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땜은 끝나지 않았다

by 빵주

뽑은 지 한 달 된 새 차의 타이어가 고속도로에서 탈주하고 렌터카 앞유리에 금이 가는 사건이 있은 후. 남편과 4박 5일 칸사이 여행을 갔다. 이번 여름, 남편이 유난히 바빴던 탓에 못 갔던 휴가를 대신한 여행이었다. 오사카에서 2박, 교토에서 2박을 하는 일정으로 우리는 신칸센에 몸과 부푼 마음을 실어 서쪽으로 향했다.


여행은 너무나 즐거웠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오사카 거리는 코로나 이전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였고, 무엇보다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일본에서 치안이 최악이라 불리는 니시나리에서 먹은 한 그릇에 350엔 하는 곱창 가락국수도 맛있었고, 오코노미야키는 말해 뭐 해. 남편과 연애초에 갔던 첫 여행도 칸사이였던지라, 추억이 방울방울 떠올랐다. 사실 칸사이 여행 정도는 전철을 타고 다녀도 무방한데, 얼마 전 면허를 딴 나의 운전연습을 겸해서 우리는 렌터카를 빌렸다. 평소에 자차를 잘 이용하지 않는 차주들이 빌려가라고 등록해 놓은 고급 차를 빌릴 수 있는 어플을 이용했다. 평소 전기차를 동경하던 기계오타쿠 남편의 픽은 테슬라 모델 Y. 중국인으로 보이는 차주와 신오사카역에서 접선 후, 우리는 차를 몰고 신나게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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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셜 스튜디오, 도톤보리, 교토의 멋들어진 절들을 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노는데도 체력이 필요하다고, 여행 마지막날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차를 반납하러 차주 집 근처 주차장으로 향했다. 원래는 신오사카역에서 차를 돌려주고 그대로 신칸센을 탈 예정이었지만, 차주의 사정으로 본인 집 근처로 와달라기에 흔쾌히 그렇게 했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10분, 5분, 3분 전으로 다가오는데도 차주가 메시지를 읽지 않는 것이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우리가 예약한 신칸센은 막차였으며, 다음날부터 다시 일개미로 돌아가야 했기에 초조했다. 결국 약속시간이 지나버리고 점점 똥줄이 탄 남편은 당신 차는 주차장에 두고 가겠으니 알아서 픽업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급하게 택시를 불렀다. 간신히 신칸센에 올라탄 우리는 딥슬립에 빠졌다.


이틀이 지나서야 사실 일 때문에 해외출장에 가있었다며 미안하다는 연락이 왔다. 순간 미친놈인가 싶었다. 아니 해외 나갈 일정이 있었으면 미리 말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너무 열받아서 택시비라도 내놓으라고 (무려 5천엔) 답장을 하려는 찰나. 귀국 후에 집에 돌아와 차 상태를 살펴보니 타이어에 큰 못이 박혀있더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아니, 또? 타이어 이탈에 앞유리 박살도 모자라 이젠 못이야? 늦게 나타난 주제에 무슨 말이냐고 반박을 하기에는 어플 시스템이 너무 잘되어 있었다. 처음 차를 픽업할 때 거의 30장 가까운 before 사진을 찍어 기록하게 되어있었던 것이다. after를 보니 진짜로 처음엔 없었던 무언가가 타이어에 콕 박혀있었다. 보험은 들어있지만 개인면책 부담금인 15만엔보다 타이어 교환비가 더 적게 나올 것이니 결국 우리가 물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완전히 남편의 멘탈이 나갔다. "나는 차를 타면 안 되는 인간인가...?" 진지한 얼굴로 내게 묻는다. 어이가 없는 건, 세 번의 사고 모두 남편의 잘못이 1도 없다는 것. 그래서 하늘이 무슨 계시를 내리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남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당장 뭔가 해야겠다 싶어 일본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신사에 갔다. 이번에는 부적만 사는 게 아니라 お祓い(오하라이:일본 신사에서 행하는 액막이 행사. 참가자의 주소와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액운을 막아달라고 대신 빌어준다) 도 받았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면허증을 손에 쥔 내 이름도 올렸다. 신사에서 나눠준 좋은 기운이 담겨있다는 (?) 쌀로 밥도 지어먹었다. 이제는 진짜, 진짜 괜찮겠지 자기 최면을 걸어보았다.








얼마 안 가 또 문콕을 당할 줄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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