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에세이클럽
기술직이 아니고서야 IT 업계에서 '서비스 기획자'의 수명은 길지 않다. 이 포지션은 역할에 대한 회의론, 자격 유무, 존재의 의의에 대한 논란과 무수히 많은 부침을 겪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논란과 소요를 지켜보며 느낀 점은 결국 이 포지션의 해악을 주장하는 사람 중 그 누구도 이런 삽질을 직접 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로 인해 '서비스 기획자'가 필요한 이유가 명확해진 셈이랄까.
기획 업무 스킬 외에도 디자인, 개발, 마케팅, 고객관리 등 유관부서와의 협업과 조율로 다방면의 심력 소모가 크다보니 여러모로 오래 하긴 어렵다. 사람을 상대한다는 건 좋은 의미든 그렇지 않든 마음이 단단해야 버틸 수 있다.
연차가 쌓이며 관리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서 있다보니 서비스 기획자로 남은 수명을 셈하기 보다 얼마나 더 일 할 수 있을지 자주 생각한다. 길어야 10년일 것이다. 50세가 넘어서까지 일 할 수 있다면 그건 필시 운이 좋다고 말 할 수 있으리라.
꼬박 10년을 일했고 이만큼의 시간이 더 남았다고 하면 아득하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을 기준으로 보자면 서비스 기획자로 사는 날은 생각보다 짧다.
업무적인 성장과 어떤 기획자가 되고 싶은지 고민하다가도 긴 텀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다 죽을지가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싶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 할 필요도 없거니와 내 삶을 일에 매몰 시켜서도 안된다. 이 일을 좋아하지만 인생은 길고 업무 수명은 짧기에 종종 그 다음을 생각한다.
가깝고도 먼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건 아무 것도 없다. 다음이라는 게 어쩌면...내 인생에 없을 수도 있다.
참고 인내하는 걸로 현재를 희생하려고 하지 않을 거고 그저 내가 해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하나씩 만들어 나가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