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운영하면서 방송 타는 법
전설의 돈가스 제18화
나에게 전설이 되어버린 식당 <동갓>은 미디어에 꽤 자주 노출이 됐었다.
동갓이 있었던 2000년대 초중반의 약 4,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신문기사나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언론매체에 나온 것이 무려 60여 차례가 된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식당 주인들이 그에게 묻곤 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방송에 나갈 수 있는지.
자신들은 돈을 준다고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였다는데, 당신네 가게는 왜 이렇게 방송을 잘 타느냐는 절박한 질문이었다.
그러면 그는 그들에게 딱 한 가지만 물어본다.
“사장님, 손님에게 어필을 할 수 있는 사장님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을 받은 식당 사장님들은 어떻게 답을 했을까.
대부분의 식당 사장들은 이런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나의 강점은 이것이다, 우리 식당의 콘셉트는 이런 것이다 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방송사가 식당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이에 대처를 해야 방송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들이 보았을 때 뭔가 기사가 될 만한 꺼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의 식당의 성격에 맞는 이벤트들을 식당 사장이라면 끊임없이 연구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한 번은 신동준이 통일부에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내용은 탈북자들에게 돈가스 요리 교육을 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에게 요리 교육을 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물론 현실화되지는 못한 제안이었지만 이런 제안이나 이벤트들을 끊임없이 하는 과정에서 신동준의 동갓은 언론에 노출이 될 가능성이 많아졌던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사람들에게, 특히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맛집의 홍수 시대에 이런 집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 보여지는 이벤트에만 신경 쓰고, 정작 음식 맛에는 소홀히 한다면, 더 큰 피해를 입으리라는 건, 명약관화하리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는 그였다.
# 공동경비구역 JSA에 동갓을
대개의 사람들은 뭔가 한 가지에 몰두를 하게 되면, 무엇을 하든, 어떤 것을 보든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것과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된다.
진정한 프로정신은 무엇을 하든, 무엇을 보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람 이리라.
신동준이 자신의 식당을 홍보하기 위해, 동시에 자신의 음식 철학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당시 <공동경비구역 JSA>라는 영화가 전 국민적인 화제가 되었을 때도 유감없이 나타난다.
영화에서 초코파이라는 먹을거리가 남과 북의 친밀감을 높여주는 중요한 매개체이듯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사람의 차가운 마음도 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동준은 2000년 12월 7일 공동경비구역 JSA의 남과 북, 미의 병사들에게 자신의 돈가스를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국방부에 하게 된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담당자 귀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 명동에서 <동갓>이라는 돈가스 식당을 하고 있는 대표이자 요리사 신동준입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모든 병사들의 노고를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서로를 믿고 평화를 정착시키게 되는 훌륭한 매개체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동경비구역 안의 대한민국 국군 장병과 북한군, 주한미군 병사들이 함께 모여 잠시나마 맛있는 식사를 제공,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벽돌 한 장 쌓을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하게 청합니다. 건강하세요.』
하지만 남북관계가 급랭이 되는 바람에 이 이벤트는 실현되지 못하고 만다.
<유엔사 군정위의 답변서>
『미스터 신동준,
우리는 귀하가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경비병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겠다는 제의와 관련된 요청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안전상의 문제와 기타 여러 문제들로 인해 비무장지대 어느 곳에서든 이런 형태의 행사를 허가해 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국정전협정에 따라 민사행정과 관련된 인원들 또는 군사정전위원회가 특정적으로 허가한 인원들만이 비무장지대를 출입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을 귀하께서 인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인은 귀하께서 이 같은 요청을 하게 된 참 뜻에 감사하며 귀하께서 통일에 관한 긍정적인 말씀을 전달하려는 염원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공동경비구역은 주로 군대들 간에 정전과 관련된 회담과 남북회담을 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엔군사령부는 지금으로서는 귀하의 요청을 지원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유엔사군정위 비서장 미 육군 대령 마틴 디. 』
# MBC에서 <신돈>이라는 드라마를 한다고?
어느 날 MBC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대하드라마로 <신돈>이 방송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러분이라면 이 사실에서 무엇을 생각할까.
신동준은 신돈을 보며 머리를 굴린다.
‘신돈, 신돈, 신돈. 갓, 갓, 갓, 신돈.. 갓... 동. 갓?’
드라마 <신돈>은 신동준에게 있어서만은 동갓을 위한 드라마였던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신돈’을 검색해 보는데, 검색어 밑 부분에 보여주는 유사 검색어에 ‘돈가스’가 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신동준은 쾌재를 부른다.
그래서 이번엔 드라마 신돈과 동갓을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신돈의 작가 정하연에게 동갓을 한번 드셔 보시라는 이메일을 보낸다. 정하연 작가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한 이메일일 수 있겠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한 돈가스 집 사장의 기발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정하연 작가에게서 이렇다 할 답변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했고, 생각한 데서 마는 것이 아닌, 무엇이라도 행동을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 2002 월드컵을 나의 무대로
이러한 신동준의 이벤트 정신이 가장 최고조에 달한 것은 바로 2002년이었다. 누구나 가슴 떨리게 기억하고 있던 바로 그해,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해다.
자, 돈가스를 팔고 있는 한 식당 사장이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어떻게 활용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