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코너를 만들 때, 보도자료를 쓸 때, 책을 읽고 서평을 쓸 때마다 한 번에 된 적 없는 게 제목 짓기다. 가끔 아주 가끔 오마이뉴스에 서평을 보내고, 편집부의 평가를 받아 며칠 후 게재되었다는 톡을 받고 들어가 보면, 열에 아홉은 내가 지어 보낸 제목이 수정되어 있다. 물론 열에 아홉은 수정된 제목에 고개를 숙인다(그 편집자는 제목 짓기에 얼마나 신물이 났거나 또는 업이라서 그런지 얼마 전부터 '제목의 이해'라는 연재물을 쓰고 있다).
이 책 <명탐정의 창자>는 오로지 제목 때문에 나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일본 작가들은 내장을 참 좋아하나 보다. 수년 전 대박 친 소설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였으니. 시즌화도 가능하다. 명탐정의 큰창자, 명탐정의 십이지장, 명탐정의 궤양 등등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박하게 하여 일단 눈길이라도 끌어야 하는 건지, 어찌 됐건 내용을 뒷받침해 주는 제목을 뽑아내야 하는 건지 모르지만, 제목을 짓는다는 건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