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박종원 아내, 기자회견 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by 김영주 작가

화요일 오후 2시 30분. 홈쇼핑 전문 채널 CK방송사의 한 스튜디오.


사전녹화가 진행 중이었다. 쇼호스트 소무진과 스타일리스트 김정일이 하는, 일종의 홍보 영상 촬영이었다.


저녁 7시 생방송 전에 수시로 방영을 할 1분 내외의 스팟.


"드디어 돌아오셨어요. 이게 도대체 몇 년 만이에요?"


"그럼 제가 어디 가겠어요. 여러분한테 좋은 제품 소개해드려야죠. 그래서, 다시 왔습니다!"


"소무진이 콕 찍으면 그냥 완판이라는 거, 잊지 않으셨죠?"


"오늘 저녁 7시! 소무진의 소문난 가게가 오픈합니다!"


"문 활짝 열고 기다릴 테니까요, 꼭 오셔야 해요 여러분!"


같은 시각, 네모세모연구소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가 시작됐다.


강네모 변호사와 김세모 기자가 진행하는 채널로 극강의 취재력으로 호오를 떠나 화제를 일으키곤 하는 전방위 시사 토크쇼다.


오늘은 도대체 어떤 얘기를 할지, 채널의 열광적인 팬 3만 명은 일찌감치 접속했다.


강네모 변호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 네모와 세모가 싹쓸이하는 쇼! 네모세모쇼의 문을 열었습니다. 세모 기자, 오늘은 뭘 터트리는 거죠?"


"뭐 그냥 가벼운 건데요, 색다르다면 우리 방송에서는 이분을 처음 다룬다는 거죠. 오늘 방송을 하고 이분 하는 거 봐서 계속 다룰지 말지 결정하려고요."


"그렇군요. 이분은 가만히 하던 거나 하시지 왜 정치판으로 들어오셔서 우리 눈에 띈 건지 모르겠어요. 참 안 됐어 안 됐어."


"뭐 이분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야죠. 자, 누구죠?"


"식당! 정당 이름이 식당이 뭐야? 식당이나 잘하면 되는데 정당을 차리고 국회의원이 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봐! 떡하니 대선에 출마를 하셨어!"


"그렇습니다.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 오늘 이분을 터느냐! 그건 이분 하는 거에 달려 있고요, 오늘은 이분의 아내죠, 소무진 씨를 살짝 털어볼까 합니다."


"그렇군요, 쇼호스트 소무진! 나 옛날에 진짜 팬이었는데..."


"지금은 아니고요?"


"그럼 남의 여자 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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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진의 소문난 가게! 7시에!"


"놀러 오세요!!!!!"


컷!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여러분."


김정일과 소무진이 웃으며 자세를 풀었다.


"무진 씨 어쩜 이렇게 똑같아? 아니 전보다 훨씬 더 노련해진 거 같은데?"


"아이 뭘요, 정일 씨야 말로 저 없이 혼자 해도 되겠는데요? 단독 쇼 시작하는 거 아니에요?"


"언니!"


스타일리스트가 놀란 표정으로 달려오더니 무진에게 스마트폰을 건넸다.


"왜? 뭔데?"


소무진이 받아 든 스마트폰에는 네모세모쇼가 진행 중이었다.


소무진의 눈이 커졌다.


왜 그래? 하는 표정으로 가까이에 있던 김정일과 스태프들도 다가와서 스마트폰을 봤다.


"소무진 씨가 스튜어디스들하고 치고받고 싸웠다고요?"


김세모 기자가 받았다.


"치고받고 싸웠다기보다는 소무진 씨가 딱 보기에도 껌 좀 씹게 생겼잖아요. 거의 일방적으로 팼다는 얘기죠."


자막에는 '충격! 소무진, 과거 직장폭력 가해자?'라고 효과음과 함께 나갔다.


