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글 쓰게 되는 식당
전설의 돈가스 제 31화
동갓은 식당 홈페이지에 들어와 예약을 하고 결제를 해야 입장이 가능했던, 100% 예약제였다. 문턱이 무척 높은 식당이었다. 그런데도 손님들은 후기를 썼다. 당시 내가 눈여겨봤던 게시판의 글 몇 개를 그대로 소개한다.
<손님 게시판>
■ 작성자 남OO/이OO 작성일 2005/10/03
제목 먼가 특별한 데이트
남자칭구와 200일 기념.. 우리는 너무도 가까운 곳에 살고 있지만 맘놓고 볼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남자친구가 지금 편입 때문에 미친듯이 공부만 해야하기 때문이지요. 첫만남부터 매일매일 붙어다녔던 우리에겐 너무나 큰 시련이.. 윽! 하지만 서로의 미래를 위해 잠시 만나지 않기로 했어요. 저 그 때 한 2틀 동안 울기만 했어요. 내년 2월까지 만나지 않기로 해서 사실 이번 기념일은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었어요. 정말 헤어진 사람들처럼 연락조차 안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오빠에게 문자 하나가 왔어요. 일요일날 시간 비워두라구.. 저녁이나 한끼하자구..
그리고 드디어 D-day! 동네에서 조촐하게 밥먹을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신촌을 가자데요.. 가면서 설명을 해주는 거에요. 딱 도착했는데 7시였어요. 8시 예약인데.. 그럼 대부분 몇 시 예약했다라구 하면서 그냥 들어갈텐데 계속 시간 맞춰가야 한다면서 안 들어가더라구요.. 배고푸고 힘들어 미칠 지경이었어요.. 대충 시간 채우고 가게 앞을 갔는데 두 번째 시련.. 엄청 초라하구 그냥 낡고 오래된 분식집.. 그렇게 느껴졌어여..일단 안에 들어가면 멋지겠지.. 하는 맘으로 딱! 들어갔는데.. 테이블은 달랑 3개.. 좀 당황했지여..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그 생각이 어리석었단 걸 알았아요. 첫 번째 즐거움은 사장님의 입담이었어요. 그리고 들어간지 1시간 뒤에나 나온 돈까스.. 너무 고급스러워 보였고 맛 또한 최고였어여.. 첫 번째로 나온 깻잎동갓.. 돈까스라면 보통 나이프, 포크, 소스..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동갓은 통째 들고 한 입씩 베어먹는... 정말 색달랐어요. 음... 두 번째 고추동갓.. 저 사실 고추 못 먹거덩여.. 근데 여기서 첨으로 먹는데 성공했어요.. 우와~ 제 자신한테두 놀랐어요.. ㅋㅋ 세 번째 흰구름동갓.. 솔직히 무슨 무슨 맛이었다라고 쓰고는 싶은데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맛이라.. 아이스크림튀김은 말로는 많이 들어봤는데 먹어보니 참.. 모든 음식이 눈깜짝할 사이 사라져버리더군요ㅠㅠ 지금 글 쓰면서 생각하고 있는데 또 먹고 싶어용~~ 마지막 설거지.. 식당에 손님으로 가서 설거지라... 1000원으로 저희 차비했어용~ 남자친구 만난 이래로 이렇게 기억에 남을만한 일은 첨이애요. 너무도 아담했고 고정관념을 깨버렸고 저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신 남자친구와 동갓 사장님.. 너무 감사하구여 앞으로 자주는 안되지만 가끔씩 기념일마다 한번씩 가자구 오빠랑 얘기했어요. 담에는 제발 시 쓰는 건 시키지 말아 주세요~~ ㅎ1ㅎ1
p.s. 겉 모습만이 최고는 아니다... 그쵸?
■ 작성자 이OO 작성일 2005/09/10
낼 옆친 생일인데.. 먹는 것으로 선물 하려구요.. 암튼 2명 풀코스 예약합니다. 15시오.. 돈은 지금 바로 입금하도록 하죠.. 그람 낼 최고의 만찬 부탁드립니다...
