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친구일까
계속 이어가겠다. 12년간 행복한 골초였던 내가 어떻게 금연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먼저, 몇 권의 책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겐 먹물 근성이 있는 건지, 활자를 유난히 좋아해서 그런 건지 무엇을 한다거나, 어떤 것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먼저 어떤 행동을 하기보다는 일단 관련된 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서점을 가고 도서관을 간다.
한 예로 이 나라에 태어난 이상 역시 영어는 해줘야 돼! 하며 한 권, 두 권씩 사서 읽은 영어에 관한 책이 수십여 권이다. 오죽했으면 다들 지가 알려주는 영어 공부법이 제일 낫다는데 한 명씩 붙여서 영어 공부를 해 나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지금 영어를 잘하냐고? 묻지 마시라, 괴롭다.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역시 기획력이 요구되고 있어! 하며 기획이란 글자가 들어간 책만 사서 읽은 게 수십 권이다. 기획은 잘하냐고? 물론 아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 시간에 더 많은 콘텐츠를 기획했으면 어땠나 하는 생각이다.
글쓰기에 관한 책도 내 책꽂이에 눈에 띄는 것들만 헤아려봐도 50권이 넘는다. 그렇게 많은 글쓰기 책들을 읽은 결론은 뭐냐고? 일단 쓰면 된다는 거다.
그런데! 그중 하나, 읽은 책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얻은 분야가 있는데, 바로 금연이다.
세 권을 소개할까 한다. <담배, 돈을 피워라> <김영국 교수의 담배 끊는 그림 최면> < STOP! SMOKING>이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직접 사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내가 금연을 하는데 이 책들은 확실히 도움이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인 타라 파커 포프가 지은 ‘씨앗에서 연기까지 담배산업을 해부한다’라는 부제가 붙은 <담배, 돈을 피워라>는 내가 피우던 담배에 관해 뭔가 지적으로 들여다보게 했다.
담배산업이 어떻게 성장을 했고, 담배의 좋지 않은 점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담배회사가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 등을 읽고 나면 무심코 피우고 있는 담배라는 제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는 것이다.
<담배 끊는 그림 최면>은 사실 재미의 측면에서 구입을 했다. ‘그림만 봐도 담배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 빠르면 1주일 내에 금연에 성공한다’고 책 표지에 쓰여 있지만, 그 안의 끔찍한 그림들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데서 금연에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내가 이 짓까지 해야 돼?’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세 권의 책 중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책은 알렌 카가 지은 < STOP! SMOKING>라는 책이다. 책 표지에 ‘읽은 것만으로도 담배를 끊을 수 있다!’라고 쓰여 있는데 빈말이 아닌 책이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끊고 난 후의 금단 현상? 중독? 살찔까 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크게 공감했던 건 이런 마음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까?’
불안감이다. 그동안 담배는 친구로 생각했었다. 근데 알고 보니 친구라고 할 것도 없는 존재였다. 담배는 나를 전혀 친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괜히 나 혼자 오버한 것이었다는 깨달음.
끊어 보니까 어렵지 않게 결론이 나왔다. ‘담배가 없어도 이 세상은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나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말하는 금단현상은 거의 없었다. 그냥 안 피운 것이고, 계속 피지 않았는데 살만 하더라는 것이다. 책 < STOP! SMOKING>은 그런 생각에 확실히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내가 예전에 담배를 피울 때 했던 수많은 자기 합리화를 이제는, 피우지 않는 것이 훨씬 멋있지 않아? 담배를 피우는 사람 보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지 않니? 등의 합리화로 바꾸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떠신가. 이상이 내가 담배를 끊게 되기까지의 스토리다. 내 스스로 ‘이러다 죽겠구나’를 느꼈던 것, 담배라는 친구 없이도 살 수 있음을 확인한 것. 이게 나의 금연 방법이었다.
다만, 술은 여전히 친구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