그즈음인가. 음원 스트리밍 앱으로 벅스를 이용했는데, 언젠가 '뮤직PD'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거, 꽤나 잘할 것 같은데. 아니 확실히 잘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을 것 같았다.


내가 자신 있는 건 실행. 취업 준비를 하며 잔뜩 떨어졌던 경험(?) 역량(?)을 바탕으로 지원하는 것에는 이골이 난 터. 지원은 망설임 없이 했다. 열심히 지원 양식을 작성하고, 얼마쯤 기다렸을까. 합격(?)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첫 번째 플레이리스트를 올리고, 승인되었는데 '좋아요 수'가 폭발해 버렸다. (벅스 뮤직PD 페이지링크)


1 (1).png 첫 플레이리스트 반응이 이렇게나 좋다니. 업무 외의 일로 성취감을 느껴본 게 얼마만인지.


지금 다시 보니 곡 수가 24곡이나 되는 초거대 플레이리스트였다. 아무래도 의욕에 넘쳤던 거겠지...

안녕하세요. 첫 번째 뮤직PD 앨범으로 찾아뵙게 된 뮤직PD 채채입니다. :)
앞으로 신선한 주제, 좋은 음악들을 선곡하여 여러분들의 일상에 힘이 되고 싶네요!
이번 앨범은 '기운 없는 날, 내 방에서 혼자 듣고 싶은 노래'를 주제로 선곡했습니다.
잘해보려고 했지만, 유난히 힘든 하루가 있죠. 아니면 이유 없이 밑으로 계속 가라앉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전 음악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틀어놓고 들으면서 생각을 비우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이런 생각, 이런 기분을 가진 사람이 나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럼, 즐겁게 감상해 주세요. ^_^

- 2018.9.28, 벅스 뮤직PD앨범,
[기운 없는 날, 방에서 혼자 듣고 싶은 노래] by 채채

(왜인지 모르지만 굉장히 순수하게 느껴지는 2018년의 내가 쓴 앨범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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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좋은 반응에 가시적인 성취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댓글로 이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노래를 만든 사람도 아닌데 무척이나 뿌듯하고 큰 의미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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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순간이, 과장 조금 보태서, (그땐 체감하지 못했지만) 인생에서 커다란 점을 찍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땐 헤매었지만)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싹을 틔우고 있었다.




청소년 시절부터 대학생활, 지난한 취업준비 과정을 거쳐 험난한 사회초년생 시절까지. 나를 버티게 해 준 팔 할은 음악이었다. 하루하루 지친 일상에서 음악을 부여잡고 다시 일어나고, 기대했다. 때론 그냥 흘렸다. 그리고 이런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을 시켜주지 않는다면]

00. Prologue
01. 벅스 뮤직PD가 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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