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춤추게 하는 식당

전설의 돈가스 제29화

by 김영주 작가

동갓을 한 번이라도 갔던 손님들이라면 동갓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동갓을 찾은 손님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가듯, 사장 신동준에게도 한 분 한 분의 손님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정성스러운 음식을 내고 이벤트를 열어주고 그들의 젊음과 사랑과 행복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동갓의 어떤 점이 신동준 사장과 손님들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어준 것일까.


일단 동갓은 홈페이지를 통한 100% 예약제이기 때문에 동갓을 가려고 생각을 하는 손님들은 미리 홈페이지를 보고 동갓에 대한 예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경험들 있지 않은가. 연예인을 우연이라도 직접 보게 되면 신기함과 놀라움을 느끼고, 혹 그 연예인을 평소에 좋아하고 있었다면 직접 보는 그 순간 가슴이 뛰었던 순간.

이는 매우 당연한 현상인데, 이렇게 연예인에 대해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TV든 지면에서든(요즘은 웹이다) 자주 봐서 인상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동갓의 홈페이지는 요즘으로 치면 유튜브의 ‘동갓TV’나 마찬가지이고, 신동준은 동갓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인 셈이었다.

인터넷에서나 보던 주인공을 직접 오프라인 상에서 보게 되면 누구나 묘한 기분이 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는 손님은, 현실에 존재하는 동갓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홈페이지에서 봤던 바로 그 주인이 실실 웃으며 반기는 광경을 목도하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동안, 먹는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지는 신동준의 입담에 웃게 되고, 예약을 하면서 코웃음을 치곤 했던 다른 손님들의 엽기적인 사진 포즈를 어느새 자신이 취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동갓은 다른 식당처럼 음식 값을 받고 공손히 '또 오세요'라고 인사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신동준은 그날 방문한 손님들의 사진을 재미있게 또는 감동적으로 홈페이지에 올렸다.

자신의 사진이 올라와 있으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인가.

동갓에서의 시간이 하나도 빠짐없이 떠올라 후기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야 홈페이지가 있는 식당이 많지만 사실 웬만해서 후기를 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동갓에 한번 발을 들이면, 첫 후기에 '또 갈게요'라는 약속을 했고 재방문을 한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 동갓에 가면 손님들은 미쳤다


동갓을 찾았던 손님들의 유형은 대부분 젊은 커플이 제일 많았고, 다음이 젊은 부부, 여자 친구 사이 순으로 예약을 했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남자들끼리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단 예약을 한 손님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신동준의 손님 길들이기가 시작된다.


잠시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눈다.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음식을 드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딱 한 번 있었다. 대구에서 올라온 어머니와 딸의 경우인데, 비행기 시간이 1시간밖에 남지 않았던 경우이다).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할 때 인사가 있었기 때문인지 손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그때의 분위기로 같이 묻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 할지라도 분위기 용 멘트를 적절하게 날리곤 한다.


“진짜 예약한 거 맞아요? 어디 신분증 제시~”라거나, 여자 손님들에겐 100% 필수로 “정말 미인이십니다.”를 건넨다.

물론 이 얘기는 농담처럼 말을 하는데 진짜 농담일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농담이라도 이런 얘기를 듣는 여자는 열이면 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자신의 말이 정말 농담이었다고 실토를 하게 되면 그 순간 동갓 안은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 얘기가 진담인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따뜻한 녹차 한 잔을 테이블 위에 올린 다음에야 신동준은 주방 안으로 들어가 진짜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어떤 때는 음식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손님들과 너무 놀아 무려 2시간이 지나서야 음식을 드린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어떤 화제에서 손님과 논쟁을 벌이거나 코드가 맞는 것을 발견하면 서로가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신동준은 손님에게 “어이구,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네요. 저 송금해주신 음식 값 환불해 드릴 테니 중국집에서 짜장면이나 시켜 먹을까요?”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벌이기도 하니, 그 어떤 손님이 이 동갓이라는 악마의 소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음식을 준비하고 음식을 내가면서도 신동준의 손님들에 대한 참견은 계속된다.

특히 사진을 찍기로 예약을 한 손님들에 대한 기념촬영 때 분위기는 절정에 달하는데, 이때 신동준은 최대한 억지를 부리기도 했는데.

이렇게 포즈를 취해 봐라, 저렇게도 해 봐라 하며 돈가스를 먹지 못하게 하니, 손님들은 빨리 먹기 위해서라도 신동준의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사장과 손님 사이의 유대감을 긴밀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빨리 제가 원하는 포즈를 취하지 않으면 다음 음식 안 나옵니다!” 하는 사장의 반강제 협박에 응하면서도 손님들의 얼굴엔 재미가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


좀 친밀하다 싶어 보이는 남녀 커플들에겐 반드시 시키는 것이 키스였다.

