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물로 그린 그림

by 심연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삶이 유한한데, 삶 안에 있는 것들이 영원하리란 법이 있는가.


나에게 대학생활이란 물로 그린 그림 같다.


젊음도, 사랑도, 추억도, 미움도, 우울도, 행복도, 불행도, 혐오도, 나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인간관계도 결국 졸업이란 단어로 묶이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우리는 하루를 살아간다.


모두 선명했다는 사실은 기억에 남는데,

어떤 모양이었는지, 얼만큼 무거웠는지는 다 흩어졌구나.


그렇게 무엇이 남았을까.

고민이 들 때쯤, 사진첩을 보며 과거로 향한다.


그렇게 잠시 과거의 냄새를 맡는다.

써도 삼키고, 달아도 삼키며, 코 끝이 남는 향을 음미해본다. 코 끝이 찡하게 울릴 때쯤 아이폰에서 취침시간을 알려준다.


그렇게 잠시 과거를 떠돌며, 그리고 한 번 더 향유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나름 추억은 무거웠나 보다.


누군가 나에게 무엇이 남았느냐 묻는다면,

모든 것들이 흐릿하게 사라지고 결국 추억의 잔향뿐이코에 맴돌았다고 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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