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다루는 법

전설의 돈가스 제15화

by 김영주 작가

고기는 현대백화점 지하의 마트에서 구입을 한다.
이유는 이곳의 고기가 제일 좋다는 것인데, 다른 매장에 비해 이곳의 검수가 좀 더 까다롭다고 한다.
이곳의 고기 종류는 3~4 종류인데, 신동준은 그린포크를 구입한다.
부위는 여느 돈가스 집과 마찬가지로 등심과 안심 위주다.
돼지고기는 거기서 거기라는 게, 신동준의 돼지고기 철학이다.
명필이 붓 가리랴는 것이 그 다운 자세다.

돈육과 야채와 소스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재료들은 동갓 주위에 있는 마트들에서 다 해결이 된다.
다만 제과 제빵 재료는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 정도 을지로 5가 방산시장의 ‘의신상회’를 찾는다.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에서 제과 제빵 관련 재료를 취급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생크림과 샤르르흰살생선에 들어가는 아몬드 가루도 사고 바질, 치즈가루, 레몬 즙, 옥수수 가루 등을 산다.
물론 새로운 제품이 있으면 자세히 들여다보고 여차 하면 일단 구입을 해서 요리에 적용을 해보기도 한다.

장을 봐오면 대략 밤 11시다.
그때부터 그는 소스 만들기에 들어간다.
소스는 총 8가지.
돈육 안에 들어가는 식이섬유 소스와 각 돈가스들의 야채 위에 뿌려지는 각기 다른 소스들이 그것이다.
한 가지 소스에 빨리 만들어서 30분 정도만 잡아도 총 4시간을 꼬박 투자해야 하므로 소스 만들기가 끝나는 시간은 새벽 3시다.
그러면 집에 가느냐고?
모든 게 그렇겠지만, 그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반드시 하는 게 있다.
어쩌면,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동이 있다.
청소.
그에게 청소는 의식이다.
청소를 하고 나면 새벽 4시.

물론 여기서 끝이 나는 게 아니다.
어쩌면 동갓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이제부터 라고 할 수 있는데, 홈페이지 관리 및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그가 뒷골목에 있어도 되는 이유.
자리가 4개밖에 없어도 되는 이유.
모든 걸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해야 식당에 입장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
바로 인터넷이다.
동갓에게 인터넷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작업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정인데, 평균 2시간 정도는 모니터 앞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신동준이 마침내 눈을 붙일 수 있는 시간은 새벽 6시.
의자 3개를 이어 붙인 다음 그냥 쓰러지는 것이다.

# 도를 아세요? 칼 도(刀)

동갓은 음식점이고 신동준은 요리사이니만큼 칼 하고 떼려야 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독 동갓에서 칼의 위치는 중요하다.
여러분은 칼질을 해본 적이 있는가.
간단한 작업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신동준이 칼을 잡고 손을 대면 돈육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물론 고기가 살아 있어서가 아니다.
자르는 순간부터 섬세한 작업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다리를 쩍 벌리고 힘을 주고 왼손으로 돈육을 부여잡고 오른손으로 시퍼런 칼 한 자루를 잡으며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두 눈을 부릅뜨고서 작업을 시작한다.
야들야들한 식이섬유 소스를 돈육 안에 집어넣는 과정 역시 대충 해서는 안 된다.
조용히, 아주 적막한 순간 허공을 가르는 칼질이 때로는 적막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칼을 잡을 때는 손아귀 힘을 강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로 잘 조절을 해야 한다.
무조건 붙잡고 써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결을 봐야 한다.
물론 그 결이란 것은 누구라도 보면 보이는 것이라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비로소 쉽게 모습을 드러낸다.
재료의 결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조리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적인 차이가 나며 모양을 결정하는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칼은 중요하다.
칼의 종류만도 아마 수 백 가지가 될 것이다.
신동준은 그동안 요리를 하면서 국산, 일제, 독일제 등을 두루두루 사용했는데 지금은 질은 최고는 아니라 할지라도 국산 칼을 쓰고 있다.
칼이 좋아 요리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칼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져 있기에 그 재질의 품질에 따라 좋고 나쁨을 결정하게 되는데 자주 사용하다 보면 쇠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알 수 있고 칼의 끝에서 안쪽까지의 길이 중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주로 잘 사용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곳은 유일하게 잘 닳아 없어지기 때문에 오래되면 칼의 모양이 약간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다.
신동준은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칼 전체를 이용하여 재료를 썬다.
칼을 숫돌에 갈 때에도 모양을 바르게 잡기 위해 전체적으로 골고루 정교하게 갈아야만 한다.
칼을 붙잡고 앞면 뒷면을 갈 때면 샤샥~ 하고 숫돌과 쇠의 마찰음이 난다.
또 하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참을 갈다보면 칼날이 서슬 퍼렇게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불빛에 비쳐보면 날이 서 있는 것이 확연하게 보인다.
엄지손가락으로 칼날을 살짝 대어 보면 잘 갈렸을 때의 야릇한 감촉이 손끝에 찡하게 느껴진다.
접시에 담기 전 멋진 요리의 마지막 결정체는 칼솜씨가 결정되어 모양을 잡아준다.
칼 자체도 중요하지만 칼질의 정교함이 더 중요하다.
자기가 마음먹고 원하는 대로 칼질을 하는 것, 동서양을 막론하고 요리의 기본은 칼에서 시작되어 칼로 끝나는 것이 요리이다.

그런데 유독 동갓에서 칼이라는 존재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언젠가 새벽 2시쯤 칼을 잘못 다루어 손바닥을 다쳐 응급실에 달려가 손바닥을 꿰매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적이 있다.
실밥을 뽑을 때까지 영업을 중단하는 것까진 아니었지만, 결정적으로 설거지를 할 수 없는 상황.
먹기만 해서는 돌아가지 않는 공간.
씻어야 돌아가는 공간인 식당이었기에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손님들이 직접 설거지하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들게 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동갓의 여러 특징 중 하나가 된 손님들의 셀프 설거지 이벤트가 탄생한 것이다.
동갓을 유명하게 만든 셀프 설거지의 1등 공신은 바로 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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