■ 작성자 김OO 작성일 2005/02/03
제목 ㅣ 2월 27일 3시 30분 예약합니다. 안녕하세요? 엄마 아빠 초등학생 유치원생 이렇게 한 가족이 방문하고자 합니다. 세미코스 4인분을 시키면 너무 많을까요? ㅎㅎ 사진 촬영도 부탁드립니다. 딸 아이들이 엄청 기대하고 있답니다. ㅋㅋ
■ 작성자 윤OO 작성일 2005/08/15
제목 너무나 맛난 점심과 함께 한 900일
안녕하세요 아찌..ㅋㅋ
13일날 900일 기념으로 다녀간 커플 중 여자입니다. 제가 좀 후기가 늦었죠? 어제 엊그제 모두 컴할 시간이 없어서 이제야 글을 남기네요~ 혹시 글 안 남겼다고 삐지신 건 아닌지 몰라요. ㅎㅎㅎ 예전부터 정말 꼬옥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제야 가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행복했답니다. 명동시절 학교가 그 근처여서 가끔 들러보기도 했었는데 갔을 때마다 문이 굳게 닫혀 있더라구요. 아저씨의 특별한 경영철학(?) 때문에 저는 번번히 발걸음을 돌려야했죠. 그리고는 드디어 이번에 맛을 보게 되었네요~ㅎ 후덥지근한 토욜 오후..약간 일찍 도착했어요. 역시나 문은 굳게 닫혀 있더라구요. 생각했던 거와 마찬가지로 외진 곳에 아주 소박하게 자리잡은 식당이었어요.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악마의 계단을 열심히 청소하는 학생들뿐..ㅎㅎ 예정된 시간이 지났는데도 문이 안 열려서 사실 쫌 걱정했어요~ 혹시나 오늘 예약을 잊으신 건 아닐까 하고?ㅎ 근데 저 멀리서 아저씨의 모습을 보았죠.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답니다~ 사진하고 실물하고 똑같으시던데요..ㅎㅎ 가게에 들어서니 역시나 소박하고 아주 정겨운 세 테이블..ㅋ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는 아저씨와의 대화와 함께 시작하는 식사. ㅎㅎ 기다리는 시간이 약간 좀 길긴 했어도 절대 지루하지 않았어요. 배가 고픈 거 살짝만 빼면..ㅋ 아저씨의 즐거운 입담과 어떤 음식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ㅎ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단무지.. 새콤하면서도 파인애플 맛도 나고 겨자맛도 나고 색은 녹차색..ㅋ 색깔도 너무 이쁘고 정말 아삭한 맛에 계속 손이 가더라구요. 드이더 메인 음식이 나오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제가 원래 돈가스를 안 조아 하거든요. 고기를 안 먹어서요. 근데 동갓의 돈가스는 뭐랄까 정말 전혀 느끼하지 않고 다져진 고기와 함께 야채가 가득 들어서 고기 맛이 많이 나지 않아서 그게 참 좋았어요 저는.. 그리고 야채마다 각기 다른 소스의 맛도 특이하고 아주 맛있었답니다. 풀코스는 많을 거 같아서 세미를 주문했는데 음식이 나오자 마자 바로 후회했죠. 풀코스를 시킬 걸 하고 말이에요..ㅎ 남자친구도 너무 맛있어 하고 서로 여기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서로 토론하며 먹었다니까요..ㅎㅎ 흰구름동갓의 도톰한 고기의 질이 정말 부드럽게 씹히면서 안에 들은 그 무언가와 함께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고, 고추와 깻잎 동갓은 돈가스라기 보다 그냥 흠, 고로케?ㅋ 야채와 다진 고기가 잘 섞여서 전혀 느끼하지 않고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맛이었어요. 조금만 더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건 무엇때문이었는지..ㅎ 그리고 너무 기대했던 아이스크림 튀김은.. 정말 실망시키지 않는 맛이었어요. 정말 작다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10개도 더 먹을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ㅎㅎ 겉은 바삭하고 과자같은데 한 입 베어물면 입에서 살살 녹으면서 차가운 맛이 입 안으로 쫘악~~ 그거 먹고 남자친구한테 만들어 달라고 땡깡 부렸네요~~ 남친 아마 이제 집에서 연구 돌입할 겁니다. 남친도 아주 만족해 했어요. 그래서 너무 즐겁고 행복한 900일 식사였어요. 그리고 설거지까지.. 모 남친이 다 해서 전 편했지만.. 설거지 하면서 더 사랑도 싹 트고 좋은 거 같아요. 다른 식당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동갓만의 정겨운 대화와 식사. 꼭 원래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인 거처럼 편하고 즐건 시간이었네요~ 절대로 잊지 못할 거에요. ㅎㅎㅎ 근데,, 다음 번엔 아이스크림 튀김 좀 ㅓㄷ 크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다음번 1000일엔 더 멋진 메뉴와 멋진 음식 기다려도 되죠?
