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 그리고 식당 동갓

전설의 돈가스 제30화

by 김영주 작가

내가 동갓에 푹 빠져 있을 때, 영화 <왕의 남자>가 관객 1000만을 돌파하면서 그 원인과 의미를 분석하느라 난리가 났었다.

기존의 대박 공식을 많은 부분 거스르고 있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대박을 내려면 다음과 같은 공식을 지켜야 하고 여기에 운이 더해지면 된다.

첫째, 분단을 소재로 삼을 것.

<실미도>가 그렇고,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렇고, <태극기 휘날리며>가 또한 그랬다.

분단이라는 우리나라만의 상황을 얼마나 감동적이고 재미있게 버무리느냐에 따라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 하는 것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폭 코미디도 대박의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공식 중에 하나이긴 했다.

둘째, 스타 메이킹을 할 것.

이는 거의 모든 영화에 적용이 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공식이기도 하다.

같은 이야기라면 주인공을 장동건이 하는 것과 아무도 모르는 신인 배우가 할 경우의 관객 동원력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이다.


셋째, 배급을 장악할 것.

아무리 재미있고 좋은 영화라 할지라도 극장에 걸리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급회사의 파워가 중요한 것이다.


넷째, 제작비와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할 것.

이 역시 돈을 많이 들인 영화가 그만큼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있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조금이라도 관심을 끄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 <왕의 남자>는 이 모든 대박 공식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었다.

분단이나 조폭을 소재로 삼기는커녕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금단의 소재인 사극을 택했다.(당시엔 그랬다. 오죽하면 사극 괴담이라는 말도 있었겠는가.)


배우 역시 오빠나 누나 부대를 몰고 다니는 스타를 기용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별로 독특한 색깔이 없어 보였던 감우성과 신인 배우 이준기에 평소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정진영을 기용했고, 감칠맛 나는 조연이긴 하지만 노멀한 유해진을 쓴 것 것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킹콩>이나 <태풍>에 비해 현저히 적은 스크린을 확보한 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제작비 역시 <킹콩>은 말해봤자 입만 아플 것이고 비슷한 시기에 장동건과 이정재, 이미연의 쓰리 톱과 분단 상황이라는 소재, 수백억의 제작비에 곽경택이라는 스타 감독, 대량 스크린 확보를 한 <태풍>에 비하면 약풍도 안 되는 소박하기 짝이 없는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태풍>은 빠른 시간 내에 소멸하여 버렸고, <킹콩>은 어느 정도의 성과만 거둔 데 비해 생각지도 않았던 <왕의 남자>가 순풍에 순풍을 타 결국 1000만이 넘는 초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그렇다면 식당을 하는데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어떤 공식을 따라야 할까.

몇 가지 법칙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메뉴가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 식당 역시 자금 이 튼튼해야 한다.

셋째, 당연히 맛이 좋아야 한다.

넷째, 입지나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 넓은 주차장이 확보되어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다섯째,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동갓>은 위의 식당 대박 공식을 역시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었다.

한 가지 메뉴밖에 없고 그것도 돈가스다.

돈가스는 거리에 널린 메뉴다.

돈가스 전문점은 물론이고,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 먹을 수 있다.

자금 쪽은 직접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테이블이 고작 3개라는 데서 확신에 가까운 추측만 해볼 뿐이다.

입지도 좋지 않았다. 뒷골목이었다. 주차장? 당연히 없다.

가격이 싼가? 매우 비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돈가스 치고는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게다가 아무 때나 갈 수도 없다, 예약을 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동갓이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맛 밖에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동갓>으로 지속적으로 손님들이 왔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가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갈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동갓은 외식업계에서 왕의 남자였다.


이제 슬슬 전설의 돈가스를 마무리해야지 싶다. 다음 글에서 그동안 못했던 말을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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