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그럴 것 같았어
내 기억에 첫 생리는 13살 때였다. 이미 학교 내외의 성교육으로 생리의 존재는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기보다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에서는 자녀의 초경을 축하하는 의미로 赤飯(세키항)이라는 찹쌀과 붉은팥, 콩 등을 섞은 밥을 지어주는 풍습이 있는데, 우리 아빠는 나에게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선물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세련되고 멋있음)
여자로서의 첫걸음은 쉽지 않았다. 많은 친구들이 그러하듯 생리대를 제대로 쓸 줄 몰라 바지가 다 젖도록 샌다거나, 양이 너무 많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조퇴하기 일쑤였다. 생리통이 너무 심해 괴로워하는 나를 본 담임 선생님이 너 얼른 집에 가라고 하실 정도였다. 심지어 불규칙하기까지 해서, 엄마 손을 잡고 산부인과도 가 보고 한의원에 가서 자궁 쪽에 침도 맞아봤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학교 때는 거의 1년 가까이 생리를 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어린 나이에 뭘 안다고, "나 나중에 애기 가지기 쉽지 않겠는데...?" 어렴풋이 그리 생각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내 예상은 적중했다. 초경 이후로 쭉 생리가 불규칙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흔히들 하는 배란 테스트기를 사용한 임신 시도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바로 산부인과에 찾아갔다. 삼신할머니가 나에게 아기를 점지해 주기까지 고난과 역경이 있을 것 같으니, 그나마 최대한 단기 루트로 돌파해 보고자 각종 검사부터 받았던 것이다. 결과는 여성 호르몬 수치가 높아서 생기는 배란 장애와 고지혈증으로 인한 난임이었다. 의학 정보를 제대로 공부한 것은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작은 난포가 너무 많아서 결정적인 하나가 배란에 필요한 크기까지 잘 자라지 못한다는, 뭐 그런 얘기였다. 다행히 남편은 수치가 괜찮아서, 나만 잘하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거기서부터 1년이 걸릴 줄은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