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림빵 Apr 29. 2019

일요일의 에세이클럽

일요일의 에세이클럽

매일 글을 쓴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임을 안다. 하루에 한 번, 몇 분이고 진득하게 앉아 생각을 모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 조금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쓴다.


일요일의 에세이클럽은 팍팍한 현실을 감안하여 일주일에 한 번, 뭐든 쓰고자 만든 1인 글쓰기 클럽이다. 모든 요일 중 일요일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날 출근을 앞둔 비장한 마음으로 데드라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번이 마감을 놓치고 월요일의 에세이클럽, 화요일, 수요일...의 에세이클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요일의 에세이클럽은 테이블이 한 개 있는 게 고작인 아주 작은 카페다. 대신 그 테이블은 사각형이고 손때를 타서 반질거린다. 테이블 위에는 읽다 만 책이 여러 권 쌓여있고 노트는 펼쳐진 채 연필이 나뒹굴고 있다. 물론 맥북도 있고 아이패드도 있고 클로바도 있어야겠다. 테이블 스탠드가 하나 있지만 켤 일은 별로 없는 게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통창 앞이라서 그렇다. 음악은 이것저것 클래식부터 재즈, 보사노바, 힙합, 최신가요까지 내가 좋아하는 곡이 아무렇게나 흐르고 있다. 나 홀로 지키고 있는 카페에서 할 일이 있을리가. 맥주를 꺼내 마시거나 아침에 내려 이미 식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글을 쓴다.

-는 느낌이었는데 현실은 퇴근길 버스 안이다.

'아 또 마감을 못지켰다.' 자책하며 부랴부랴 앱을 켜는 일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 도무지 왜 쓰고자 하는가, 나도 모르겠다. 그저 그 답을 이 클럽에서 찾아보려고 할 뿐.

작가의 이전글 사바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