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나를 이야기하는 안전한 모임을 만듭니다
낮에는 회사일을 하고, 저녁에는 좋아하는 음악들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면서 벅스에서 플레이리스트를 간간히 만들며 지내던 나날들. 음악 글쓰기 수업도 들으며 '음악'에 대한 전문성을 계속 갈망했다. 그리고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즈음부터 커리어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진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탐색하기도 하고, 브런치에서 음악 관련 글쓰기도 시작했다. 계속해서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고자 하는 의지였다. 그리고 2020년 하반기에는 일하는 여성 커뮤니티 '빌라선샤인클럽'에서 '나만의 음악 플레이리스트 만들기'를 주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획 및 진행했다. 그러니까, 이게 나의 최초의 모임 기획이다. 한 달간 매주 일요일 온라인 모임으로 만나며, 음악 취향을 알아가는 활동을 했다. 모임이 끝나면 각자가 만들고 싶었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완성! 상황상 비대면이라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철저하게 자료, 들을 것들을 준비했고, 따뜻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뉴먼소셜클럽 관련 브런치에 다룬 글 링크)
지난한 취업 과정을 거쳐 회사를 입사한 이래에도 계속해서 다른 시도를 해왔다. 취미 등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하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직장에서의 내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야근과 주말 출근에 시달려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다 팀 이동이 되어 다행히 하고 싶었던 직무를 하게 되었고, 2020년까지는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업무 적응이 되니 또 답답한 상황들이 발생해 이듬해인 2021년부터는 가열차게 이직 준비에 힘을 쏟았다. 코로나 때는 이직이 매우 활발했고, 솔직히 경력 이직이 2년간 안될 줄 몰랐다. 돌이켜보면 여러 이유가 작용했겠지만 아무래도 직무를 중간에 변경하다 보니 온전한 5년 차로 보기가 애매했을 것.
그래서, 2022년 상반기까지 최종 탈락 5번을 또(취업준비할 때도 최탈 5번) 찍고 말았다. 당연하게도 번아웃이 왔다. 회사 업무에서도 성취감이나 뿌듯함을 느끼지 못하고, 퇴근하고 오면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또 이직을 시도하는데 그것들이 모두 거절, 탈락, 거부로 다가오니 그럴 만도 하다. 진짜, 이렇게 안 될 수가 있나 싶어서 새벽에 갑자기 깨서 엉엉 울었던 적도 있었다.
절대로 잊지 마
밤이 널 삼키려 해도 (Remember)
새벽은 찾아와 (Always)
Sometimes we fall and then we rise
늘 반복해 끝도 없이
희망이 떠오르면 절망은 저무니까
기쁨만 기억하고 살자
우린
우린
- DAY6 (Even of Day), 우린
누구나 쉽지 않은 시기란 있겠지만 유난히 잘 안 풀리는 느낌이 들던 때쯤, 이직을 포기했다. 그리고 사고 싶었던 것들을 마구 사고, 미뤄뒀던 약속들을 나가고, 일주일 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브이로그도 만들고. 그러다가 '문토'라는 앱으로 소규모 모임들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 코로나에 적응하게 될 때쯤, 작은 단위의 소셜링들이 태동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사람들과의 교류도 필요한 시기였지만 크게는 나의 니즈에 맞춰 이런저런 나들이성 모임을 열었다. 뮤직바 '에코' 가기, LP 바 가기, 디제이 공연 보러 가기 등 혼자 하기는 어렵고 평소에 궁금했던 음악 공간들을 위주로 갔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세션을 2시간 정도 진행했다. 공간을 빌려서 6~7명의 모임원들의 음악 취향을 공유하고, 말미에는 내가 음악을 추천해 줬다. 사전에 설문도 받아서 미리 모임을 위한 콘텐츠도 철저히 준비해 갔다. 지속적인 모임을 하고자 더 나아가서는 클럽도 운영하고, 클럽원들끼리 한강 가서 음악 들으면서 이야기하는 등 캐주얼한 활동도 했었는데 결국 다른 일과 겹치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정기적으로 하지 않아도 클럽을 지속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되돌아보면 당시에는 내가 하고 싶었던 모임들을 기획했다. (문토 소셜링 기록을 담은 브런치 글 링크)
그리고 정기적인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형태의 모임을 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여겨보던 국내 최대 모임 플랫폼인 <넷플연가>에 모임장 지원을 했다. 지원과 면접이라는 투명한 프로세스를 거쳐 2023년 초에 모임장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기획한 첫 모임을 열었는데, 모객이 안 되어 잠시 소강상태였다. 당시 넷플연가의 직원 분과 열심히 소통하며 보완해 보고, 다른 콘셉트의 모임을 기획해서 열었는데 쉽지 않았다... 그렇게 약간의 좌절을 겪고(크게는 아니었다)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넷플연가에서 기획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 시리즈의 한 모임장을 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모객에 성공했다! 어느 정도 정형화된 커리큘럼이었지만 액티비티, 콘텐츠, 말할 주제 등은 변형이 가능했다. 그렇게 회차에 맞춰 수정을 거치고, 6월에 사당 사생활에서 첫 모임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직한 회사에서 빌런 무리를 만나 고생했지만, 그 외적으로 나만의 모임과 12명의 멤버들을 잘 이끌어가고 싶은 의지가 강했던 뜨거운 여름이었다. 모임 콘셉트 자체가 '음악 공간'을 가보는 것이었기에, 중간중간 번개 등의 액티비티를 활용해 음악 감상실을 가고, 사당 근처의 재즈바를 함께 가보기도 했다.
그렇게 모임을 진행하고, 이어서 10월부터는 두 개의 모임을 맡게 되었다. 하나는 앞전의 모임을 시즌 2로 이어서 하는 것, 하나는 내가 온전히 기획한 나의 모임인 <나의 인생 주제가 찾기>. 이때 개인적으로는 퇴사 이후 첫 무소속으로 생활한지라, 삶의 정체성이 음악 모임장-에 가까웠던 시기였다.
청소년 시절부터 대학생활, 지난한 취업준비 과정을 거쳐 험난한 사회초년생 시절까지. 나를 버티게 해 준 팔 할은 음악이었다. 하루하루 지친 일상에서 음악을 부여잡고 다시 일어나고, 기대했다. 때론 그냥 흘렸다. 그리고 이런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을 시켜주지 않는다면]
00. Prologue
01. 벅스 뮤직PD가 되던 날
02. 그래, 이걸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