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난임치료 끝 드디어 임신!-3

하나가 끝나면 다음 시련이

by 빵주

문제점을 알았으니 하나씩 고쳐나가면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열심히 치료하면 되리라 생각했다. 일단은 고지혈증을 호전시키기 위한 약과 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제를 열심히 먹었다. 콜레스테롤과 인슐린 저항성이 임신에 크게 관여한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알았다. 통원을 시작하고는 난포가 얼마나 커졌는지, 언제쯤 배란을 할지 알아보기 위해서 몇 번이고 병원을 가야 하는 게 조금 번거로웠지만 그보다 더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약을 먹는데도 난포가 잘 커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보통은 생리가 끝나고 14일 후 즈음에 18에서 20미리까지 난포가 자라면 배란을 하는데, 처방받은 약을 잘 챙겨 먹고 심지어 약의 용량을 늘려도, 배란을 하기까지 20일에서 그 이상까지 걸리기 일쑤였다. 배란 후 생리가 시작하기 까지도 남들보다 시간이 걸리다 보니 배란테스트기는 시도조치 하지 않은 나의 선견지명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상황이 이러하여 배란이 언제 될지 확실하지가 않으니, 남편과 스케줄을 맞추는 것도 일이었다. 남편 일의 특성상 출장과 새벽 귀가가 잦았기 때문에, 혹여나 배란일을 놓칠까 봐 가슴 졸였다.

그래도 어쨌든 약을 꾸준히 먹으면 배란을 하기는 하니, 끊임없이 시도하면 언젠간 되겠지 믿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은 법. 더 큰 난관이 날 기다렸다. 나팔관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 다른 병원을 소개받은 것이다. 어찌어찌 배란까지 끌고 가도 임신이 되지 않는 원인이 나팔관에 있었던 것이다. 약으로 열심히 키워놓은 난자가 애초에 정자와 만나지를 못하는 상황이라니...! 그동안의 치료가 허무해지는 순간이었다.


나팔관 유착이 심할 때에 뚫어주는 의료용 기기를 개발한 유명한 의사가 있는 곳이라고 해서 냉큼 찾아갔는데, 결국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정말이지 크게 상심했다. 수술 자체도 무서웠지만, 그 병원이 최첨단과는 아주 크게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알 거다. '굴욕의자'라고 불리는, 가만히 앉아있는 나를 번쩍 들어 올려 사타구니를 크게 오픈시키는 그 의자를. 이 병원엔 그게 없었다. 딱딱한 책상 같은 곳에 내 발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 스스로 다리를 벌려야 했다. 전혀 굴욕스럽지는 않은데, 그저 당황스러웠다. 중학생 때부터 산부인과를 다녔지만, 셀프 오픈은 처음이었기에. 최첨단 의료용 기기를 개발하면서도 자기 병원에 전자동 의자하나 구비하지 않다니, 의사가 단단히 구두쇠구나 싶었다. 이런 곳에서 수술을 해도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불쑥 올라왔다. 게다가 반말을 섞어가며 떽떽거리고, 의사가 설명하고 있는 옆에서 큰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여 내 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나이 든 간호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믿고 따르는 주치의가 이 병원을 추천하였으니, 일단은 치료를 받는 수밖에.


수술 당일, 아침 7시에 집을 나와 남편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수술은 놀랍게도 검사 때와 같은 딱딱한 책상(?)에서 이루어졌다. 수술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설비였다. 수술을 받는 것도 서러운데 차갑고 딱딱한 곳에 누워있자니 왜 이런 곳을 추천했는지 주치의가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곳 의사의 설명으로는 정맥마취를 하니 별로 아프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마취가 잘 듣지 않은 건지 너무 아파서 연신 "으아악" 하고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완전히 의식이 사라지지는 않은 상태에서 내 몸 안으로, 아무리 얇다고 해도 기계가 들어온다는 감각은 꽤나 두려웠다. 위 내시경하고는 조금 다른 감각이었다. 헤롱거리는 나에게 의사가 모니터를 보여주며 내 나팔관 상태를 알려주었고, 나는 완전히 약에 취해 "이러니까 임신이 안 되는 거죠...? 이제 알겠네요" 따위의 말을 했다.


결론적으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른쪽 나팔관은 거의 꽉 막혀있었고, 왼쪽은 오래된 스티커 자국처럼 끈적끈적하게 유착이 되어있었는데, 끝이 뾰족한 얇은 관으로 양쪽을 뚫어주었다고 들었다. 이제 한 달에 한 번씩 경과를 관찰하며, 또다시 막히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 다시 임신시도를 해도 좋다고 하였다. 그동안 배란의 의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몸이었는데, 드디어 희망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경과를 보는 과정에서, 의사가 나에게 쓱 내민 자궁 사진에 뽈록한 혹 같은 게 튀어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폴립인 것 같은데, 크기가 꽤 커서 착상에 방해가 될 것 같다며 제거 수술을 위한 날짜를 잡자고 하였다. 도대체가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어서 꽤나 속상했다. 여태껏 없던 폴립이 왜 갑자기 생기는 건지, 가뜩이나 배란이 늦어 1년에 9번이 채 안 되는 기회밖에 없는데, 여기서 시간을 까먹는 것 같아서 속이 쓰려왔다. 그저 어디가 심히 아프거나 병이 생겨서 하는 수술이 아니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다. 하나를 클리어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원인을 알았으니 고치면 된다"는 주치의의 말은 마인드 컨트롤에 꽤나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폴립 제거 수술 당일을 맞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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