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트로트를 찾아서 6
유산슬이 발표한 두 곡의 노래가 인기다. 가사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고 부동산을 합쳤구나.’ ‘합정역 5번 출구’는 역세권 개념을 사랑에 끌어 왔다. 망원역과 상수역에 합정역에서 사랑을 얘기한다. ‘사랑의 재개발’도 마찬가지다. 제목에도 나오듯이 부동산의 주요 이슈 중 하나인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개념을 가져왔다. 그렇기에 노래가 신박해진 것이다. 이렇게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더하는 데서 크리에이티브가 나온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주었다.
잠시 딴 얘기했다. 내 인생에서 트로트의 흔적을 찾아보는 이야기 계속 이어간다.
‘안동역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그런 노래가 있다는 것, 게다가 대중들에게 상당한 사랑을 받는 노래라는 건 알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꼭 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노래자랑이다. 알고 지내던 한 축제 감독이 연출하는 노래자랑대회에 나도 참여를 한 적이 몇 번 있다.
대개 예선을 거쳐 본선 무대에 서게 할 10여 명의 출연자를 선정한다. 본선의 심사는 명망 있는 가요 전문가들을 모셨지만 예선은 나도 심사위원의 일원으로 참여한 적이 많았다. 사실 내 스스로는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를 하고 있기에 가능했고 자격이 되었다.
근데 예선이야 신청자가 어떤 노래를 들고 나오든 상관없기에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밖에 없다. 잘 부르거나 캐릭터가 재미있으면 적당히 듣다가 ‘딩동댕~’ 하고 음정박자가 자유롭거나 별 개성이 없으면 가차 없이 ‘땡!’을 친다.
그런데 예선 참가자들이 부르는 노래가 겹치는 곡목들이 꼭 서너 곡이 있었는데 그중 유독 많이 들고 오는 노래가 바로 진성의 ‘안동역에서’였던 것이다. 나는 예선의 심사를 보면서 처음 들은 노래였다.
네, 다음 참가자 나오세요. 어떤 곡 준비하셨나요.
안동역에서요.
네, 시작하시면 돼요. (예선은 대개 무반주다.)
잠시 후 또 다른 예선 참가자.
어서 오세요. 어떤 곡인가요?
안동역에서 준비했습니다.
잠시 후 또 다른 참가자.
무슨 곡 부르실 건가요?
안동역에서 쥑이기 합니다.
윽, 또 안동역에서야? 이 노래, 도대체 뭐지?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오는 건지 못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안타가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기적소리 끊어진 밤에
하지만, 참가자들의 실력이 감흥을 주지 못해선지 그때뿐이었고 안동역인지 경주역이지 이내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