■ 작성자 이OO 작성일 2005/10/18 제목 이OO 예약합니다!
결혼 후 17년이 되도록 아내에게 무심한 사람으로만 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사명감?? 때문에 올해는 기필코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모의하기로 하고 실탄은 어느 정도 비축을 했지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근사한 식사 대목에서 막혀버렸네요. 인터넷에서 돌파구를 발견할 수 있을까 하며 야후에서 결혼 기념파티를 치니... 헉! 제일 첫 번째에 떠오르는 여기! 내가 제대로 집은 것 같아 반갑고 기대됩니다. 돈가스를 좋아하는 아내, 일본에서 살 때 먹어본 이상으로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느낌 팍!!! 자기가 하고싶은 일 마음대로 하며, 성취감과 보람을 만끽하면서 쩐도 솔찮이 쌓이는 그런 인생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부러우~ㅁ) 아내지만 함깨 쌓여가는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나도 같이 힘들어요~)를 어느 정도 해소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도착하는 시간까지 아내에게는 어디로 가는지 비밀로 하렵니다. 10월 22일 (토) 20:00 풀코스로 2인, 와인은 아직 길들여 있지 않아 맥주 한 잔 해야겠죠? 바로 ARS 입금 예정임다.
■ 작성자 조OO 2005/10/29
(생략) 풀코스의 마지막 걸작! 배윤정동갓+두부스테이크! 이거이거 정말 예술~~ 판타스틱! 동갓에서 돈가스만 나오라는 법은 없다! 고급스러운 두부 튀김에 돈육 스테이크! 이전 것과는 또 다른 업그레이드된 소스에 색다른 샐러드까지... 마지막으로 볶음밥까지... 일단 밥 조금에 두부스테이크에 소스를 얹어 한 입 먹으면.. 바로 맛의 행복의 결정체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 오리라~!!! 정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내가 몸소 느끼기는 처음... ㅠ.ㅠ 감동.. 정말 풀코스를 선택한 것이 후회하지 않도록 해주는 음식~!! 아마 이 걸작을 맛보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뻔...
이제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 튀김! 이것은 사장님 대학 시절 기계과에서 배운 열역학과 열전달이 빛을 발하는 결정체라고나 할까... 비록 사진 찍는 동안 조금 녹았지만 내가.. 아니 인류가 원하던 그 맛,,, 아이스크림의 시원함과 개운함에 튀김의 바삭거림과 아작아작 씹히는 그 무엇이 더해져 맛의 행복함이 정리되는 이것...
흰구름동갓에서 눈으로 행복하고.. 깻잎동갓에서 향으로 행복하고... 고추동갓에서 혀의 자극으로 행복하고.. 배윤정동갓+두부스테이크에서 맛으로 행복하고.. 아이스크림튀김에서 이 모든 행복함이 정리되는... 한마디로 완벽한 식사였다고 본인은 자신있게 외칠 수 있었다...
