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교향곡 제5번 ‘돈가스’

전설의 돈가스 제16화

by 김영주 작가

신동준이 돈가스를 만드는 과정을 내내 지켜보는 것 쉽지 않다.
운 좋게 허락을 받아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지휘자가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돈가스를 만들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인 각종 소스 및 빵가루를 만드는 과정이 끝나면, 무대에 오를 준비는 끝난다.
시간이 되고, 손님이 입장하고 예약 상황을 확인하면 끝.
그는 본격적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불과의 싸움, 기름의 온도 조절이다.
불을 지피고 기름이 온도가 살짝 올라가 열을 받기 시작할 때 자세히 뚫어져라 바라보면 기름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움직이는 기름을 보면서 비로소 튀김옷을 가지런히 차려입은 돈가스를 넣을 채비를 한다.

기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저온을 의미한다.
돈육이 저온의 기름 안으로 푹 들어간다.
고요하다.
고요함 속에서 맛의 교향악이 연주되기 시작한다.
평화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그의 동갓은 평화롭게 출발을 하는 것이다.

동갓은 온도와의 소리 없는 전쟁이다.
저온과 중온, 고온의 과정을 거치며 아차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갓을 만들 때면 언제나 불판 앞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떨리는 가슴을 부둥켜안고 요리사의 생명과도 같은 기름의 온도 조절은 한 눈을 팔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배현주동갓은 더 하다.
배현주동갓을 위해 그가 새롭게 고안해 낸 방법은 맛을 위해 만든 건 맞지만 도대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정이 까탈스럽다.


우선 돈육을 약불, 중불, 강불로 익히고 난 다음 돈육 위에 소스를 바른 후 재벌구이를 해야 한다.
옆 불판에서는 야채를 달달 볶아 또다시 해산물과 과일로 만든 소스를 덧칠한 다음 다시 볶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접시에 돈육하고 야채를 옮겨 놓으면 또 다른 프라이팬에서는 피망, 마늘, 홍고추로 만들어진 소스를 끓여 돈육과 야채 위에 뿌리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기름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소리가 난다.
마치 아기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처럼.
고온으로 가면 기름이 끓는 소리가 무척이나 요란해진다.
베토벤의 5번 운명에서 거의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느낌이 난다.
이때가 되면 신동준의 마음도 덩달아 바빠지고 손길 또한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신동준은 요리사가 되기 이전에 드러머 연주자였던 적이 있다.
스틱을 두 손에 쥐고 갖은 모양의 북을 두드리던 모습에서 칼을 쥐고 돈육과 야채 사이를 두드리는 모습으로 연결되었던 건 아닌가 싶었다.

# 동갓은 왜 맛이 있을까

도대체 어떤 음식이 맛있는 것일까.
필자는 방송을 하면서 수많은 식당 사장님들의 비법이나 노하우를 듣게 된다.
그 비법들을 크게 몇 가지로 요약, 압축을 시켜보면 이렇다.
첫째, 좋은 재료이다.
둘째, 숙성이다.
셋째, 정성이다.
여기서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맛을 좋게 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단, 여기서는 어느 선까지 좋은 재료를 사용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신동준이 말하는 바, 좋은 재료를 쓰면서 맛있게 만들지 못하는 요리사는 이미 요리사가 아니라 한다.
TV나 신문에 가끔 실리는 유명한 요리사들을 보면 최고의 재료를 찾아다니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하는 이야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자신도 시간을 들일 수 있다면 최고의 재료를 찾아다니며 모아 와서 최고의 돈가스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설사 그렇게 해서 만든다 할지라도 그렇게 해서 완성이 된 돈가스를 손님들에게 과연 얼마를 받아야 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 낸 자신의 돈가스 가격은 아마도 수십만 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과연 대한민국의 어떤 손님이 이 가격을 지불하고 먹을 것인가이다.

일본의 유명한 요리만화 <맛의 달인>의 글 작가인 카리야 테츠의 책을 보면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최고의 라멘(일본 라면)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먼저 홍콩에서 온 제면사를 고용하여 면을 만드는 데, 함수를 넣지 않아야 하고 국산 밀가루와 아이치 현의 유정란이 들어간다.
수프는 중국식 햄과 닭고기로 만든 상탕이라는 것으로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닭고기 역시 3년이 된 토종닭이다.
여기에 홋카이도의 오사스베 다시마와 마쿠라자키의 가다랑어포가 들어간다.
간장은 와카마야 현 고보 시의 것을 쓰고 돼지고기는 규슈의 다네가시마에서 구한다.
그렇게 만든 그 라면의 가격이 도대체 얼마냐고?
놀라지 마시라. 그 일본 라멘 한 그릇의 가격은, 35만 엔이다.
우리 돈으로 얼추 350만 원짜리 라면이다.
결국 좋은 재료를 쓴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좋은 재료를 쓰면 된다는 것이다.

정성의 문제는 중요하고도 중요한 문제다.
단, 요리에 대한 철학이나 기술이나 지식이 없는 정성은 공허한 것이라는 점만 알아두었으면 한다.

여기서 생각해볼 만한 비법은 단연 숙성이다.
우리나라 음식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숙성이다.
어떤 음식이든지 일단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을 해야 그 음식이 뭔가 보통은 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된 것이다.

필자가 한 번은 회(사시미)의 달인을 찾아본 적이 있는데, 결국 최고의 달인으로 선정을 하게 된 요리사의 비법 역시 숙성이었다.
보통 회 하면 살아 있는 생선을 바로 잡아서 즉석에서 회쳐 먹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은데, 이 요리사는 회 역시 수 시간의 숙성 과정을 거쳐야 회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왠지 아무리 회라 하여도 그냥 먹는 것과 뭔가 숙성 과정을 거치는 것 중에 후자가 더 그럴 듯 해 보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횟집에서 하는 바로 잡아 회를 내어오는 이른바 ‘활어회’는 과연 맛이 있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신동준의 맛은 이렇게 결코 쉽지 않고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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