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주 작가 Apr 05. 2021

그 집 먹어보고 방송하는 건가요?

<맛TV> 할 때 이런 일도 있었다!

mbc <찾아라 맛있는TV>를 하던 시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정말 먹어보고 맛이 있어서 방송하는 거냐는 거다.


내가 맛TV를 그만둔 게 2007년 무렵이었으니 이제 15년 정도 지나 ‘맛소시효’도 종료됐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며 편하게 말씀드린다. 다 먹어보고 방송한 건 아니었다.


굳이 변명하자면 당시 방송에서 다룬 맛집들이 너무 많았다. 맛7, 주방의 전설, 스타의 맛집, 대동맛지도 등의 코너에서 소개한 맛집들이 최소 10곳이었다. 그것도 매주. 그러니 어떻게 다 먹어보고 방송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겠나. 다행이라면 우리 말고 맛집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어서였는지 이렇다 하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피디가 양복 차려 입고 방송심의위원회에 불려 갔던 적도 없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SNS가 활발했다면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


당시에는 지상파에 방송이 나오고 싶어 하는 집들이 많아서 맛집 섭외도 꽤 잘됐다. 맛집으로서는 자기 집이 방송에 나온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방송을 하고 나면 ‘mbc 찾아라 맛있는TV에 나온 집’이라는 현수막과 액자가 식당 벽면에 걸렸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기억이 있는데,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촬영했던 식당으로 액자 제작 문의가 들어온 적도 있었다. 아마도 스태프 중에 누군가가 액자 제작업체에 미리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다. 누가 그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그 누군가는 혹여 액자 제작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았는지도 알 수 없다.


물론 최대한 먹어보려고는 했다. ‘맛7’이라는 스피디하게 7개의 맛집을 소개했던 코너는 리서치를 하고 전화 취재만 하고 방송을 하기도 했지만, ‘주방의 전설’이라는 코너는 15분 분량에 두 집만 깊이 있게 소개하기에 반드시 방문하여 먹어보고 방송 여부를 판단했다. 다만, 먼저 미리 가서 손님의 자격으로 먹어본 다음 취재를 할 필요 있겠다 싶으면 진행을 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먹으러 가겠노라 밝히고 갔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열악했던 제작 여건 탓으로 돌리며 애써 자위하고자 한다.


당시 방송을 타고자 했던 맛집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보여주는 이런 일도 있었다. ‘주방의 전설’이라는 코너에서 부대찌개의 최강 두 집을 소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던 때였다. 10여 명의 프로그램 자문위원들이 있었다. 음식 전문가들이었다. 이런 방식이었다. 위원님들, 이번에 부대찌개 잘하는 집을 골라보려 해요. 추천해주세요. 추천이 들어오고 많이 거론된 집들부터 범위가 좁혀진다. 그중 서너 집을 연락해서 찾아가 맛을 보고 최종 두 집을 정해 촬영하고 방영했다.


그중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인근에 있는 한 부대찌개 집이 물망에 올랐다. 연락을 드리고 찾아갔는데 헐! 그 집 주차장 벽면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경축! mbc 찾아라 맛있는TV 김영주 작가 시식 방문’

정말 깜놀이었다. 순진한 건지 놀랍도록 마케팅 전략이 좋았던 건지 모르겠다. 좌우지간 먹었고 궁금한 점을 취재했고 방송했다.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별로 없었던 시절의 에피소드다.


내가 알기로 <수요미식회> 같은 프로그램은 작가들이 손님으로서 먹어보고 판단한 후 방송했다. 하루에 8집을 다닌 적도 있다고 한다. 요즘은 사전 검증을 예전에 비해 꼼꼼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대한민국 18번째 예능작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