■ 작성자 심OO 작성일 2005/03/04
제목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특별했던 3월 1일이 지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왔어요. 두 사람 모두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침엔 연구실에 출근하고 실험을 하고 기숙사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지내고 있어요. 참 소중한 사람에게 ‘하루’라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던 저에겐 이곳은 맛있게 한 끼 식사를 하는 밥집이라기 보단 커다란 이벤트였어요. 어렵고 힘들게^^ 찾아간 가게 문을 열어보니 단 3개의 테이블. 작다라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가 준비된 사람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시판 글로 이미 상황까지 알고 맞아주시는 사장님. 갑작스레 시작된 삼일절 기념식. 생일을 맞으셨던 두 커플 분들 처음엔 조용하던 남자친구도 금방 분위기에 편해했구요^^ 음~음식^^ 어떻게 이렇게 깨끗한 맛이 날까..라고 생각되었던 맑은 된장. 염색되었지만 전혀 인공적이 아니었던 단무지^^ 줄어드는 게 아까웠던 감자고로케. 돈가스에 맞춰 재료도 소스도 온도도 달라졌던 샐러드.. 돈가스도 돈가스였지만 이런 하나하나가.. 그래서 동갓이구나..라는 느낌을 들게 했답니다. (처음엔 배고파서 정신없이 먹었지만) 사장님^^ 특별한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날 해주신 말씀들도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날 기억들과 사진들이 힘이 된다는 거..^^ 고맙습니다.
86주년 2005, 3.1절 기념을 동갓 손님들과 함께... (사진들 재밌다)
■ 어느 블로거의 글
<동갓> - 오마이갓!
세상에 수많은 음식점이 있고, 맛 또한 천차만별이지만 동갓은 특이하다. 유별나다. 별종(?)이다.
신촌하면 북적대고 첨단을 걷는 분위기가 연상되지만 동갓은 신촌역 인근의 뒷골목 언덕빼기 허름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날이 갈수록 어지러워지는 세상, 거창하고 화려함에 큰 대접을 내놓는 요즈음- 동갓은 분명 거꾸로 가는 시계이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과 비교를 하면 분명 촌티가 자르르 흐르지만 동갓에서는 촌티가 화려함을 이긴다. 그것도 아주 일방적으로.
화려한 인테리어만을 고집하는 명품 족들은 절대 가시지 말 것. 편안한 안락의자만 좋아하는 사람도 절대 가지 말 것. 인간의 정이 뭔지 모르거나, 혀의 감각이 둔하거나, 질 보다 양만 찾는 분도 절대 가시지 말 것.
예술적인 이름인 흰구름동갓 - 한 입 베어 먹으면서 신선이 노니는 흰 구름을 떠올린다면 그것만으로도 건강에 산소를 듬뿍 주는 일이 될 것이다.
배윤정동갓 - 사람 이름을 그것도 손님의 이름을 음식으로 삼다니! 동갓 최초의 단골손님을 기리기 위해 만든 음식. 일명 누드동갓. 그 상큼한 맛이란.
아이스크림튀김 - 누가 처음에 이런 발칙한 상상을 했는지 모르지만 참 별난 음식이다. 뜨거움과 차가움의 오묘한 조화, 냉과 온이 한 이불을 덮고 있다니..
고추동갓과 깻잎동갓은 한국적인 깊은 맛이 담겨있다.
맛을 아시는 분들은 꼭 한번 가보실 것. 새록새록 옛 추억을 되새김질하시는 분들이거나, 언덕에 누워 흘러가는 흰 구름을 보는 걸 좋아하는 분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간적인 멋과 맛을 보여주길 원하는 분들도 꼭 한번 가보실 것.
* 동갓의 단점 및 분석
1) 가격이 만만찮다. (그러나 혼이 들어있는 음식을 헐값에 팔 수 없다는 게 주인장의 생각임 - 복사판과 원판의 가격차이가 당연한 듯)
2) 허름하다.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 누군가는 거꾸로 가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게 주인장의 철학)
3) 인터넷 사전예약만 받는다. (지독한 고집이다. 전화예약도 안 받고 당일 예약도 안 되고 그냥 찾아오는 사람은 돌려보내고, 일견 소비자를 힘들게 하는 나쁜 제도이다. 그러나 이 땅에 예약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주인장의 선구자적인 입장이 이해된다.)
안 가 봐도 후회하고 가 봐도 후회되는 곳 - 그곳이 동갓이다. 동갓 - 새콤달콤 알쏭달쏭 묘한 중독성이 있는 곳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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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나에게는 전설의 돈가스 집인 동갓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