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3.5프로TV 그리고 사과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인 3.5프로TV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정명, 윤정열, 박종원 후보가 각각 출연한 대담 영상이 폭발적 반응을 불러왔다.
거의 모든 얘기를 경제 분야 쪽으로 할애하여 토크를 했는데 그동안 긴 시간 동안 후보들의 집중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서인지 ‘일개’ 유튜브 채널에서 올린 영상이 주말의 지상파와 종편의 뉴스, 시사 프로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3.5프로TV, 정확하게 말해 ‘3.5프로TV-경제의 신과 함께’라는 이름의 채널은 김프로 정프로 이프로라는 세 사람의 프로라고 자칭하는 이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데, 2022년 4월 23일 현재 구독자 수가 무려 193만 명으로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정프로 정양준은 최우기와 함께 '매볼쇼'를 함께 하고 있는 스피커다.
세 후보가 출연한 영상은 지난 12월 25일 거의 동시에 공개되었다.
각 영상의 조회 수와 댓글, 좋아요 수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인데(27일 오후 3시 53분 현재 이정명 후보 영상은 189만 조회, 윤정열 후보는 132만 조회, 박종원 후보는 167만 조회다) 공통적인 반응 중 하나는 ‘3.5프로TV가 나라를 구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동안 토론다운 토론이 얼마나 없었는가를 반증하는 것이리라.
특히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는 토론을 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는데 이번 영상을 통해 그런 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정열 후보와 대담을 하던 말미에, 김프로가 넌지시 물었다.
"윤 후보님 이렇게 말씀 나누니까 참 좋은데요, 언제 시간 내주시면 세 후보 한 자리에 모여서 얘기하는 시간 마련해볼까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러한 질문에 어지간한 정치인 같았으면 일단 말로라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거나, 실무진 하고 논의해보겠다거나 하는 정도로 넘어갔을 텐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경선하면서 10번도 넘게 토론했는데요, 이게 싸움밖에 안 되더라고요. 국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나라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뽑는데, 그 사람의 어떤 사고방식이나 이런 것을 검증해 나가는 데 정책 토론을 많이 한다는 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경선 토론도 얼마나 보셨겠어요?"
대선 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말을 주고받기보다는 그냥 각자 하는 게 낫겠다는 얘기다. 그의 당인 국민의심에서도 힘을 실어줬다.
“경선 본선에서만 맞짱토론 포함해 4명이 참여하는 토론을 10여 차례 했다. 언제든 토론은 환영한다. 그러나 토론도 격이 맞아야 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입장이 바뀌고 유 불리 따지며 이말 저말 다하고 아무 말이나 지어내는 후보 얘기를 굳이 국민 앞에서 함께 들어줘야 하나”라고 힐난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바로 반격했다.
"정치라는 게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만나 차이를 좁히고 공통점을 찾아가고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겁니다. 윤정열 후보는 정치를 안 하겠다는 거네요."
박종원 후보도 의견을 보탰다.
“적어도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온 분이라면 토론은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데도 많은 토론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바로 잡아나가야 하는데 하물며 국가를 운영하겠다면 토론은 너무 당연한 거 아닐까요. 법에 정해진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더 많이 해도 모자랄 텐데, 왜 딱 세 번만 하시려고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네요. 저는 토론에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어떤 대선 후보님들이라도 저희에게 연락 주시면 대화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선거법은 대선후보 간의 토론은 3회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표현은 '3회 이상'이지만 하고 싶어 하지 않은 측이 있어 결국 공식 토론은 세 번이라는 얘기다.
횟수도 횟수지만 기간도 논란의 대상인데, 그 세 번의 토론을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할 수 있다. 결국 거의 막판에 와서 형식적으로 하는 느낌인 것이다.
민지당에서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도 3회에서 4회를 무조건 하게 했다. 총 6~7회를 하게 한 것.
