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록] 정상에 두고 온 고민

#장편소설

by 늘보리

✿ 제목 : 여자들의 등산일기

✿ 저자 : 미나토 가나에

✿ 출판 : 비채

"혼자서 일본 여행하며 틈틈이 읽기 좋은 책"


이 어려운 주제를 듣고 주변에서 추천해준 책이 이 책이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책은 내 일본 여행과는 전혀 무관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감상으로, 외국의 산을 오르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경험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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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등린이", 이 책에서 말하는 "마운틴 걸"이다.

엄연히 따지면 의미는 다를 수 있으나,

어르신들의 전유물 같던 등산을 취미로 즐기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어난 요즘

그런 흐름에 편승했다는 데에서는 그 궤가 같지 않을까?


아무튼 제 3 또는 4의 취미로 등산을 즐기고 있는 30대 독신 여성 등린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책의 각 꼭지마다 나의 현재와 비슷한 처지의 주인공들이 갖는 저마다의 고민들은 충분히 공감할 만했다.


나는 책을 읽는다기보다 그들과 함께 걸으며 함께 고민하고 또 성취의 기분을 함께 만끽했던 듯하다.


험한 길을 다 올라간 곳에 기다리고 있는 경치를 만나는 것이 등산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은 한다. 왜 굳이 힘들게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 그럴 때마다 나는 몸을 혹사하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도달한 곳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고 싶은 것이라고 대꾸하고 싶다.
~
감동은 마음의 여유 위에 성립한다.
- 통가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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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생각을 하기에 딱 좋다. 동행이 있어도 말없이 한 줄로 걷고 있으면 자기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때 마음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자기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으면 인생도 자기 발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일상생활에서는 외면하던 문제와 똑바로 마주 봐야할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발로 정상에 도착하면 가슴속에도 빛이 비쳐드는 것 아닐까 하는 기대가 가는 길을 격려해준다. 그렇게해서 자기 자신과 마주 보면서 걷는 것이 등산이라 생각했다.
- 가라페스에 가자


나는 독서를 아주 늦게 시작한 편이라서, 접해본 책도 적거니와 그걸 고르는 눈도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주변에 다독하는 분들이 많아 다양한 책을 추천받고

그 덕분에 시야가 넓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책은 내가 실제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작가가 대신 경험하고

그 경험담을 내게 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변에서 받은 이런 저런 책 추천은

나에게 그만큼 이렇고 저러한 경험의 폭, 생각의 폭, 지식의 폭을 넓혀준다.


이번 책은 나를,

정상에 오르면 후지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하코네의 긴토키 산과

구름낀 조금은 자욱한 나우루호에산의 크레이터 위로 데려갔다.


"어때? 너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지 않아?"


책이 나에게 그렇게 묻는거라면, もちろん!

물론이지!

왜냐면 지금도 당장에 후지산 등반 동호회 참가를 고민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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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이 책의 원제는 『山女日記』, 말 그대로 "산여자일기"다.

원제를 그대로 사용했더라면 제목에서 오는 거부감이 덜 했을거라는 사견과 함께

옆팀 아저씨 부장님의 선입견없는 취향 덕분에 좋은 책을 추천받았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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