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심연

사실, 글이라는 건 우울할 때만 써지는 것 같다. 행복할땐 마음 깊은 곳에 보관하고, 우울할 때만 꺼내 쓰는 감정들.


글은 어쩌면 억지로라도 감정을 나에게서 분리시켜주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내가 감정의 글을 마주친다는 것. 이는 곧 나 자신이 아닐수도 있다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마주한다는 것. 


그래서, 조금은 후련해지고, 가벼워진다. 마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며 들었던 근심과 걱정을 잠시 화장실을가며 한숨으로 내뱉는 것과 같다.


행복한 글을 쓰는 건 아직도 어렵다. 행복은 마주하기가 조금은 두렵다. 이 역시 나에게서 분리될까봐. 그리고, 누군가는 나의 글을 보고 불행함을 느낄수도 있으니까. 이는 곧 미래의 내가 될지도. 행복을 표현하면, 그것이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도 더 커진다.


그래서 나는 나의 행복을 나누는 것보다 나의 우울을 나누는 게 편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의 우울을 보고 위로를 얻기를. 그리고 그 누군가는 지금의 내가 아닐지라도, 언젠가 다시 그때의 우울해질 나 자신일 수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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