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저편 2

중학교

by 빵사랑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한 동네의 중학교는 새로 생긴 데다가 그 시절에는 드물게 남녀공학이었다.

물론 남자반, 여자반이 따로 있었지만..

중학교 시절은 지금도 그렇지만 질풍노도의 시기.


1980년대에도 지금 못지않은 센 친구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유행했던 앞머리(스프레이를 잔뜩 뿌려서 부채처럼 펼치는..)와 일명 사무라이 머리(하늘 높은 줄 모르고 최대한 위로 치솟게 묶었던ㅎ)를 하고 온 친구들이 많았다.

담임선생님에게 하루, 이틀, 삼일 간 머리 지적을 받고 끝내 불려 나가 맞으면서도 머리를 풀지 않았던 뚝심 있던 친구가 기억난다.

그리고 승은이, 체육시간 조별 창작댄스 시간에 엄청 세련된 안무를 짜서 우리 조가 1등 하게 만들었던 친구.

지금은 음악을 하고 있으려나~


쉬는 시간, 그리고 점심시간마다 쫓아갔던 매점.

그곳에 검은 뿔테안경을 쓴 언니(우리에게 절대 친절하지 않았음)에게 손 내밀어 겨우 살 수 있었던 땡그란 크림빵과 땅콩샌드, 그리고 카레맛 러스크.

그때 먹었던 빵 맛이 생생히 기억나는 것은.. 내가 지금 빵쟁이여서??

쌍둥이 자매 중 한 친구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나중엔 둘 중에 내 친구를 구별할 수 있었다.(드라마 미지의 서울을 보며 친구들도 구별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시절 짜장면집을 하는 친구네에 스터디를 핑계로 모여 짜장면, 탕수육을 얻어먹었던 일들도 기억난다.

이름도 생생히 기억이 나네.

나름 인싸로 여러 친구들을 사귀며 초등학교 시절의 예민 보스의 기질을 버리고 괜히 떠들고 활발한 척했던 그 시절 내가 작아지는 시간이 있었으니...

바로 공납금 납부일이었다.


그 잘되는 갈빗집과 음료대리점을 접고 고향친구 보증을 섰던 아빠 덕분에 경제적 안락함은 사라진 그 시절.

하필이면 감수성이 젤 풍부하고, 주위의 시선에 마음을 뺏겼던 사춘기 시절에 그랬으니....

공납금 납부기일이 지나면 선생님이 불러서 세우거나, 교무실이나 교실 밖으로 부르거나.. 했던 그러면서 들었던 납부독촉은 중학생인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쪽팔렸었다.

그렇다고 결석이나 지각은 내 인생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고.


엄마도 집 앞 공장으로 일하러 다니고 아빠도 열심히 택시운전을 했던 그 시절이었으나 어떻게 그렇게 돈이 없을 수가 있는지...

공납금은 물론이고 때로는 준비물(그래서 내가 미술시간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했었다. 사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았고 비싸고 그랬다.)도 못 가져가서 수업시간에 친구 걸 빌려 쓰면서 비굴했었던 모습도 기억난다.

그러면서 그때 '돈'에 대해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부자와 가난함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고...

우리 집은 결코 부자는 아니니 가난한 집인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더 험한 일은 일명 보증빚 때문에 집안이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빨간딱지가 붙고 엄마, 아빠는 전화를 피하고 뭐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던 것이다.

(결혼 전 남편을 붙들고 신신당부하던 아버지의 한 마디는 '절대 빚보증 서지 말게'였다는..)

이 경제적 어려움은 내가 성인이 되어서 까지 이어졌는데 그 이유는 그 친구에게 세 번이나 빚보증을 선 아빠의 신념(!) 덕분이었던 걸로..


덕분에 나는 '돈, 돈..' 하는 결코 '돈'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되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인생에 '돈'이 다가 아니지만.. 그 '돈'이 힘이 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물론 지금의 나도 돈이 없다.

그래서 힘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는 데다가 돈에 대한 갈망이 참 큰 사람이다 싶다.

비교적 그 '돈'에 자유로운 남편을 만나며 가장 경이로웠던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결국은 남편은 '돈'에 대한 갈망이 적기 때문에 벌이도 적었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


어찌 보면 그 결핍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무엇이든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되었고, 직업적 성공을 포함하여 지적탐구의 계기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쫓고 살다 보니 그 '돈'이 자꾸만 도망가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물질에 대한 진정한 자유함은 과연 넘치도록 풍족하게 있어야 하는가,

아님 빠짝 마르도록 없어야 하는가.. 가 요즘 나의 고민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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