문제는 이 법을 내년 대선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빨리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건데, 연다 해도 민지당과 국민의심이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건데, 과연 그렇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국민들은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12/17~18일 1,008명에게 물었다.
‘대선 토론회를 많이 진행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7.7%가 “알 권리를 위해 토론회는 많을수록 좋다”라고 답했다.
세 후보의 3.5프로TV 영상을 놓고 반응은 다양했다.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이정명 후보에 대해서는 ‘이천재가 나타났다!’,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몰랐는데 이 영상을 보고 이정명 후보로 마음 굳혔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알 수가 있어요?’, ‘누구 하고 정말 비교되네요.’라는 우호적인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윤정열 후보에게 달린 댓글은 ‘나의 인내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리뭉실의 전형이네요’, ‘진행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댓글들이 꽤 달렸다.
박종원 후보에게 달린 댓글은 ‘재미있네요’, ‘식당만 하시는 분인지 알았는데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으셨군요’, ‘윤정열 후보보다는 훨씬 낫네요’ 같은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
.
.
2021년 12월 26일 일요일. D-73
"박종원과 톡투유, 시작하겠습니다!!!"
일요일 오후 1시 전라북도 전주 전북대 강당.
최욱이의 오프닝 멘트로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다.
"평일에는 ‘박종원의 심야식당’, 주말에는 ‘박종원의 톡투유’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톡투유로 예술의 도시 전라북도 전주에 왔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팬덤을 이미 확보해서인지 최우기의 멘트와 행동 하나하나에 청중들이 즐겁게 반응했다.
.
.
.
"자, 스케치북 들어주세요!"
객석에서 200여 개의 스케치북이 올라갔다. 장관이었다.
최우기도 감탄하며 스케치북들을 쳐다봤다.
"네… 이게 진정한 스케치북이죠. 유희얼의 스케치북은 가짜 스케치북입니다. 강력한 거리두기로 인해 1000석 규모의 강당에 200분만 모신 점 안타깝습니다. 지금 이 시간 유튜브로 시청해주시는 어디 보자... 동접자가... 우와! 10만 명이 넘었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자, 박종원 후보님, 어떤 질문에 답하시겠습니까? 황규익 작가님이 골라주셔도 되고요."
청중이 스케치북에 적은 질문에 박종원 후보가 답하는 시간.
박 후보는 스케치북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 '소무진 님 예뻐요', '부동산에 대한 견해는?',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 '결혼하고 싶어요!' 등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얘기들이 없었다.
"우선 안 하고 싶은 게 딱 보이네요, 소무진 님 예뻐요"
하하하하
"결혼하고 싶다는 분 얘기 들어볼까요?"
해당 청중에게 마이크가 전달됐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학교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보따리 장사라고 하는데요, 이 학교 저 학교 왔다 갔다 하면서 열심히 학생들 가르치고 있습니다. 근데 여자 친구가 안 생겨요. 소개는 자주 받는 편인데 시간 강사라고 밝히면 연락이 끊기더라고요. 집을 살려면 숨만 쉬고 40년 저금해야 하고요. 근데 결혼은 하고 싶은데, 어쩌죠?"
박종원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사실 저도 굉장히 늦게 결혼한 처지라서..."
으하하하하
"저는 제 인생에 결혼이라는 두 글자는 없는 줄 알았어요.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근데 이런 얘기 도움이 되거나 위로가 전혀 안 된다는 거 잘 알아요. 지금 많은 청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구조적인 원인이 많으니까요. 어떤 일본 소설을 봤는데 국가에서 법으로 미팅을 시켜주더라고요. 꼭 그렇게까지는 아니어도 연애 분야에서도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트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할 수도 있고요. 많은 아이디어를 받고 있습니다."
황규익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정부가 제일 욕먹는 게 부동산인데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주제가 주제인 만큼, 청중들은 박 후보를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다른 건 몰라도 부동산은 좀 강한 룰을 세우는 게 맞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지가 오래됐습니다. 근데 집을 가지고 계신 비율은 10 사람 중 6 사람에 불과합니다. 몇몇 분들이 2채 이상 가지고 있다는 거죠 “.
