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정이라는 이름의 돈가스

전설의 돈가스 제13화

by 김영주 작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몇 십만 원하는 고급 레스토랑에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고 가본다.
재료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인테리어 분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그건 신동준이 원하는 맛은 아니다.
창조하고는 거리감이 있다는 느낌이 팍, 온다.
그렇다고 괜히 간 것은 아니다.
충분히 공부하고 느꼈으니 말이다.

시장바닥에서 파는 국수도 먹어본다.
그 외에도 신동준은 여기저기 먹으러 참으로 많이도 가봤다.
한참 맛 기행을 다니다 보면 먹어야 산다는 공통점을 보게 되고 근데 거기서는 서로 다른 모양새를 갖추어 개성을 만들려고 하지만 그의 욕구 충족을 시킬만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가장 이상적인 여자를 찾는 기분으로 돌아다녔지만 이상형은 어디에도 없는 상황.
결국 자신의 이상형은 스스로 창조를 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
그게 정답이라고 믿게 된다.
그것이 바로 신동준이 하는 맛 기행의 성과인 것이다.

# 재래시장에서 발견한 새로운 돈가스의 원형

한번 개혁이 시작이 되면 불이 붙는 것인가.
흰구름동갓의 창조에 힘이 난 신동준은 제2, 제3의 돈가스 구상에 착수하게 된다.
늘 그렇듯이 그에게 구상의 시작은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이다.

어느 날 신동준은 재래시장을 찾았다.
시장이야 언제 가도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고, 갖가지 식 재료들이 있기 때문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배울 점이 많은 산교육장이 되는 곳이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튀김을 팔고 있는 한 아줌마의 노점상 앞에 서게 된다.
배도 채우면서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돈가스 역시 튀기는 것이 핵심인 요리이기에 시장 아주머니의 튀김 요리도 볼 겸, 선 채로 이 튀김 저 튀김을 보게 되는데 호박하고 깻잎, 고추가 눈에 들어온다.
직감적으로 뭔가 있겠다 싶어 접시에 담긴 튀김들이 자신의 입에 들어가는지 코에 들어가는 지도 생각하지 않고 아줌마의 손놀림만 뚫어져라 지켜보게 되는데 고기를 많이 재어놓고 고추를 반을 갈라서 재운 고기를 넣고 튀기는 모습을 목도한다.


또 깻잎에 말아 튀기는 광경도 보게 된다.
신동준은 순간 머리를 꽝! 하고 뭔가에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저거다!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새로운 방향의 화두를 잡게 되는 것이다.

가게로 돌아와 손님을 치르고 문을 닫은 신동준은 낮에 재래시장에서 본 광경을 떠올리며 연구 및 실험에 들어간다.
고추를 반을 갈라서 소스를 넣고 빵가루를 묻혀 튀겨보기도 하고, 식이섬유 소스를 깻잎으로 말고 빵가루를 묻힌 다음 튀겨 보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직접 해보려니 잘 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고추와 깻잎이 빵가루 하고 잘 붙지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몇 날 며칠을 고추하고 깻잎과 씨름을 한 끝에, 계란 물을 걸쭉하게 하는 것에서 포인트를 찾아내게 되고, 식이섬유와 궁합이 잘 맞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번엔 고추와 궁합이 맞는 야채 소스를 찾아내는 일이 남았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본 끝에 고추장을 응용한 것으로 마일드 고추장 소스를 만들어 낸다.
깻잎의 야채 소스는 올리브유, 간장, 설탕, 식초, 후추를 믹스하게 되고 여기서는 온도 조절이 특히 중요함을 알게 된다.
여기의 재료들은 하루 전에 냉장을 해야 하고, 섞은 다음에 다시 냉장을 해야 한다.
온도의 차이로 인한 맛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동갓의 두 번째 작품인 고추동갓과 깻잎동갓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동갓이 이른바 ‘돈가스의 코스 요리’로 가게 되는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배현주동갓의 탄생

동갓의 돈가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발상은 소스를 겉에 뿌리거나 찍어먹을 수 있게 한 것이 아닌, 돈육 안에 소스를 넣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돈가스란 무엇인가?
돈가스란 어떤 음식을 얘기하는 것인가.
돼지고기의 등심이나 안심 부위에 빵가루를 묻힌 다음 기름에 튀겨낸 음식을 말한다.
그런데 빵가루를 묻히지 않고 구워낸 돈가스가 있는데, 동갓의 '배현주동갓'이 그것이다.

배현주는 동갓의 최초의 단골손님의 이름 석 자다.
신동준은 이 돈가스의 이름을 최초의 단골손님을 기리자는 취지로 배현주동갓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음식의 메뉴 명에서도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현주 씨가 단순히 최초의 단골손님이라서 이름을 붙인 것만은 아니다.
배현주동갓을 개발하게 된 계기를 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배현주 씨인 것이다.

어느 날 배현주 씨가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
“아저씨, 여자들 중에서 돈가스 안 먹는 사람 꽤 있거든요?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글쎄”
“기름에 튀긴 음식이잖아요.”

그 얘기를 들은 돈가스 전문점 사장 신동준은 그냥 흘려듣지 않았다.
돈가스는 그 숙명 자체가 기름에 튀길 수밖에 없는 음식이 아닌가.
과감히 돈가스를 포기하고 우동만 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우동이라는 음식도 만만한 음식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우동 국물을 제대로 내려면 최소한 하루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제대로 된 면을 뽑기 위해서도 만만치 않은 투자를 해야 하는 보기보다 무척이나 까다로운 음식인 것이다.
대부분의 우동 집들이 편하게 만들고 있기에 간단해 보이는 것뿐인 것이다.
우동은 갓난아이 같은 음식이라 너무 다루기 어려운 음식이고, 특히 국물이 투명해야 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역시, 돈가스를 더욱더 파고들어 가야 했다.
늘 그래 왔듯이, 그는 정답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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