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 촬영과 보정본
바디프로필은 보정본까지 와야 끝이다!
바디프로필스튜디오 '해피니스'
바디프로필 촬영 당일, 아무래도 3주 전에 포트폴리오용 바디프로필을 찍어봐서 그런지, 전혀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설레는 마음이었다. 전 날에도 푹 쉬어서 컨디션도 좋았다. 바디 컨디션도 좋았고, 모든 게 다 좋았다. 항상 기운 없이 시체처럼 돌아다니던 내가, 이리도 컨디션이 좋다니.
드디어 오늘이면
끝나는구나
딱히 실감은 나지 않았고, 마냥 신이 났던 것 같다.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동생 덕분에 집에서 편하게 메이크업을 받고 길을 나섰다. 남자 친구가 집 앞으로 차를 가지고 와서 이동도 편했다. 너무 고마운 사람들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스튜디오에는 이미 두 팀이 촬영 중이라 정신이 없었다. 정신없는 와중에 대표 작가님이 친절하게 인사하셨다. 그리고 준비해 간 시안과 의상을 보시고는 어울릴만한 배경을 추천해주셨다. 동생과 같이 배경을 정하고, 의상을 갈아입고 펌핑을 진행했다.
!!!펌핑!!!
원레그데드리프트 (힙)
사이드레터럴레이즈 (어깨)
덤벨킥백, 덤벨컬 (삼두, 이두)
로우 (등)
더블크런치, 레그레이즈, 크런치, 트위스트 플랭크 (복근)
펌핑 후 촬영 시작! 바디프로필 전문 스튜디오답게 포토의 포징 코칭이 굉장히 디테일했다. 딱히 준비해 간 포즈 없이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촬영이 진행되었다.
다만 내 손가락이 이상해서 좀 버벅거리고.. 복근이 선명하게 나와야 할 타이밍에 갑자기 복근이 실종되어서 급작스럽게 복근 운동을 하게 되는 작은 사건이 있긴 했지만 작가님이 매우 친절하게, 수월하게 잡아주셔서 빠르고 만족스럽게 촬영이 진행됐다.
확실히 연습용으로 찍어봤던 포트폴리오용 바디프로필이 도움이 많이 됐다. 동생도 포즈와 표정이 처음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고 칭찬해주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
바디프로필 4컨셉
바디프로필 촬영을 계획할 때, 정말 워너비였던 몸을 가진 분의 사진을 보고. 아 바디슈트는 꼭 찍어야지 라고 생각을 했었다. 등근육과 힙라인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나.... 실제로 엉덩이 운동하다가 엉덩이 근육에 상처를 크게 입어, 대문짝만 한 멍이 들기도 했다. 엉덩이 멍이 거의 한 달 넘게 있었다. 촬영 날에도 멍이 가시지 않았다.(약도 먹고 매일 약도 발랐는데....) 열심히 노력한 거에 비해 등은 많이 아쉬웠고, 힙은...뭐 만족... 찢어질 만큼 했으니;;
바디프로필 촬영할 때 이건 꼭 하지 말아야지.. 했던 것은 바로 스포츠 탑에 레깅스 컨셉이었다. 레깅스는 운동할 때 맨날 입고... 열심히 운동한 내 복근을 가리는 것 같아서 싫었다.
운동을 했으니.. 복근은 보여줘야겠고, 운동해서 만든 몸이란 걸 보여주고는 싶고... 하다가 스포츠 브라에 조거 팬츠를 많이들 입으시길래 나도 선택했다. 조거 팬츠가 XS 사이즈인데도 엄청 커서 다리가 웰시코기처럼 짧아 보였지만.. 괜찮아 보정이 있으니까
아참 이 콘셉트 찍기 전에 갑자기 복근이 보이질 않아서 더블크런치에 트위스트 플랭크에 난리를 쳤었다.
레이스 속옷도 절대 찍고 싶지 않았던 컨셉 중 하나였지만 다른 사람들 찍는 거 보니까 레이스 속옷이 당기더라.... 그래서 그건 포폴용 바디프로필 촬영 때 찍었고, 본 바디프로필 때는 깔끔한 속옷과 함께 하얀색으로 맞춰서 입었다. 촬영을 할 때는 내 바로 앞에 현관문이 있었고 그 문에 유리가 있어서 내 모습이 비춰보였다. 덕분에 더 포즈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마지막 컨셉은 엄청 고민하다가 포폴용 바디프로필때 찍었던 발랄한 컨셉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추가했다. 또 과자를 두고 찍기에는 컨셉이 겹치고, 고민 고민하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다이어리를 들고 찍기로 했다. 20대에 쓴 모든 기록(다이어리, 운동일지)들을 챙겨 20대 마무리를 하자는 의미로 찍었다. 대표님이 엄청 신기해하셨다 나도 지금까지 쓴 다이어리 양을 보니 새삼 놀랐다. 30대에도 열심히 기록하자!
촬영이 끝나고 인사하고 스튜디오를 나섰다. 170일간 정말 힘들게 준비했던 것들이 이렇게 끝이 나다니! 실감도 잘 안 났고,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거 하겠다고
그렇게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나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내가 힘들고 예민하다고 상처 준 우리 가족들, 그리고 남자 친구, 직장 동료였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느껴졌다. 어서 멘탈과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나답게, 빵글빵글 빵여노답게 웃으며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너무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밀려오는 건 후련함
운동과 식단에 관해서는 정말 후회 없이 해냈다고 생각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짜증 나고, 지쳤어도 놓지 않았던 그 목표, [촬영 후에 후회하지 않기] 그 걸 이뤘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하고 행복했다.
촬영 후 36일 만에 보정본 도착
해피니스 스튜디오는 모든 원본을 색감 보정해서 보내주기 때문에 원본 수령에도 20일이 걸린다. 원본을 셀렉하고 보정본까지는 30일 정도 더 걸린다. 그러나! 원본이 8일 만에 왔다. 크리스마스&연말 선물로 주고 싶어서 직원들이 밤새 야근하며 빨리 주신 거라고.... 엄청난 감동이었다.
원본 받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1100장 중에 8장을 골랐다. 8장을 고르는데 3시간 정도 걸렸다.
1-4컨셉 중에 1~3컨셉만 보정 요청을 드렸다. 4컨셉은 그냥 다 잘 나오기도 했고, 딱히 몸 보정이 필요 없어서 잘 나온 컨셉들 위주로 보정을 요청드렸다.
그리고...... 그 이후... 한 3주가 좀 지났을 무렵.... 아 이제 보정본이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하는 순간 온 연락
두근 두근 세근 네근
사진 공개합니다!
보정본 안 맡긴 4번째 컨셉(딱히 몸 보정도 필요없고...1~3컨셉이 보정이 필요할 것 같아서..
정말 후회 없이 했다.
170일간 울고 웃고, 나를 갈아가며........
도움 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