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결혼 중간평가

단편소설 <상상 좀 해봤습니다만...>

by 김영주 작가


“당신은 어떡할 거야?”
“큰 일 날 소리! 물어도, 대답해도 안 된다는 거 몰라?”


내일로 다가왔다.
우리 부부의 결혼생활에 대해 중간평가를 하는 날이.


이 제도가 시행된 건 올해가 7년 째다.
이혼율이 수 년 동안 크게 상승하면서 국가가 내린 조치였다.

이혼을 하느니 차라리 결혼 후 적당한 시점에 중간평가를 하여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50점 이하의 점수를 주면 해당 부부는 1년 동안 강제로 별거를 해야 한다.

1년 후에 다시 평가를 하여 법적으로도 완전히 이혼하느냐 다시 재결합 하느냐를 결정한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이 제도가 시행된 후 이혼율이 미세하지만 줄어들었기에 정부는 나름 성공적인 제도라 자평하며 계속 시행해왔고 올해로 7년 째 접어든 것이다.


어찌해야 할까. 몇 점을 줘야 하나.

7년 동안 살아온 아내와의 결혼생활에 헤어질 정도까지의 큰 불만은 없다.

문제는 나도 합격 점수를 주고 아내도 그러하다면 다시 7년을 같이 살아야 한다는 점이 약간 걸릴 뿐.


결혼을 한 부부가 과연 몇 년 후에 중간평가를 할 것이냐를 두고 국회를 비롯하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았다.


“남자와 여자는 자고로 사계절만 겪어보면 답 나옵니다. 중간평가 시점은 1년 후가 딱입니다!”
“무슨 결혼이 장난입니까. 은혼식, 금혼식이 왜 있습니까. 최초 중간평가 시점은 20년이 좋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노래) 천 일 동안~~~~ 이런 노래가 있는 걸 보면 사람은 1000일만 지내보면 충분합니다. 부부마다 다르겠지만 결혼하고 1000일이 되는 날 하면 어떻겠습니까.”
“전세 만기가 돌아오면 많은 부부들이 자신들을 돌아보죠. 2년 마다 하는 게 어떻습니까.”


온 나라가 들끓었다.
이를 주제로 하는 방송사와 유튜브 등의 각종 토론프로그램만 수백, 아니 천 번은 열렸다.

중간평가를 앞둔 연예인 부부의 생활을 관찰하는 프로그램도 출연자들만 바꿔가며 수없이 변주되었다.

결국, 수 년 전 있었던 고리원자로 건설을 둘러싼 시민과 전문가들의 공론화 토론을 본따 ‘결혼 후 중간평가, 몇 년 마다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하는 공론화위원회가 세종특별시의 한 대강당에서 3박4일간 열렸고, 결론은 7년이었다.


그렇게 결정되던 시기에 난 결혼했고, 이제 첫 중간평가 시기가 내일로 다가온 것이다.

밤 11시59분을 지나 하루가 막 지났다.
난 냉장고를 열고 맥주를 꺼내 베란다로 나가 의자에 앉았다.

내집마련에 성공한(비록 거실과 방 한 개는 은행 소유지만) 3년 전, 베란다를 확장하고 마련한 이른바 우리만의 테라스 공간이다.

두 사람이 이 공간에서 술을 마신 건 3년 전 몇 차례 후 없었는데, 지금은 맞은 편에 아내가 앉아 있다.

아무 말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맥주 잔만 오르락내리락거렸다.

침묵을 오래 견디지 못하는 아내가 먼저 입을 뗀다.


“이제... 오늘이네...”
“어.”


다시 침묵.
이번엔 내가 말을 하는 게 예의리라.


“당신은 몇 시에 갈 거야? 출근은 해야잖아.”
“점심 시간에 나와서 평가 하고 가야지. 당신은?”
“난 오늘은 공식적인 회의는 없어서, 오전에 카페에서 작업 좀 하다가 적당한 때 가려고.”


중간평가를 하는 해에 접어든 부부들에게는 통지서가 배달된다.

중간평가를 하는 일시와 장소가 안내되어 있다.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이 아닌 한, 부부는 정해진 날에 반드시 중간평가를 해야 한다.

미디어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전날의 부부 중간평가 상황을 고지하는데, 중간평가를 하지 않는 부부, 혹은 둘 중 한 명이 하지 않는 부부가 매우 드물지만 있긴 하다.

그런 경우 부부 모두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억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물론 둘 중 한 사람이 녹취 등의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자신이 매길 점수를 사전고지 하는 행위도 처벌된다.
거의 모든 부부들에게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다음 날. 밤 11시.
아내와 나는 놀랍게도 이틀 연속 테라스에 마주 앉았다.

이제 1시간 후에 각자의 휴대전화로 문자가 온다.
일주일 안에 주민센터에 별거 확인서를 제출해야 할지 아니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한 공간 안에 사는 부부로서 다시 7년을 살아야 하는 축배를 할지가 결정된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침묵.

미리 고백한다.
난 51점을 썼다.
아내와 행복한 부부가 될 자신은 없지만 행복한 별거남이 될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난 아내의 성격을 안다.
아마도, 아니 확신한다.
아내도 50점 아래의 점수를 주진 않았을 것이다.

맥주를 가져오려 일어나는데 아내가 입을 연다.


“안 궁금해?”
“뭐... 이제 5분이면 아는데 뭐.. 맥주나 한잔 하지 모.”


1.6리터 페트맥주를 가져와 아내의 잔에 따르고 내 잔에 따른다.
한 잔.
침묵.

카톡. 카톡.
동시에 왔다.
아내와 난 서로의 눈을 보고 먼저 열어보라 눈짓한다.


“어차피 같은 내용이잖아. 자기가 봐봐.”


내가 문자를 열었다.
[통지합니다. 귀하는 이혼소송 피고인입니다. 소송에 임하지 않고 한 달 안에 가까운 주민센터에 가서 접수하면 법적 이혼수속이 종료됩니다.]


“이, 이혼..?”
“당신 51점 적었지? 나도 그 점수 냈어.”
“그럼 됐잖아.”
“근데 생각해보니까 똑같이 상대방을 51점짜리로 생각하면서 7년을 살 걸 생각하니까 아득하더라고.”
“근데 어떻게 이혼이... 부부가 다 50점이 넘으면 사는 거잖아...”
“나두 그놈의 중간평가 때문에 뭘 어찌해야 하나 고민 많았지. 근데 말야, 깜빡 잊고 있었지 뭐야, 그냥 이혼할 수 있잖아. 협의로 하든 소송으로 가든. 어떡할래? 뭐로 이혼할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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