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슈로 3주만에 요가원에 출석했다.
감기 이슈, 게으름 이슈, 가면증후군 이슈; 등등.. 그간 요가를 하지 않은 것 뿐만 아니라 일조량도 활동량도 정신건강도 최악이었던 건강하지 못 한 23일이었다.
그리고 긴 공백 후 첫 요가 수업에서 나는
하프문도 흔들흔들
런지도 흔들흔들
워리어3도 흔들흔들
갓 태어난 망아지마냥 휘청휘청한 모습이었다.
표정관리도 하나도 되지 않아서 부들거리는 하체만큼 얼굴도 부르르르 떨면서 아사나를 이어나갔다. 선생님에게는 죄송.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지면서도 수업 내내 내가 했던 생각이라고는"오 3주만에 몸이 이렇게나 무거워질 수 있다니? 얼른 브런치에 가서 이 소감을 적어야겠어(드릉드릉)"
와 같은 어이없는 것들 뿐. 철은 언제 드려나.
그리고 지금 수업에서 돌아오자마자 랩탑을 열었다.
뭔가 대단한 영감이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풀어놓을 보따리가 허술하다.
음 수업 중 했던 생각 중 하나를 풀어봐야겠다.
내년 3월에 운 좋게 좀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됐다.
베를린 젊은이들이라면 모두 살고 싶어하는 힙스터 동네에다가, 회사며 편의시설이며 치안이며 모두 만족스러운 그런 동네에 운 좋게 계약을 하게 됐다.
월세는 지금보다는 약간 절감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 숙소가 컨디션 대비 너무 비싸서 그런거고, 절대적인 월세는 베를린 평균대비 여전히 많은 편이다.
렌트 전쟁터인 베를린에서 맘에드는 집을 구했다는 사실에 뽕이 차오르면서도, 한켠에는 내가 이 생활수준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 소득 수준은 얼마일까 하는 계산기가 촤르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부담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지금이야 (하기 싫은 일 하면서) 괜찮은 소득을 벌어내고 있지만 내가 언제까지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버틸 수 있을지 확신도 없고.
중장기적으로는 지금 커리어는 졸업하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일을 하고 싶은데 아직 그게 어떤 일이 될지 전혀 감이 없는 상태이고 뭔가 필연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소득으로 살아남기 힘든 직업일 것만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 안타깝게도.
지난 일이년 동안은 누가 개발자 말고 딴 일 뭐 하고 싶냐고 물으면 나는 <요가 강사/요가원 원장>이 되고 싶다고 말해왔다. 딱히 요가 가르치는 걸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나마' 좋아하고 오래 지속해온 활동중의 하나가 요가이고, 자격증도 따뒀으니까 사람들이 물어보면 뭐라도 구색맞춰서 대답은 해야하기에 그냥 Placeholder 느낌으로 꼽은 직업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절대 오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 요가를 가르치는 일이 쉬워보여서 꼽은 것은 아니라는 점(그럴리가). Fallback 커리어로 생각하고 접근한 것이 아니고 그저 내가 가진 풀 내에서 꼽아보자니 그리 된 것.. 강사가 되기로 결정한다면 뼈를 깎는 노오력을 해야겠지.. 그리고 사실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저 요가 강사의 '이미지'가 멋지고 부럽고 갖고 싶어서 꼽은 걸 수도 있었겠다.
아무튼 거기서 생각이 또 뻗어져 나가서 독일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 과연 나는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나의 데일리 루틴은 어떻게 바뀔까?
더 행복해질까?
내 앞에 저 요가 선생님은 본인 직업에 만족할까? 행복하신가?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평소 요가수업 끝나면 눈도 마주치지 않고 1등으로 사라지는 내향인은 선생님에게 접근하는 용기를 과연 낼 수 있을 것인가?
(+)
쓰레드에서 열받는 거 하나 퍼왔다.
<Tech job, disillusioned, yoga teacher>
뭔가 나랑 겹치는 듯 아닌 듯한 키워드들이 써있는 이 짧은 스레드 문학에 나의 작은 에고에 버튼이 꽉 눌려버림.
지난 주 토요일에 안 그래도 Kapitalist 바에도 다녀왔는데 정말 공교롭네 굥고로와.
아마도 글쓴이 청년은 Hinge에서 요가 강사를 꿈꾸는 IT 마케터와 한 달 정도 만나다가 고스팅을 당하고 나서 쌓인 화를 풀고자 이 시리즈를 썼을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추측. 인셀문학이든 뭐든 요가강사가 이렇게 fallback 커리어로 비춰지는 것은 상당히 짜증이 나. 유진 니가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