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난임치료 끝 드디어 임신!-1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나는 MBTI로 치자면 완벽한 J형 인간이다. 게다가 완벽주의자 적인 성향도 가지고 있다. 계획하거나 각오하고 있지 않던 일이 닥쳤을 때 굉장히 당황하는 타입으로, 반대로 임기응변에는 약하다.
그런 내가 어려서부터 그려왔던 인생의 타임라인이 있었다. 서른 즈음에는, 마음 맞는 남편 만나 자식 둘 낳고 알콩달콩 사는 것. 5년 전, 솔메이트 같은 남편과 결혼하면서 첫 단계는 클리어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28살에 연애 2년 만에 결혼했으니 꽤나 빠른 결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편은 나와 자라온 환경이 굉장히 비슷했고, 가치관이 닮아있으며, 앞으로의 삶에서 지향하는 지점도 거의 일치했다. 이런 남자와 함께라면 우리 엄마 아빠가 나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좋은 가정을 아이들에게 꾸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가 터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는 연애를 시작한 기념일에 맞추어 결혼식보다 먼저 혼인신고를 하였는데, 결혼식을 구상하기도 전에 코로나가 터져버려 한국과 일본을 오고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결혼식을 어디서 하든 시댁이나 친정 어느 한쪽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이동수단이 꽉 막혀버리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신혼여행으로 가려던 미국 여행은 당연히 취소되고, 나는 모두가 그랬듯 3년 가까이 발이 묶여 가족들 얼굴은 영상통화로만 보며 버텼다. 신혼 초에 원룸에 살았었는데, 집콕을 그 작은 방에서 하려니 도저히 답답해서 급하게 집을 사게 된 것도 이 시기다. 이때부터 3년간은 정말이지 다들 알다시피 새장 안에 갇힌 새였다. 결혼식도, 신혼여행도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자녀계획은 당연히 머릿속에 없었다. 아직 내 나이가 20대이기도 했고.
겨우 코로나가 끝나갈 때 즈음 한국에 들어가니 우리 엄마가 나를 보고 너무 놀라는 것이 아닌가. 집에서만 생활하고 밤낮이 바뀐 날들을 보내다 보니, 살이 10킬로 가까이 찐 것이었다. 이제 결혼식도 해야 하고 아기도 가져야 할 텐데, 급작스레 살이 찌니 많이 걱정이 될 만도 하다. 당시 사진을 보면 정말 웬 찐빵이 굴러다니나 싶을 정도니, 3년 만에 만난 딸 모습을 보고 엄마가 얼마나 당황했을까 생각하면 웃음이 날 정도다.
그렇게 가족과의 재회를 무사히 마치고, 우리는 결혼식 준비에 돌입했다. 결론적으로는 양가 가족들이 함께 여행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하와이에서 소소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부부는 결혼식이 끝나고 그대로 신혼여행 삼아 1주일을 더 체류하며 여행을 즐겼고, 양가 가족들도 며칠간 남아있었다. 우리 아빠는 생각보다 길었던 비행시간과 시차, 아직 차가웠던 5월의 바다와 길거리에 풍기는 대마초 냄새, 그리고 인상 더러운(?) 미국인들의 호객행위에 지쳤다고 했지만, 나는 내 신혼여행에 양가 가족들이 함께 한다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일일 줄은 몰랐을 정도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더랬다.
그렇게 식과 신혼여행을 한큐에 끝내고 돌아온 이후. J형 인간이 계속 생각해 왔던 "자녀계획"을 짤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