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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Apr 12. 2021

외주 제작사가 늘어나다

2000년대 초반에 한 작업들

2001년 mbc <찾아라! 맛있는TV>를 시작했을 때는 외주 제작사들이 점점 많이 생겨났다.


1990년대에 방송작가가 된 내가 mbc 본사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결코 내가 잘 나서가 아니다. 외주 제작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방송 환경 때문이다. 지상파 3개만 있었다. sbs가 생긴 게 1991년이었으니 그전에 들어온 선배 작가들은 kbs 아니면 mbc밖에 일터가 없었다는 거다. 그러니 내가 일을 시작한 1992년은 12년 만에 지상파가 1개 더 생겨 방송 관련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던 시기였다.


그때와 비교할 때 요즘은 지상파 3사에 지상파와 맞먹는 4개의 종편사, 수 십여 개의 케이블 채널들이 있고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유튜브, 온갖 모바일 채널까지 있는 걸 보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무지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려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보이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된 건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2000년대가 되면서 프로덕션이라는 이름의 독립제작사들이 늘어났고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본사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많아졌다.


<찾아라 맛있는TV>도 그런 경우였다. mbc 피디 출신의 캔디프로덕션 대표가 본사의 피디와 협의를 하여 시작하였다. 당시에는 외주 제작 프로그램 공모 절차는 없었다. 서로 아는 선수들에 어느 시점에 외식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공감을 하여 프로그램의 개발을 논의한 것이고 마침 그렇게 만들어진 기회가 나도 연을 맺게 되었던 것이다.


참여했던 작가로서 짐작해보자면, 당시 mbc 편성국 피디   분이 음식 칼럼을 신문에  정도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뭔가 음식을 제대로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자신은 제작국 소속 피디가 아니었으니 외부에서 제작진을 알아봤겠고 과정은   없으캔디프로덕션의 대표와 만나게   아닌가 싶다. 나의 짐작일 뿐이다. 어쨌든 그렇게  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내가 처음으로 한 외주 제작사의 프로그램이 맛TV는 아니다. 그보다 1년 전인 2000년에 있었다. 투원포럼이라는 제작사에서 한 kbs의 영화 정보 프로그램 <시네마데이트>였다. 진행자는 지금은 한글운동 전도사로 유명한 개그맨 정재환, kbs 여성 아나운서 황정민이 투톱이었고, 코너들을 운용했는데 표인봉이 생각난다.


이 프로그램보다 더 일찍 시작해서 자리를 잡았던 영화 정보 프로그램은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이었다. 개그맨 김경식이 진행하는 ‘영화 대 영화’가 대표 코너였다. 아마도 표인봉의 코너는 그 코너를 살짝 의식하며 만들었나 싶은데 같은 틴틴파이브 멤버들이 경쟁을 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다.


적지 않은 코너를 바꿔가며 했고 나 역시 이런저런 코너들을 썼는데 당시 느낀 건 아무리 좋아하는 분야라도 일로 하게 되면 쉽지 않다는 진리(?)였다. <시네마데이트>를 하게 된 것도 영화 프로그램이어서였는데, 매주 일로서 생산을 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내가 했던 기획성 코너는 테마를 정하고 그에 맞는 수 편의 영화들을 엮어서 구성을 하는 콘셉트였다. 그러려니 일주일에 영화를 10편 가까이 봐야 했다. 만약 보는 것만 하는 일이라면 그럭저럭 할 수 있었겠지만 어떤 단락을 구성에 녹여야 하나를 생각하며 본다는 건 고역이었다. 고약한 영화 감상이었다. 좋아하는 걸 업으로 할 때 감안해야 하는 법들을 배웠던 시절이었다.


이런저런 코너들을 진행했던 방송인 중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코너를 진행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당시 신인 배우였고 매주 코너를 진행했는데 매우 예뻤고 당찬 여배우였다. 한 번은 녹화 후 남산 하이야트 호텔의 나이트로 다 함께 간 적이 있는데 그 배우도 춤추며 즐겁게 회식을 했다. 지금은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배우가 되었는데 그때 그 싹을 봤었다. 배우 하지원이다.


2000년대에 내가 일을 했던 외주제작사는 투원포럼(시네마데이트), 캔디프로덕션(맛TV,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체험 지구촌 홈스테이), 대륙미디어(세상의 아침), TV매니아(생방송 오늘 아침), 미디어파크(천만원을 지켜라!) 등이었다. 본사에서 했던 프로그램들은 MBC에서는 <스타 레볼루션>, <스타스페셜>, <21세기위원회>, <코미디하우스>를 KBS에서 <코미디 세상만사>를 했고 SBS에서 <기쁜 우리 토요일>, <결정! 맛대맛> 등을 했다. 한국정책방송이라는 KTV와도 인연이 닿아 <생방송 토론광장>도 한 기억이 난다.


이렇게 2000년대의 방송가는 외주제작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던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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