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돈가스에 대한 공격
전설의 돈가스 제12화
이런 과정을 통해 새벽이 깊어질 시간이 다가오면 어느덧 핑크빛 향을 만들 수 있는 모든 준비는 끝난다.
이 음식을 먹으면 홍당무처럼 변할 손님들의 얼굴빛을 떠올려본다.
음식 재료들로부터 부드럽고 다소곳해진 그의 감정 속에는 벌써 손님들의 음성이 귓가를 맴돌고 있다.
분명 이 음식은 손님들의 음심을 발동할 것이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엔 조용히 재료에 변화를 주어 본다.
신동준은 숨을 죽이지만 이내 평온해짐을 느끼고 변화하는 재료의 성질에 맞춰 자신의 몸도 부드럽게 변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 순간 이마에는 ‘내 천’ 자가 생기고 주름이 생기며 눈언저리가 잔잔하게 떨린다.
아마도 그는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맛은 잘도 변하듯이 그의 요리도 잘도 변한다.
그는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그는 재료와 함께 춤을 추는 요리사다.
# 아저씨, 이것도 돈가스예요?
새로운 스타일의 돈가스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맛이란 것은 확실히 설정이 되어 온전하고도 지속적으로 잡힐 때까지는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루는 인터넷에서 맛집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단순히 돈가스를 먹으러 온 손님처럼 맛있든 맛이 없든 음식만 음미하면 좋았을 텐데, 자신의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면 맛집으로 포장하여 잘 써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신동준은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
“제의는 고맙습니다만, 광고는 아직 할 여력이 안 됩니다.”
하지만 그쯤에서 정중히 거절하고 물러났으면 별 문제없었을 것인데, 신동준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한 것이다.
“근데 그 사이트, 저도 식당을 하고 있으니까 본 적 있는데요, 거기 실린 식당들이 다 돈 내고 실린 겁니까?”
“뭐 그런 집들도 있고요, 순수하게 손님들이 평가를 해주는 집들도 있고요, 아직은 혼재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지만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던 것을 신동준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트를 잊지 못하게 된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그날 밤, 인터넷 서핑을 하다 그 사람들이 생각났다.
사이트를 들어가 봤더니 웬걸, 첫 화면에 <동갓>이 커다랗게 걸려있었는데 온갖 악평이 난무한 것이 아닌가.
‘그 집 돈가스 맛 별로였어요.’ 정도는 애교에 속했다.
‘이런 걸 돈가스라고 팔고 있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맛도 없는 데다 가격도 무지막지하게 비싸다’, ‘가지 말아야 할 집이다.’ 등이 어지럽게 난무하고 있었다.
신동준은 그날 낮에 있었던 곱지 않은 대화를 이내 떠올렸지만, 별 수 있겠는가 쓴웃음 지으며 물 한 잔 마시고 다시는 그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으로 정리한다.
하루는 한국적인 피자를 개발했다며 적지 않은 언론에 소개도 많이 된 한 피자 체인점의 대표가 손님으로 왔다.
신동준도 익히 알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신동준이 개발한 돈가스를 먹고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다 나가고 말았다.
당시 한 주간지에서는 맛집들에 대한 평가를 독자들에게 받고 있었는데, 대개의 맛집은 베스트에 실리거나, 워스트에 실리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동갓만은 고객이 뽑은 최고의 맛집 베스트 1위도 해보았고, 워스트 1위도 해보게 된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고, 새로운 모색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흰구름동갓의 맛을 확실하게 잡아나가는 작업 외에도 제2, 제3의 새로운 돈가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과제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 또 다른 맛 어디 없을까?
새로운 요리 개발을 앞두고 과연 어떠한 방향으로 세팅하고 기획하고 이끌어 갈 것인가 하는 방향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은 당연히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는 것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음식재료값이나 임대료 등이 오르는 상황도 음식 개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재료를 가지고 설정하는 작업은 이렇다 할 장비도 갖추지 않고 험난한 산을 오르는 것과 흡사하다.
좋은 재료, 비싼 재료만 가지고 요리를 한다면 웬만한 요리사는 아마 거의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손님과의 타협이란 것이 이래서 어려운 것이다.
요리 개발이 끝나더라도 결국 손님 지갑과의 싸움에서 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선 음식재료는 둘째 문제이고 방향을 잡고 몰입한다.
소스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면 하면 될까를 고민한다.
강력한 맛, 황홀한 맛, 환상적인 맛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면 짜고 매운맛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혀를 자극하지만 너무나 강한 맛에 결국 무감각하게 만들어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런 경우는 신동준의 마음 안에 내재된 의욕이 너무나 앞서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가차 없이 연구해가던 모든 재료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마음을 비어야 된다는 사실을 곧 깨닫는다.
공허한 자세, 요리에 대해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그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정 작업을 다시 해 본다.
오랫동안 먹어도 질리지 않아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콘셉트이다.
그렇다면 부드러움과 포근함이 내포되어야만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오래갈 것이니까.
깊은 맛을 잡아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압박감이다.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은 휘어지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문제는 음식 재료가 주변에 포진되어 있어야만 된다.
예전에는 음식재료 하나를 최고의 것으로 사려고 하루를 꼬박 길거리에다 버린 적이 있었는데 결국 손님들은 그러한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을 안 다음부턴 그런 미련한 짓은 더 이상 안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혹 음식의 맛은 약간 좋아질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은 음식 값이 비싸진다는 것이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상의 맛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가치가 있는 요리사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조리사가 아닌 요리사이길 원했다.
이렇게 신동준의 연구는 계속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