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부제: 기대를 심어야 행복이 있다

by 빵곰

아파트 한 켠에 우리 가족의 텃밭이 생겼다.

우리 가족이라기엔 아빠의 강력한 추진이었지만.

텃밭 하나에 점 뺐다고 좋은 일이 생기나보다며 설레하는 걸 보니 웃기다. 그런데 칙칙한 땅에 뾱뾱 꽂혀서는 비 오니 정직하게 생그러워진 풀들을 보니, 당연한 일에 참 놀라워진다. 무엇을 심지 않고서야 그저 흙일 뿐인 건데. 그런 흙에 풀을 심으면 파릇파릇해지는 건 초록이 초록이다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새삼.


봄을 기다리다 지쳐버린 3월의 초입은 허허벌판에 주니만 나버렸던 생활. 돌이켜보니 아무것도 심지 않고 공허해했던 셈이다. 그래서 비평 모임, 작사 원데이 클래스, 소설 기초반 등 4월엔 달력 곳곳에 씨앗들을 심어두었다. 이젠 이번 주말이 지나도 다음 이랑이 또 다음 이랑이 기대된다.


겨울은 한강만 얼리는 게 아니라 내 머리도 얼려버리나보다. 매년 이 당연한 일들을 마치 얼어있다 깨버린 냉동인간처럼 새롭게 깨닫는다. 그래도, 깨달음은 많을 수록 좋으니까. 당연한 것들에 여전히 놀랄 수 있는 것도 행복이다. 밝아진 6시만큼이나 밝아진 생각. 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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