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 제목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저자 : 프랑수아즈 사강
✿ 출판 : 민음사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그 짧지만 강렬한 인상은, 사라져가는 이 계절을 더욱 갈망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이 계절에 영향을 받는 것에만 유독 계절을 "탄다"고 표현하는 것 아닐까.
가을에 막 접어들었을 무렵,
나는 본격적으로 가을 감성에 올라타고 싶어 로맨스 소설을 찾아보다 이 책을 선택했다.
사실이었다. 그는 그녀의 이름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파리에 있는 그 누군가에 대해 그가 아는 바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멋진 일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 누군가에 대해 그는 며칠 동안 마음가는 대로 상상할 수 있으리라.
-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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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왜인지 자꾸.... 뒷 말을 흐린다...
제목에서도 그러하듯 작가는 일부러 말줄임표로 여운있는 표현을 쓴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가 아직도 갖고 있기는 할까?
- 6장
이 제목의 의미는 이런걸거다.
주인공 "폴"이 자신에 대한 "시몽"의 관심어린 물음을 거듭 회상하는 것이며,
그 물음은 한 순간에 잊고 지낸 과거의 폴를 끄집어내게 만드는 노스탤지어 같은 걸거라고.
'브람스를 좋아하느냐라.. 그래.. 예전의 나는 그랬지..' 하며 감상에 젖에 곱씹게 만드는 그런 물음말이다.
더 나아가 이 물음이 제목이 된 데에는 분명
폴의 인생에서 시몽이라는 존재가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커다란 변곡점이었으며,
그런 그가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로 자리하게 된 시작점이 된 것이 이 물음이기 때문일거라고,
거기에 담긴 의미를 짐작해본다.
작가는 책을 출판할 때, 제목에 꼭 물음표가 아니라 말줄임표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작가의 고집스런 그 말줄임표 덕분에 몇번씩 되뇌어보게 만드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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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두 가지 사랑이 있다.
폴을 향한 시몽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과
오랜 연인 "로제"와의 자유롭지만 익숙하고 어딘가 외로운 사랑.
소설을 다 읽고나면 폴의 반전있는 선택에 대해 실망한 이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39살의 그녀는 결코 어리지 않고 15살 연하인 남자와의 연애는
"받아들여지고 싶은" 폴에게 오히려 "받아들여야"할 것이 더 많은 형태였다.
로제가 그녀를 가지면, 그는 그녀의 주인이고 그녀는 그의 소유였다. 그는 그녀보다 몇 살 연상이었고, 그녀가 이제까지 회의 없이 받아들여 온 도덕적이고 심리적인 기준에 완전히 부합했다. 하지만 시몽은 그 자신이 그녀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오히려 손해라는 것도 모르고 무의식으로 연극적인 동작을 동원해 의존적인 태도를 취했다.
- 16장
연애관이라는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 가치관의 한 종류이고,
다양한 사랑의 방식 중 어느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
그래서 폴의 선택이 누군가에겐 어리석게 보인다 한들 모두에게 어리석은 것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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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을은 아프기도 하지만 설렘도 함께 찾아오는 계절이다.
그맘때 그 공기를 맞으면 과거의 향수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잠깐 왔다 사라지는 계절...
하루만에 기온이 10℃ 이상을 넘나들며, 어제는 여름이었지만 오늘은 하루만에 겨울이 되기도 하는,
나는 혼란스러운 그 계절이 좋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며 가을을 맞이했고, 이 책을 리뷰하며 그 가을을 마무리했다.
그래서인지 애초에 책을 읽으며 남기려 했던 내 계획보다 더 짙은 감상이 남았다.
가을날 길거리 떨어진 낙엽 색깔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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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표지에 걸려있는 그림은 마르크 샤갈의 "생일"이라는 작품이다.
샤갈이 사랑하는 연인 벨라와 결혼식을 치르기 일주일 전인 자신의 생일날에
벨라로부터 축하의 꽃을 받고 너무나 행복해 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샤갈의 모습에서 시몽이 떠올라 표지그림이 한층 더 사랑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