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설거지하는 식당

전설의 돈가스 제28화

by 김영주 작가

동갓이라는 맛집은 여느 식당과 다른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손님이 자신이 먹은 그릇을 직접 설거지를 한다는 것은(물론 강제는 아니고 손님의 선택 사항이다. 직접 설거지를 하면 1000원을 돌려받는다.)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식당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도 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이다. 언젠가부터 퍼지기 시작한 셀프서비스라는 방식과도 차원을 달리한다고나 할까.


도대체가 손님이 직접 설거지를 한다는 발상은 어떻게 시작이 된 것일까.

사정을 알고 나면 신동준 사장이 무슨 전략이라도 가지고 계획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우연히 시작이 되었다가 정착이 된 제도였다.


2001년 5월 SBS의 <리얼코리아 ‘그곳에 가면’>에 방송이 나가고 난 후 동갓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한다.

당시는 인터넷을 통한 100% 예약제도 아니었기 때문에, 테이블 3개의 작디작은 식당 앞에서 손님들의 길고 긴 행렬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당시 신동준이 하는 일은 하루 종일 돈가스를 만들고 밤에 문을 닫고 나면 내일 사용할 소스를 밤새 만드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는 날이 계속되었다.


하루하루 몸이 지치고 기운이 빠져가 어느 날인가부터는 비몽사몽간에 소스를 만들곤 하는 새벽이 계속되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기어이 사고가 터졌다.

새벽 2시 정도 되었을까, 무거운 눈꺼풀을 한 채로 소스를 준비하던 신동준은 그만 날카로운 칼날에 손바닥을 베이고 만다.

꽤 깊이 베었는지 피가 터져 나오고 결국 백병원의 응급실로 피가 철철 흐르는 손을 부여잡고 뛰게 된 것이다.

꽤 많이 꿰맸다고 한다.

도저히 음식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음식을 만들 수 없었으니 신동준은 고민을 오래 할 것도 없이 영업정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길로 붕대를 감은 손을 한 채 근처 PC방에 가서 한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일단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렸다.

『손님 여러분, 저의 부주의로 손을 크게 다쳐 부득이하게 오늘부터 최소한 10일 정도는 영업을 하지 못합니다.』라는 공지를 띄우고, 그냥 오는 손님들을 위해 [손을 다쳐서 영업을 못 함], [영업 10일 못함]이라고 프린트를 해서 가게 앞에 붙이고 그날부터 휴식에 들어간 것이다.


명동에 와서 2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왔던 그이기에 하루 이틀은 피곤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집에서 푹 쉬고 있었는데, 한 4일 정도 되니 몸이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청소라도 하자는 핑계를 삼아 가게를 나왔는데 마침 영업을 잠시 쉬는 것을 모르는 손님 2명이 가게 문을 연 것이다.


“어? 아저씨,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나와 계시네요. 손은 다 나으셨어요?”

홈페이지에서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았지만, 자신의 가게로 온 손님들을 보니 신동준은 몸 둘 바를 몰라했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얼마든지 대접을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처지라 붕대를 한 자신의 손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다.


“죄송한데요, 돈가스를 만드는 거야 어떻게 해볼 수는 있겠지만, 보시다시피 손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거든요.. 다음에 오시겠습니까?”


이렇게 얘기하면 당연히 손님들은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물만 안 들어가면 되는 거예요? 그럼 설거지 저희가 하면 되잖아요!”


이렇게 해서 식당 주인 겸 요리사는 아픈 손을 부여잡고 돈가스를 만들고, 손님들이 스스로 자신이 먹은 음식 찌꺼기를 치우고 그릇을 설거지하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이 된 것이고, 신동준은 미안한 마음에 1인분에 1000원씩을 돌려준 것이다.


손님이 직접 설거지를 하는 상황은 그다음 날도 계속되었다.

그래서 신동준은 ‘이상하다, 착한 손님들만 오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손이 다 나아 실밥을 뽑았는데도 들어오는 손님들은 “여기 설거지하면 1000원 진짜 줘요? 너무너무 재밌다~”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게 되고, 결국 셀프 설거지는 동갓만의 재미있는 제도로 정착을 해버린 것이다.


MBC <6시 화제집중>과 KBS의 <VJ특공대>에서 동갓의 손님들이 설거지하는 식당이라는 주제로 방송을 다루어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설거지가 가능하다는 것은 동갓의 맛에 대한 손님들의 검증서라고 할 수 있다.

맛이 없다면 설사 100만 원을 준다 해도 손님들이 즐겁게 직접 설거지를 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명동 시절을 접고 신촌으로 와서 다시 문을 열 때까지 1년 반이라는 적지 않은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설거지 제도는 면면히 이어져 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된 것이다.


손님이 자신이 먹은 음식을 직접 설거지하는 제도.

신동준은 영국 기네스 본사에 이 사실을 알릴 것인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동갓 홈페이지에는 셀프 설거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놓았다.

손님들은 식사를 마치고 나면 셀프 설거지를 할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와서 다음의 사항을 반드시 읽어보고 설거지에 임하게 된다.


1. 환경을 생각해서 세제는 사용하지 않으며, 비누만을 사용합니다.

2. 설거지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는 예약하실 때 신청을 하셔야만 합니다.

3. 수도 밸브 파이프 연결 부분이 좀 약하오니 수돗물을 트실 때는 살살 움직여야 합니다.

4. 설거지는 수세미에 비누를 묻혀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헹굴 때가 더 중요합니다. 수세미로 흐르는 물에 접시나 잔의 비누 끼를 말끔히 없애야 합니다.

5. 식사시간이 길어지고 다음 예약 시간이 다가올 때는 부득이하게 못할 수도 있습니다.

6. 음식을 다 드신 다음 주방으로 그릇을 들고 가 깨끗이 닦고 행주를 빨아 물기를 닦은 다음 싱크대 아래쪽에 보시면 접시 놓는 칸이 있사오니 가지런히 올려놓으시고, 잔은 정수기 위에, 젓가락은 젓가락 통에 놓으시면 됩니다.

7. 물로 닦은 접시의 물기는 바닥에 털면 안 됩니다. 바닥이 더러워지거든요. 싱크대에 대고 털면 됩니다.

8. 행주를 깨끗이 빨아서 자기가 사용했던 탁자도 닦으셔야 합니다.

9. 셀프 설거지는 다음 손님이 깨끗하게 음식을 담아야 되는 접시로 사용됩니다.

10. 셀프 설거지를 다 하셨다면 카운터에 녹차와 봉다리 커피가 준비되었사오니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물론 셀프입니다.

11. 마지막으로 설거지 값을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1인분 1000원). 혹시, 제가 정신이 없어 깜빡할 수도 있사오니 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설거지 값 안 드린 게 3번 됩니다. 설거지 과실 사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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