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중반에서 2023년 초반 정도, 명리학에 빠진 적이 있다. 사주명리학이라고도 하고, 사주팔자라는 단어야 널리 알려져 있다.
빠졌다,라고 쓰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조금 관심이 높았다, 정도로 표현하는 게 맞겠다. 관련 책을 10권 정도 통독했고 관련 유튜브 영상을 얼추 50~70개 봤다. 브런치에 내가 알게 된 내용들을 정리하여 13편 정도의 에세이를 연재했다. 제목은 '사주 (공부) 후에 뵙겠습니다'였다. 사주팔자라는 틀을 이용하여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1차 수준의 기획 작업을 했고 관심 있는 피디와 이런저런 토크를 했다.
2024년 중반인 지금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다른 분야의 관심거리를 찾았다 ㅋ). 내가 명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여러 계기가 있지만 강헌이라는 사람의 영향이 컸다. 대중음악, 음식, 축구, 와인 등 다방면에 박식한 분인데 알고 보니 명리학도 일가를 이루었다. 그의 첫 책 <명리, 운명을 읽다>가 무척 재미있다. 스트리텔링이 죽였다. 그 외에 나의 풀리지 않는 이런저런 것들에 대한 고민, 성찰 등등이 영향을 미쳤고, 그걸 해석한다는 사주명리라는 세계관이 궁금해진 것이고... 그렇게 살짝 발을 들여놓았다. 근데 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냐고?
재미도 있고, 그 세계가 포맷으로 잘 정립되어 있다는 건 알겠는데(그래서 방송을 생각함), 근본적인 부분에서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이 점점 늘어났다. 한마디로, 믿음이 부족했다. 믿어야 하는데, 그런가 보다 하고 세계관을 익혀서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근본에서 자꾸 턱턱 걸리니 진전이 안 됐다. 그렇게 되니 어느새 시들해졌다는...
근데 이런 책이 나왔다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저자와 내가 다른 건, 나는 그냥 관심을 끊었고 이 사람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왜 믿음이 안 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는 것. 지금 한창 작업 중인 걸 일단락 지으면 꼭 읽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