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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Dec 07. 2022

로스트 위크 (The Lost Week), 생방송 퀴즈

아직 채택되지 않은 기획안 (5)

출연자 7명은 일명 '아날로그 촌'에 일주일 동안 들어간다.


스마트폰 압수, 촌에는 TV는 물론이고 인터넷도 안 된다. 모든 통신은 끊겨 있다. 세상사와는 완전히 단절된 곳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으면 삭막할 터. 아날로그 촌답게 그에 걸맞은 것들이 비치되어 있다. 인문학 고전과 세계문학전집이 꽂혀 있는 서재 방이 있다. 음악감상실 안에는 클래식과 재즈 선율에 푹 빠질 수 있는 LP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거실 곳곳에 안구 정화를 해줄 미술작품들도 보인다. 밖에는 온갖 채소들이 자라고 있는 텃밭이 있다. 간단히 몸을 풀 수 있는 족구장과 철봉이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곳에 들어와 6박 7일간의 아날로그 생활을 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색해할 것이다. 1분이라도 짬이 생기면 스마트폰 열기 바빴고 소파에 누워 TV 보던 생활을 하려야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비록 자원을 해서 들어온 아날로그 세상이지만 함께 모인 이들의 일주일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배달도 안 된다. 오로지 직접 요리를 해서 매 끼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누군가는 텃밭에 가서 채소를 따오고 누군가는 생선을 손질해야 하고 혹자는 찌개를 끓여야 한다.


그렇다고 데이팅 쇼도 아니다. 이들 사이에는 러브라인이 생길 수도 없다. 그저 6박 7일간의 일상을 최대한 즐겨야 한다. 물론 방송이니만큼 최소한의 장치들은 배치한다. 셰프가 방문하여 요리 교실을 열기도 하고, 목수가 와서 목공을 가르치기도 할 것이다. 룰은 단 하나, 세상에서 돌아가는 일에 대한 대화는 금지된다.


출연자들은 요리하고 먹고 책 보고 대화하고 손 편지를 쓰거나 음악을 듣고 커피를 내리는 작업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는 일주일이 흘러가고... 마침내 일주일간의 아날로그 생활이 끝난다.


이들을 데리러 온 꽤 큰 차량 1대. 차는 이들을 태우고 방송사 스튜디오로 간다.


아직까지 이들은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이들이 차에서 내려 어떤 룸에 도착할 때까지 그 누구도 이들을 볼 수 없다. 입을 굳게 다문(요즘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편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분장을 해주고, 스타일리스트가 적당한 의상을 입혀주고 나간다.


시간이 다가오고 이들이 있던 룸의 문이 열리면, 쇼 무대가 있는 곳으로 나가는데...

생방송 퀴즈쇼가 시작되려고 하는 스튜디오다.


"네, 생방송 퀴즈쇼, 로스트 위크 시작합니다!!!"라는 MC의 오프닝과 함께 쇼가 시작된다.


7인의 출연자들은 일주일 동안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했고, 출소(?), 격리 해제(?) 하자마자 바로 생방송 퀴즈쇼의 출연자가 된 것이다. 그것을 목적으로 아날로그 촌에 들어갔던 것이고.


그렇다면, 이 퀴즈쇼는 어떤 성격의 퀴즈쇼일까.


이들에게 출제되는 문제들은 바로, 이들이 세상사와 단절되어 있던 그 일주일 동안 대한민국과 온 세상에 일어났던 일들에서 출제가 된다는 것!

많은 이들은 아는데 7명만 모르고 있는 그런 문제들이 출제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로 오늘 새벽 4시에 열렸죠.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과 어떤 팀이 8강을 놓고 격돌했습니다. 과연 어느 나라였을까요?" 같은 문제들이다.


한국과 브라질이 격돌을 했다고 얘기한 후, 스코어를 문제로 출제해도 된다. 이렇게 일상을 살고 있다면 많은 이들이 알만한 사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워낙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한 통계에 따르면, 현대인 한 명이 접하는 정보량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람들이 평생 접한 정보량에 버금간다고 한다) 가짜 뉴스까지 판치는 요즘, 이러한 상황을 펼쳐보는 건 나름의 의미와 재미가 있지 않을까.


가끔은 세상사를 잊고 어디론가 다녀오고 싶은 마음들, 누구라도 있지 않을까. 이런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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