황규익 작가가 말했다.
“맞습니다. 공급을 늘리고, 늘리고 있는데 주택 보유율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거 뭐라도 좀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박종원 후보가 답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예를 들어 ‘1가구 1주택’을 법제화하고 싶습니다. 기본으로 말이죠. 우선 1가구에 1주택은 기본으로 해놓고 그다음에 필요하거나 여건이 되는 분들에게 2주택이 얹어지게 하는 거죠. 물론 신규 주택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건 전혀 아닙니다. 이제는 가구 수 통계도 다시 세워야 한다고 합니다. 1인 가구가 굉장히 많아졌거든요.”
.
.
.
오후 2시 55분. 한 청중이 치켜든 스케치북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윤정열 후보 부인이 사과한다네요. 3시에.’
황규익 작가가 스케치북을 발견했다.
“어? 정말입니까? 김건휘 씨가 카메라 앞에 선다는 거죠?”
청중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얘기했다.
“네, 속보로 떴습니다.”
황규익 작가가 박종원 후보를 쳐다봤다.
“박 후보님, 어떻습니까? 국민적 관심사이긴 한데, 같이 보고 얘기 나누는 건 어떨까요?”
박종원 후보가 청중을 봤다.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네에에에에~”
“그럼 틀어볼까요?”
유튜브를 열자 생중계 화면이 여러 개 떠 있었다.
MBS 영상을 클릭했다.
국민의심 내부로 보이는 곳에 단상이 설치되어 있고, 기자들이 앉아 있었다.
오후 3시.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김건휘 여사가 마스크를 하고 등장했다. 카메라 후레시가 터졌다.
단상에 섰고, 마스크를 벗고 준비한 듯한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전북대 강당 안의 청중들이 집중했다.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진작 섰어야 하는데 너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남편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합니다.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습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부끄러운 일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입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저 김건휘를 욕하시더라도 그동안 너무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거만큼은 거두지 말아 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읽기만 하고 기자들의 질문은 없었다. 바로 퇴장했다.
이력과 경력에 관해서는 기자들에게 별도의 자료를 제공했다고 한다.
유튜브 화면은 꺼졌고, 강당 안은 묘한 느낌의 침묵이 흘렀다.
황규익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흠… 일단 드는 생각은, 국민에 대한 사과를 하신 건지 남편에 대한 사과를 하신 건지가 좀 애매하네요. 후보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종원 후보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했다.
“글쎄요... 카메라 앞에 선 건 다행인 것도 같은데, 글쎄요, 죄송하다고는 하는데 자료는 따로 제공했다 하고... 잘 모르겠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어요?”
청중들은 스케치북을 들었다. 대부분 의문을 표시하는 내용들이었다.
.
.
.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 D-72
아침 8시.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4층 사무실.
선대위원들이 오랜만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때!
이히히히힝~
선대위원들은 깜짝 놀라 서로를 쳐다봤다. 오상일 피디가 말했다.
“방금 들으셨어요? 말소리가 난 거 같은데. 잘 못 들었나?”
송기령 대표가 귀를 비볐다.
“그죠? 저만 들은 거 아니죠?”
박종원 후보도 창 쪽을 바라봤다.
이히히히힝~
다 같이 일어나 창문 쪽으로 갔다. 창문을 열고 아래를 봤다.
뜨헉!!!!!
사옥 마당에는 하얀색 말 위에 올라탄 갑옷을 입은 남자가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칼을 휘둘렀다.
“이보시오, 식당 후보 박종원은 들으시오. 나 국가명예혁명당 허경제가 토론을 하러 찾아왔소이다! 어서 나오시오!!!”
허경제 후보 옆으로는 기자들이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박종원 후보는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