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 찍을까? 말까?
2020.05~06
'바디프로필 촬영'이라는 도전을 충동적으로 결정한 건 아니었다.
코로나로 하나하나 무너지는 나의 2020년 목표
목표를 성취해가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에게는 2020년은 너무나 끔찍했다.
그동안 세웠던 모든 목표가 무너지고,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무기력함이 온몸을 감쌌다.
2019년에는 세부 여행을 위해 식단과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친구와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니 만큼 인생샷을 찍어오겠다는 일념 하나로 꽤 치열하게 운동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무런 목표가 없었다. 점점 퍼져가는 코로나로 인해 여행 계획도 세울 수 없었다. 그저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크고도 두리뭉실한 목적만이 남아있었다. 새해맞이 운동을 시작했지만 작년만큼 열정적이지 않았고, 설상가상 코로나로 헬스장을 쉬면서 더티한 음식에 손을 댄 나는 운동과 멀어지고, 건강과 멀어지고 말았다. (아니 어떻게 뺀 건데 또...)
체지방률 7% 증가해버렸다. 라면과 과자와 맥주의 콜라보는 환상적이구나! 먹을 때는 참 즐거웠는데 막상 인바디 결과지와 거울에 비친 허리와 팔, 엉덩이에 투둥투둥하게 붙은 살들을 보니 회의감이 들었다.
난 목표가 있어야만
운동하는 사람인가?
- 바디프로필을 찍고 싶지 않았던 이유들
바디프로필은 운동할 때마다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정말 찍고 싶지 않았다.
1. 단기성의 목표로 운동하는 것은 싫었다.
바디프로필은 훌륭한 목표가 될 수 있다.
일단 예약을 걸어두면 (본인이 예약했지만) 강제성이 부여된다. 어떻게든 한다. 다만 준비하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기에 최대한 짧은 기간에 준비하여 찍는 사람들이 많다. 짧게 고강도로 준비하는 바디프로필....그냥 보여주기 식의 운동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과연 나는?
- 바디프로필 '이후'를 감당할 수 있을까?
- '그다음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까?
- '또 다시' 늘어져 버리는 건 아닐까?
실제로 바디프로필을 찍고 요요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아무래도 바디프로필은 극한의 극한의 극한의 다이어트기에 보상심리가 세게 오는 거겠지...나는 나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번 자제력을 잃으면 감당할 수 없다는 걸... 그걸 알기에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나도 똑같은 길로 가고 싶지 않았다.
2. 건강을 위협하면서 하고 싶진 않다.
바디프로필은 촬영을 위해, 복근을 보이기 위해 '체지방을 극한'으로 내린다. 복근이 보이려면 딴 거 다 필요 없다 체지방이 없으면 보인다.(우리는 누구나 복근을 가지고 있다. 다만 지방으로 가려져있을 뿐) 남자도 마찬가지만 여자에게는 특히 적정한 양의 체지방은 꼭 필요하다. 체지방의 경우는 특히 여성 호르몬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체지방 너무 낮으면 어떤 부작용이?_헬스조선 발췌
정상 체지방률은 성인 남성의 경우 15~20%, 여자의 경우엔 20~25% 정도다.
체지방이 많으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과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체지방이 너무 부족해도 문제다. 여성의 경우 체지방이 부족하면 에스트로겐의 감소로 난임의 위험이 증가한다. 여성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줘 무월경, 생리불순, 골다공증을 겪을 수도 있다.
실제로 바디프로필 후기를 보면 생리불순을 겪는 분들이 많았고, 내 주변에도 심심치 않게 다이어트로 인한 생리불순을 겪는 사람이 많았다.
건강하기 위해 운동하는 건데
건강을 해쳐가면서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 그럼에도 결심한 이유는?
그럼에도 바디프로필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것에 대해서는 고민을 꽤 많이 했다. 무엇이든 동기가 확실해야 목적, 목표, 계획 수립이 더 재밌다. 그리고 바디프로필은 건강, 경제적인 부분, 가족들의 협조 등 많은 여건들이 필요하다. 참 오랫동안 고민한 것 같다.
1. 바디프로필을 목적이 아닌 동기로
나는 매년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고 수정해나가면서 하루하루를 채우는 것을 좋아한다.
2020년의 목표 10개 중 5개 정도의 목표가 코로나로 인해 날아가 버렸고, 앞으로도 몇 개가 더 날아갈지 모른다. 무기력해져 버린 지금 나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필요했다.
'꾸준히, 즐겁게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은 단순히 1년의 목표가 아닌 내 인생의 목적이다. 운동으로 얻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단순히 미용의 목적이 아니다.(물론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 몸을 자유롭게,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기쁨을 꾸준하게 누리고 싶다.
나는 목표와 계획이 있어야 더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다. 29년간 그래 왔다. 그럼에 바디프로필은 나를 움직일 수 있는 꽤 괜찮은 목표라고 생각했다.
목적이 아닌 목표
목적을 위한 동기
바디프로필을 이루고 나면 사진이라는 결과물이 남는다. 보통 내 과거의 결과들은 한 번 더 다듬어져 앞으로의 목표로 삼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언젠가 운동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을 때, 운동에 지쳐서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찍은 바디프로필 사진을 보며
'아 이렇게 운동했었었지. 다시 해볼까?'
'나는 지금 이때보다 더 건강한 몸을 만들고 있나?'
라고 다시 나를 다잡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동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목적을 위한 목표라면 언제나 늘 환영이다. 앞서 내가 고민했던 '바디프로필=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바디프로필을 단기간 프로젝트가 아닌 중장기 프로젝트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결과)을 위한 운동 기간이 아닌 운동하는 습관을 만드는 기간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2. 내 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
늘 애용하고 사랑하는 머드스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며 결심한 부분도 크다. 머드스콘 대표가 직접 바디프로필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피드에 정리해주었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바디프로필을 위해 노력했더니 '내 몸을 더 잘 알게 되었다'는 것
머드스콘이 이야기하는 바디프로필의 장점
1.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와 양 파악
2. 규칙적, 클린 한 식단 → 내장지방 감소 + Fit한 몸매
3. 영양소와 식재료 특성에 대한 이해도 높음 → 건강한 식단 구성에 도움
4. 음식, 물에 대한 소중함 → 낭비하지 않는 습관 형성
5. 인생 샷 get
내 몸에 맞는 식단, 유지를 위한 식단의 양과 구성, 감량을 위한 식단의 양과 구성, 나의 근육 생김새 등등 늘 인터넷에서, 유튜브에서 이렇게 먹으면 살 빠집니다! 하는 식단 말고 내가 내 몸으로 실험(?) 경험(?)하면서 찾을 수 있는 식단 구성과 양, 운동량..? 그런 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할만한 거 아닌가?
그리고 더 좋은 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잖아!
난 건강하고 더 좋은 몸을 만들고 싶다!
3. 20대 마지막 모습 기록 _자기만족
곧 서른이다. 그전에 20대의 모습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난 늘 기록을 좋아하기도 하고, 전혀 운동을 하지 못했던 운동과는 담을 쌓아왔던 삶에서 운동을 시작하고 즐거움을 알아갔던 그 20대의 기록을 오롯이 남기고 싶달까! 가족들에게 상의를 하니, 젊은 나를 기록하는 건 매우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매우 적극 찬성, 많은 응원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