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 제목 : 소년이 온다
✿ 저자 : 한강
✿ 출판 : 창비
역사를 다루는 책은 무겁다.
그래서 그 무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를 때가 많다.
방법을 모르니 그럴땐 그저… 있는 그대로 그 무게를 느껴보려 노력한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 일곱개의 뺨
작가가 그리는 5.18 민주화운동은 내겐 마치 천재지변처럼 예고없이 들이닥친 재해같이 보였다.
1980년. 겨우 우리 언니들이 태어나던 그 시절 이야기라는 건데,
그렇게 일방적이고 무자비한 학대와 학살이 가능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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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루는 작품은 듣는 내내 큰 울림이 있다.
그건 아마, 이야기가 아무리 허구라고 한들 그 일로 희생된 영혼들은 진짜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책은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때문에 그 울림이 더욱 컸다.
책에서는 소설의 각 꼭지마다 각각 화자가 다르고, 그에 따라 문투 또한 달리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상상력이라기 보다는 역사 다큐멘터리의 인터뷰 녹취록을 읽는 것 같았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 쇠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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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찾아보다가 발견한 어느 역사 프로그램의 패널이 하는 말이,
청년들의 6월 민주항쟁 참여가 앞서 발생한 이 책에서 다룬 사건에 대한 죄책감과 부채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개인이었으면 하기 힘든 이 행동들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한 힘이 이타성과 용기를 이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어떤 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용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일곱개의 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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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고 든 감정은,
단 몇 글자로만 기억하던 역사적인 사건의 끔찍하고 생생한 민낯을 두 눈으로 본 듯한 당황스러움,
나였다면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꽁꽁 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드는 부끄러움,
살아있다는 것이 치욕스럽다 느끼는 이들 가운데 태평하고 안일하게 살고 있음에 대한 미안함.
이런 다양한 감정들이 한 데 섞인 덩어리였다.
그것이 마음 한켠을 묵직하고 답답하게 만들었고, 그래서인지 책이 어땠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는게 어려웠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 쇠와 피
이 책의 번역본 제목은 『Human Acts』, 사전에서는 이를 "인간적 행위"라고 정의한다.
소설 속 여러 인물들간의 상호작용을 가리키는 말일 수도 있지만,
내가 이 책에 대해 갖는 감정과 그로 인해 몰랐던 역사를 더 알아보려는 노력.
이런것들도 "인간적 행위"일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