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커피를 안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전 날인 일요일에는 6잔 마셨습니다. 이제는 안 마시니, 10잔, 11잔 마셔볼까도 했지만, 미쳤냐는 소리 들을 거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적당한 선에서 멈췄습니다.
나는 과연 언제부터 커피를 마셨을까 생각해 봤는데,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술이야 재수하던 해에 입에 대고 대학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마셨는데, 커피는 그보다 더 일찍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집에서 커피, 크림, 설탕이 각각 든 병이 동원되어야 했지요. 정말 오랜 세월 마셨습니다. 자판기커피를 마셨고, 아메리카노를 마셨고, 카누를 마셨습니다. 하루에 한두 잔이 아니었습니다. 대개 하루에 5잔 이상은 마셨습니다.
이렇게 좋아했고 자주 마신 커피를 어제부터 왜 끊은 걸까요?
브레인 포그.
이런 용어가 있다는 걸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책이 나왔더라고요.
말 그대로 머리가 맑지 않은 증상입니다. 머릿속이 마치 안개가 낀 거 같다고 할까요. 무겁기도 합니다. 멍 합니다. 뭐라 명확하고 쉽게 표현이 안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언제라고 기억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머리가 맑다는 걸 느끼는 때가 아주아주 가끔 있습니다. 탁구를 정신없이 쳐서 땀을 비 오듯 했을 때?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다소 상태가 호전되는 듯도 합니다. 두뇌 쪽으로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안 되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합니다. 다행히 일을 못할 정도의 증상은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 스스로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난 건지 궁금하기도 해서, 나에게 습관으로 굳어진 것들을 안 해보는 것을 통해 몸의 변화를 관찰하곤 했습니다. 꼭 브레인 포그 때문은 아니지만, 첫 번째 액션이 금연이었고, 두 번째 액션은 금주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안 하는 걸로는 이렇다 할 개선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세 번째 카드를 꺼낸 거고 그게 바로 커피 끊기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카드는 한 장 더 있는데, 빵입니다. 일단 커피를 해나가다가 유의미한 진척이 없으면 빵 카드까지 써보려 합니다.
커피 끊기 1일 차였던 어제는 크게 힘들거나 금단 증상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텀블러를 챙겨 우엉차 티백으로 대신했습니다. 물로만 버틸 생각은 처음부터 안 했고, 녹차도 카페인이 꽤 있다고 들어 제외했습니다.
오늘 2일 차도 버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