소무진은 얼굴이 굳어진 채 화면을 응시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소무진을 쳐다보며 어떤 표정 지어야 하나 고민했다.


강네모 변호사가 재미있다는 표정에 높은 톤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스튜어디스 때 얘기면 언제 적이죠?”


“10년 정도 전의 일이긴 하죠. 근데 폭력에 어디 시효가 있겠습니까. 때린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도 맞은 사람은 생생한 게 폭력이죠.”


"그렇군요. 그렇게 순수한 표정으로 상품 홍보만 하던 소무진이 폭행을 행사했던 과거가 있다고요. 제보자가 해준 얘기는 더 있지만 오늘은 맛보기로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폭행 말고도 또 다른 제보가 들어와 있는데요, 그건 광고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힌트 조금 주실 수 있을까요? 광고 나갈 때 우수수 빠져나갈 수도 있어요."


강네모 변호사가 웃으며 말했다.


"최근에 윤정열 후보 부인이 이 문제로 골치 아팠죠? 요 정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아~ 부풀리기 혹은 과장 또는 허위?”


“빙고!”


“자,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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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심 당사 앞.


나오는 이준식 대표 앞으로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갔다. 그의 앞에 와이어리스 마이크 세례가

쏟아졌다.


“이준식 대표님, 어떻게 된 겁니까?”


“네모세모연구소의 보도, 사실입니까?”


“아이티 기업에게 거액의 뇌물과 향응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인정하시는 겁니까?”


이준식 대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도 정말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고 생각하셔서 저한테 물어보시는 겁니까?”


기자가 말했다.


“보도가 났으니까 입장을 듣고자 하는 겁니다.”


이준식 대표가 말했다.


“10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고 검찰에서 수사를 했다는 건데요, 그럼 왜 저한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을까요? 검찰이 그런 사항을 들었거나 포착했다면 저에 대해 최소한 입장을 들으려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저에게는 일체 연락이 없었습니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되겠습니까?”


이준식 대표는 앞으로 나가 대기 중인 차 문을 열었다.


“그럼, 네모세모연구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준식 대표는 차 문을 잡은 채 뒤돌아섰다.


“당연히, 고소합니다. 다만, 오늘은 제가 일정이 많아서요, 내일 고소하겠습니다. 그리고, 물론 제 입장도 들으셔야 하겠지만, 그쪽에 가서도 좀 취재를 하시기 바랍니다.”


이준식 대표는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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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방송사 앞.


기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 의견을 나눴다.


“오늘 7시 첫 방송인데, 소무진 씨가 방송을 할까?”


“그러게, 네모세모연구소가 터트렸으니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방송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더군다나 생방송이잖아. 댓글로 어떻게 달릴지 모르겠고.”


“박종원 후보 입장도 들어야 하는 거 아냐?”


“우리 쪽은 박 후보 마크 있잖아.”


스튜디오 옆 분장실.


소무진은 통화 중이었다. 남편 박종원 후보였다.


“맞아요. 일방적으로 때렸다느니 과장되긴 했지만, 그때 그 친구하고 여러 가지로 안 좋았어요. 쌓이고 쌓이다 터진 거죠.”


휴대폰 속 박 후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력서도 무슨 시비될 게 있는 거예요?”


소무진이 말했다.


“생각해봤어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력서를 제출한 게 몇 번이고 어디 어디에 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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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의 한 냉면집.


현수막에는 <제1회 냉면의 날>이라 쓰여 있었다.


홀에서는 거리두기가 되어 있는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냉면을 먹고 있었고, 박종원 후보도 한쪽에서 냉면을 먹고 있었다.


“이야~ 역시 냉면은 이 맛이에요. 그죠, 회장님.”


맞은편에서 냉면을 먹는 사람은 냉면의 날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장기천 회장이었다.


“그럼요, 냉면은 요즘 먹어야 제 맛이죠. 오시는 거로 기대는 했지만 정말 오실 줄을 몰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후보님.”


