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대선후보 퀴즈대결 스타트!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사상 초유, 대통령 선거를 25일 남긴 토요일 저녁, 유력 후보 5명이 24시간 격리를 위해 하나의 공간에 들어갔다.
반포대교 앞에 있는 세빛둥둥섬.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고, 각자의 방에는 TV는 물론 컴퓨터 등 외부와 그 어떤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치를 전혀 들여놓지 않았다.
5개로 마련된 각 후보의 방에는 성경, 논어 등의 고전 명작 서적들과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는 LP와 턴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24시간 동안은 세상에서 일체 단절되도록 세팅되었다.
다음 날 오후 8시 퀴즈대결을 하기까지 각 후보들은 24시간 동안 오롯이 휴식을 취할 수 있었기에 흔쾌히 이러한 룰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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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후보들이 격리된 공간에 들어갔지만, 각 캠프에서는 처음 맞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수선했다.
주인공인 후보가 24시간을 비우면서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는 캠프도 있었고, 후보 등록을 준비하고 공식 선거운동 전략과 전술을 짜기도 했다.
박종원 캠프에서는 황규익 작가와 선대위 위원들이 모여 다음 날 퀴즈대결이 끝난 후 2월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준비사항을 점검하는 것으로 토요일 밤을 보냈다.
2월 13일 일요일 오전 10시, 경기도 과천에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황규익 작가가 직접 방문하여 박종원 후보의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절차를 마쳤다.
대기 중이던 기자들이 황 작가 앞으로 몰려왔다.
“박종원 후보의 후보등록은 잘하신 건가요?”
“네, 등록 잘했습니다. 접수해야 하는 서류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저희 선대위원들이 오래전부터 준비를 잘 해왔기 때문에 무사히 마쳤습니다.”
“박종원 후보는 단일화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제가 아는 한, 박종원 후보는 현재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며칠 전에 한 당에서 단일화를 제안한 적은 있습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 아닙니까?”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그 현장에 있었는데요. 이정명 후보가 찾아와서 같이 고기 드시면서 공개적으로 얘기 나눴습니다.”
황 작가가 안경을 올렸다.
“아, 그렇군요. 박종원 후보님이 뭐라고 그랬답니까?”
같은 당의 후보가 어떻게 답했는지에 대해 캠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물어보는 코믹한 풍경이었다.
“당시 1층에서 식사하시고 3층으로 올라가서 비공개 미팅을 했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이정명 후보가 자신이 단일화 제안을 했다고 밝혔고, 박종원 후보는 거절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황 작가가 미소 지었다.
“거 봐요, 제 말이 맞잖아요. 그럼 전 가겠습니다.”
황 작가가 기자들에게 가볍게 목례한 후 밖으로 나갔다.
그런 후에 오전 11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안철순 후보의 윤정열 후보에 대한 단일화 제안 영상이 공개됐다.
격리되어 있는 4명의 후보들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고, 직접 당사자가 된 윤정열 후보 캠프에서는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 마련에 들었다.
이준식 당 대표와 김방민 대변인, 김자원 최고위원이 은밀하게 모였다.
세 사람은 안철순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해야 윤정열 후보의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놓고 각자의 생각에 빠졌다.
이준식 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철순 후보가 역시나 했는데 역시나, 네요. 역시 손오공이네요. 손바닥 안이었어요.”
“지금 이 상황에서 그렇게 대응하시는 건 상황만 악화시킵니다. 진지모드로 대응해야 합니다.”
김자원 최고위원이 충고 어린 충고를 했다.
김방민 대변인이 어쩔 줄 몰라했다.
“이준식 대표 캐릭터 모르세요? 말만 이렇게 하지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지금은 어쨌든 안철순 후보의 공격에 잘 대응하는 게 중요해요. 제가 어떻게 논평을 해야 할까요?”
“우선 후보가 격리 중이라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아니까 오늘 바로 공개적인 논평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내일 퀴즈대결 끝나면 윤 후보님하고 빠르게 얘기해보죠.”
“그래도 좀 있다 캠프에서 나가면 기자들이 분명히 물어볼 텐데 뭐라고 답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준식 대표가 일어났다.
“제가 잘 대처하겠습니다.”
국민의심 당사 앞. 이준식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고 기자들이 다가갔다.
“안철순 후보가 윤정열 후보에게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습니다. 윤정열 후보님은 알고 계십니까?”
이준식 대표가 웃었다.
“아시다시피 격리에 들어가고 나서 일어난 일이라서요, 전혀 모르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당혹스럽긴 합니다.”
“당 대표로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대로 되고 정확한 대답은 윤 후보님이 돌아오시면 빨리 논의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당 대표로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안철순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한 건 어떤 의미인지 짐작은 갑니다만, 글쎄요. 좀 아쉽긴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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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오후 2시.
박종원 후보 캠프에서 황규익 작가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정장 차림이었는데 뭔가 안 어울리는 듯해 보이기도 했다.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황 작가가 1층으로 내려왔다.
“저를 찾아오셨다고... 혹시 어디에서 오신 건지...?”
“윤정열 후보님 쪽에서 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말씀을 좀 나누고 싶습니다.”
“윤정열 후보님 쪽에서 오셨다고요. 그럼 3층으로 가시죠.”
황 작가와 무명 씨의 사나이는 3층으로 올라갔다.
3층 사무실. 황 작가는 사나이를 자리로 안내했다.
사나이는 자리에 앉아 양손을 모아 합장하고 고개를 숙였다.