그것도 막 나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돈가스 앞에서 말이다.

키스를 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실제로 입술을 대게 하지는 않는다.

입술과 입술 사이의 간격을 대략 1mm 정도로 유지를 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남자와 여자를 감질나게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아슬아슬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닿을까 말까 하는 키스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포즈를 취하는 것은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당사자들에겐 얼마나 고역일 것인가.

그것도 아스라한 향기가 코 속으로 마구 들어오는 신동준만의 돈가스 앞에서.


한 번은 생일을 맞은 커플 손님이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남녀는 어색한 듯이 가게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신동준은 녹차를 대접하고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었는데, 옆에 있던 필자가 느끼기에도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침 며칠 전 신동준의 디지털카메라도 고장이 나서 사진 촬영 이벤트도 할 수 없게 된 상황인데, 도대체 잠시 후 어떤 방식으로 손님들을 요리할지가 너무 궁금했다.

물론 손님이 오면 항상 트는 클래식 음악이 약간의 도움은 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던 차였던 것이다.

잠시 후,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신동준이 손을 닦으며 홀로 나왔다.(물론 주방에서 홀로 나오는 데는 1초면 된다.) 손님 앞으로 다가선다.


“아, 녹차는 맛있어요?”

“예.”

“오늘 생일이 누구예요?”


남자가 여자를 가리킨다.

신동준은 남자에게 물어본다.


“그럼, 오늘 이벤트 해주실 거죠?”

“네? 무슨..?”

“아니, 여자 친구가 생일인데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아요?”

“그, 그쵸.”

“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신동준은 오디오 쪽으로 가서 음악을 고르고는 누른다.

신나는 음악, 경쾌한 음악이 동갓을 흔들기 시작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Burning Love'다.

갑자기 커다란 댄스곡이 지축을 흔들자 재미 반 당황 반의 남녀에게 신동준이 다가간다.


“자, 남자분 일어나세요.”


남자, 머뭇거린다.


“아니, 뭐 해요, 빨리 일어나세요!”


남자, 일어서 신동준과 마주 보고 선다.


“자, 춤추세요!”


남자, 어쩔 줄 몰라한다. 여자는 웃기 시작하고.


“아, 정말 못 춰요? 나 내일이면 50이야~~ 자, 그럼 나 따라 해요!”


신동준은 어깨를 올렸다 내렸다, 허리를 돌렸다 하며 남자에게 따라 하라며 춤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 여자 분도 일어나시고~”


순식간에 5평 공간 동갓이 식당 주인과 남녀 손님이 춤을 추는 나이트클럽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분위기를 달구고 나서 꼭 잊지 않고 물어보는 것은 도대체 어떤 과정으로 동갓을 오게 되었는가, 다.

이 커플의 경우도 인터넷의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생일 음식점’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동갓이 많이 나오게 되어서 홈페이지에 들어와 둘러본 다음 방문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신동준이란 사람은 왜 손님과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과거 예약제를 하지 않고 무작위로 손님을 받을 때에 느꼈던 좋지 않은 기억들이 원인이다.

들어와서 앉자마자 빨리 달라고 떼쓰는 손님, 이 집에서 제일 잘하는 것이 뭐냐고 으름장을 놓는 손님, 전화해서 거기 어떻게 가야 하는 거냐고 허구 헌 날 묻는 손님들에게 지친 것이다.

이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예약제 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신동준은 스스로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색깔 없는 식당 주인이자 요리사가 되기를 거부한 것이고, 그런 자신이 받고 싶은 손님 역시 준비를 해오는 사람이기를 바란 것이다.


물론 돈을 버는 게 최종 목적 중 하나이겠지만, 그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 얼마나 허무할 것인가.

음식 장사도 우아하게 예술로 승화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를 신동준은 고민했다.

예술이라 함은 먼저 남들이 감히 할 수 없는 거대한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식업이니만큼 1차적으로 음식의 맛이 남달라야 하고, 1차적으로는 오시는 손님들도 달라야 할 것 같았다.

여기에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신비한 공간의 창출이 필요했던 것이다.

예약제로.


예약을 하신 손님이란 다름 아닌 사장의 뜻을 거의 이해를 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분이라는 뜻이다.

예약을 하는 그 순간 이제는 동갓에서 도망칠 수 없는 것이다.

예술적인 요리사와 예술을 이해하는 손님이 만나 진정 아름다운 예술이 탄생하는 것이다.

신동준은 이런 생각을 가끔 하곤 했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가 지금 살아 있다면 반드시 동갓에 예약을 하고 찾아올 거라고.

그들이 동갓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신동준은 답례로 악마의 교향곡이라 불리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3번을 틀리라고.


동갓에 한 번 오신 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추억을 간직한 채 동갓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신동준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감동을 드리고 싶다. 당신도 나에게 감동을 달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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