“어이고 무슨 말씀이세요. 진작 왔어야 하는 건데 이 정치라는 게 쉽지가 않네요. 하도 일이 펑펑 터져서요. 아까 문득 소름이 돋는 일이 생겨서 매니저한테 물어봤어요. 가만, 오늘이 뭔 날이지 않아? 그랬더니 냉면의 날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부랴부랴 왔는데 끝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제1회 냉면의 날 축제.


냉면의 가치와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2월 14일 시작돼 12월 28일 시작됐다.


그날이 음력 11월 11일이라 개최일로 잡은 것이다.


일본에는 라면의 날이 있고 서양에는 파스타의 날이 있는데 한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면 요리인 냉면을 기념하는 날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몇몇 냉면인들이 의기투합한 것.


코로나19로 인해 코엑스 같은 대규모로 축제를 하지 않고 전국의 냉면 전문점 약 40곳이 각자의 자리에서 즐기는 형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박종원 후보님, 얼추 드셨으면 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쑥스러운 표정으로 박 후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기천 회장도 일어났다.


“여러분, 박종원 후보님 말씀 부탁드렸습니다!”


와아아아아


박종원 후보가 준비된 마이크를 잡았다.


“정말 맛있습니다. 이번 축제에 전국에서 40여 집이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제가 대선만 아니면 한 집 한 집 다닐 텐데 안타깝습니다.”


“우리 집에도 오세요!”


“그럼요, 어디죠?”


“마산에 ‘진양면옥’입니다.”


“아아~ 진양면옥이요? 가봤는데 또 가도 괜찮을까요?”


“언제 오셨어요?”


“꿈에서요.”


와하하하하


“감사합니다. 꼭 가보겠습니다. 여러분 너무 잘 아시겠지만, 냉면의 제철은 겨울입니다. 겨울에 햇메밀이 나고요, 육향이 가득한 육수에 소고기도 겨울이 제일 맛있죠. 물론 여름에도 냉면이죠. 아니, 사시사철 맛있는 게 냉면입니다. 냉면의 날이 진작 있었어야 하는데 이제라도 생겨서 정말 다행입니다. 저도 힘닿는 대로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어느새 냉면집 앞에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박종원 후보가 나왔고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박 후보는 진정하라는 손짓을 했다.


“제 아내 일로 여기까지 오신 거죠?”


“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이 냉면의 날 축제 마지막 날인 건 혹시 알고 계십니까?”


대답하는 기자들이 한 명도 없었다.


“아, 정치부 기자시죠. 알겠습니다. 해당 보도를 봤고 아내하고 잠깐 통화를 했습니다. 뭐든 일단 진상을 파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최대한 사실을 파악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내일 아침 10시에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좀 이따 7시에 쇼호스트 복귀 쇼 시작할 텐데요.”


“아, 저는 오늘 방송은 예정대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는데, 아내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분명히 궁금해하시는 시청자 분들이 계실 텐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알았다고 했습니다. 자, 내일 기자회견에 오세요.”


그날 밤.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4층 사무실.


선대위원 7명이 모였고, 소무진이 마주 보고 앉았다.


박종원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


황규익 작가가 입을 열었다.


“제수씨, 박 후보님은 자기가 이 자리에 있으면 객관적이기 쉽지 않을 거 같다고 해서 결론만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이해하시겠죠?”


소무진이 대답했다.


“그럼요. 그이답네요.”


황규익 작가가 선대위원들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수습하고 대처하느냐입니다. 제수씨, 저희가 궁금한 걸 물어볼 테니 기억나는 대로, 사실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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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수요일. D-70.

오전 9시 55분.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1층.


기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박종원 후보가 어떤 입장을 얘기할지에 대해 삼삼오오 얘기 나눴다.


2층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종원 후보, 아내 소무진이었다.


기자들은 숨소리를 죽였다.


박종원 후보가 마이크 앞에 섰다.


“박종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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