덩달아 황 작가도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황 작가가 숙였던 고개를 드니 눈앞에 명함이 있었다.
사나이가 두 손을 내밀어 명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황 작가가 안경을 잡으며 명함에 눈을 가까이 댔다.
“주, 계, 종... 주... 공... 아, 스님이신가 보죠?”
“네, 주공이라고 합니다. 명함은 잘 보셨죠?”
“아, 네.”
승려 주공은 명함을 다시 거둬 들었다.
“아, 명함은 보통 주는 게 아닌가요?”
“눈으로 담으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지요. 이 명함에 많은 분들의 안광을 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쉬우시다면 복사기 있습니까?”
“됐습니다.”
주공은 명함을 품 안에 넣었다. 황 작가도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근데, 윤정열 후보님 쪽에서 오신 거라고 했는데, 윤 후보님 하고는 어떤 관계이신지요?”
“윤정열 후보님 하고는 검사가 되기 전부터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매우 순수한 관계입니다. 검사가 되신 후로는 바빠지셔서 영상통화만 하곤 했는데, 그전에는 제가 계신 곳에 오시면 같이 기도하고 명상하곤 했습니다.”
“그러시군요. 근데 저는 무슨 일로...?”
“윤 후보님이 어제 격리에 들어가시기 전에 저한테 연락을 주셨습니다. 박종원 후보님 쪽을 만나서 말씀을 전해달라고요.”
황 작가는 침을 삼켰다.
“무슨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까?”
“단일화에 대한 겁니다.”
단 ‧ 일 ‧ 화.
공교롭게 하루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단일화 이슈가 연이어 불거졌다.
안철순 후보는 윤정열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고, 윤정열 후보는 박종원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며칠 전에는 이정명 후보가 박종원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고.
안철순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당 후보가 단일화를 해야 한다, 단일화를 하는 방식으로는 여론조사를 통해서 해야 함을 제시했다.
이정명 후보는 정권의 유지를 위해 박종원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고, 박종원 후보에게 거절을 당했기에 방식까지 얘기할 기회는 없었다.
윤정열 후보는 비록 밀사를 통해 전달하긴 했지만, 박종원 후보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사자가 부재중이었기에 방식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격리가 끝나고 퀴즈대결을 마친 후에야 각 캠프에서 단일화에 대한 반응 및 전략이 나올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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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세빛둥둥섬 앞. 다섯 대의 세단이 대기했다.
입구가 열렸고, 이정명, 윤정열, 심상순, 박종원, 안철순 후보가 차례대로 나와 정해진 차에 올라탔다.
카메라들이 이 모습을 생중계했다.
아나운서 - 네, 방금 24시간 격리생활을 마친 다섯 명의 후보들이 차를 타고 여의도 KBC 생방송 스튜디오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카메라가 각 후보들이 달리는 차를 보여주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는 미리 대기 중이던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각 후보의 머리와 메이크업을 했다.
방송사에 도착을 하고 스튜디오로 들어가 퀴즈 세트로 가는 동선에 한 치의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KBC 방송사 스튜디오 앞.
다섯 후보의 캠프 관계자들이 후보들을 기다리며 긴장하고 있었다.
물론, 스튜디오로 들어가 퀴즈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마칠 때까지 자당의 후보들과는 일체 말을 섞을 수 없다.
오후 7시 40분. KBC 방송사 본관 입구 계단 앞.
다섯 대의 세단이 도착했고, 후보들이 차례대로 하차했다.
더욱 많은 카메라들이 몰려 후보들을 보여줬다.
아나운서 - 네, 지금 막 후보들이 방송사 앞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시간 오후 7시 40분, 이제 20분 후인 8시에 대선후보 퀴즈대결 <자가 격리 후 생방송 퀴즈! 나만 모르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저도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5명의 후보들이 들어가는 통로는 독립되어 각 캠프 관계자들과 말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오로지 표정으로만 인사를 주고받아야 했다.
스튜디오 안.
각 후보들은 들어오자마자 담당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랐다.
각자의 지정된 자리로 안내되었고 주의사항을 들었다.
오후 7시 45분.
진행자 김기라가 들어왔다. 김기라는 세트로 올라와 각 후보들 앞으로 가서 인사를 했다.
드디어, 모든 퀴즈 프로그램의 준비가 끝났고, 시간은 오후 8시를 가리켰다.
타이틀 음악이 흘러나왔고 카메라가 진행자 김기라를 잡았다.
김기라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기라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방송을 참 다양한 걸 했다고 자부하는데 살다 보니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까지 하게 되네요.
일동 웃음.
김기라 - 프로그램 제목이 이렇습니다. <자가 격리 후 생방송 퀴즈! 나만 모르는 하루> 무려 유력 대선 후보 다섯 분이 퀴즈 대결을 펼칩니다. 그것도 생방송으로요. 다 아시다시피 여기 계신 다섯 분의 후보들은 어제저녁 8시부터 외부와 일체 차단된 곳으로 들어가 지금 이 시간이니까 24시간 격리생활을 했습니다. 프로그램 제목에서 짐작하실 수 있겠죠? 오늘 퀴즈로 출제될 문제는 바로, 어제저녁 8시부터 오늘 저녁 8시 사이에 대한민국을 포함한 지구촌에서 일어난 일들 중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아는데 여기 이 다섯 분만 전혀 모른다는 거죠!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일동 웃음과 환호성.
김기라 - 그럼, 지금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